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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실패한 감독, 사퇴로 끝나지 않는 협회의 책임 [와이파일]
세계 축구사에 없던 기록이 하나 생겼습니다. 동일한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두 차례 탈락한 감독. 2014년 브라질에 이어 2026년 북중미에서, 홍명보 감독은 이 불명예의 첫 주인공이 됐습니다. 역대 가장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른 ‘꿀조’ 에서 1승 2패, 조 3위.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밀려난 대표팀의 최종 순위는 48개국 중 34위였습니다. 지난 6월 29일, 홍 감독은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는 자리"라는 말을 남기고 물러났습니다. 감독은 물러났습니다. 정몽규 회장도 월드컵이 끝나면 물러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물러나는 것과 책임지는 것은 다릅니다. 정 회장의 사퇴는 이번 실패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개막 2주 전에 이미 예고된 퇴장이었고, 절차를 건너뛴 감독 선임에 대해 책임을 인정한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습니다. 감독 홍명보의 책임부터 말해야 합니다 시스템을 비판하기 전에, 그라운드 위의 책임부터 정직하게 짚어야 합니다. 이번 탈락은 불운이 아니라 판단의 실패였습니다. 가장 뼈아픈 장면은 남아공과의 최종전이었습니다. '지더라도 경우의 수로 진출할 수 있다'는 오판 위에서 대표팀은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택했고, 0-1로 무너졌습니다. 같은 시각 에콰도르, 카보베르데, 세네갈 같은 다른 조의 언더독들은 승점 1점, 골 하나를 위해 마지막까지 싸우고 있었습니다. 경기 밖의 처신은 더 아쉬웠습니다. 패배 후 공식 석상에서 골키퍼의 실수를 직접 거론하는 등 패인을 선수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은, 결과보다 더 깊은 실망을 남겼습니다. 유럽 축구가 감독을 '코치'가 아니라 '매니저'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감독의 직무에는 전술 지시를 넘어 선수 보호와 미디어 대응, 팀의 이미지 관리까지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감독의 발언은 인성의 문제이기 이전에 매니저 직무의 실패입니다. 위기의 순간 마이크 앞에서 선수를 지키는 것까지가 감독의 일입니다. 마지막 퇴장의 방식도 그랬습니다. 사퇴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은 채, 준비해온 원고를 1분 40초가량 읽고 자리를 떴습니다.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다는 그의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설명이 결과를 앞설 수 없다는 것이, 결과 뒤에 설명이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두 번의 월드컵을 맡았던 감독이라면, 무엇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복기를 남기는 것까지가 책임의 일부입니다. 질문 없는 퇴장은 그 책임마저 원고 한 장으로 갈음한 것이었고, 여론의 분노가 사퇴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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