보존과학자, 과거를 미래로 연결하는 사람

보존과학자, 과거를 미래로 연결하는 사람

2020.08.08. 오전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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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학을 통해 예술의 아름다움을 후손에게 전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미술관과 박물관의 보존과학자들인데요.

보존과학자를 주제로 예술 작품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승은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보존과학자들의 도구는 첨단 장비입니다.

현미경으로 보자 눈에 안 보이는 흠은 물론 수십 겹 물감층이 보입니다.

선조들의 지혜도 총동원합니다.

작업실 항아리에서는 밀가루 풀이 발효되고 있습니다.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끓이면 적당한 접착력을 지니면서도 해충피해가 없는 풀이 됩니다.

과학자지만 인문학적 지식도 있어야 합니다.

[김미나 /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미술은행관리과 학예연구사 (보존과학자) : 작가의 의도나 이런 얼룩은 정말 작품으로 만드신 건가요? 아니면 얼룩이 생긴 건가요? 이런 걸 물어볼 수도 있는데 작가가 돌아가신 경우에는 그게 어렵죠. 유족을 컨택을 해보거나….]

보존과학자를 주제로 한 독특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X선을 투과하자 오지호 화백의 풍경화 속에 숨은 나신상이 드러납니다.

오랜 야외전시로 손상돼 전체를 다시 칠한 작품,

둘둘 말려 있어 형태를 알 수 없었던 명작이 이들의 손에서 살아났습니다.

예술의 생명이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작가의 창의성 앞에서는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비누로 만든 조각상 보존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에서 비누가 녹는지 시험해봐야 합니다.

작가의 의도는 물론 작품을 물려받을 후손의 입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보존과학자의 고민을 예술로 표현한 작품들도 선보였습니다.

백남준의 작품 '다다익선' 수리를 옛 브라운관으로 해야 할지, 첨단 디스플레이로 해야 할지, 그냥 놔둬야 할지, 한 자아가 서로 논쟁을 벌입니다.

[김유진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관람객들도 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그분들의 역할을 통해서 미술품들을 좀 더 소중하게 대할 수 있는 관점이라든지 시각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보존과학 성과 전시가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고 상상력을 가미한 기획전은 처음입니다.

YTN 이승은[se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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