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역설'...'기만적 휴전'에 갇힌 호르무즈

'승리의 역설'...'기만적 휴전'에 갇힌 호르무즈

2026.04.23. 오후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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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군이 이란 정규군을 사실상 궤멸시켰지만, 정작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승리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겉으로만 평화를 말하는 '기만적 휴전'이 지속되면서, 분쟁이 아예 '일상이 되어버릴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양일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미국은 지난 2월 시작된 '장대한 분노' 작전으로 이란의 정규 해군 전력 97%를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역사적 전멸"을 선언하며 휴전 연장을 발표한 근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이번에는 그들(이란)이 진지합니다. 우리 군이 훌륭한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합의를 원하고 있고 우리는 성사시킬 겁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현장의 현실은 군사적 완승이 전략적 패착으로 이어지는 '승리의 역설' 그 자체입니다.

먼저 무너졌다던 이란 해군력의 '비대칭 반격'이 거셉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발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는 상선들을 공격하고 나포하면서 세계 에너지 동맥을 여전히 흔들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는 미국과 이란 양측의 허가를 모두 받아야 하는 '이중 허가제'가 고착화됐습니다.

어느 한쪽의 허가만으로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기묘한 통제권의 공생입니다.

[데이비드 B. 로버츠 / 킹스칼리지런던 중동안보학 교수 :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원할 때만 열릴 것입니다. 군사적 해결책은 없으며, 강제로 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분쟁의 불균형한 구도가 너무나 명백하고 잘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안정한 대치가 하나의 일상으로 굳어지는 상황을 가장 우려합니다.

협상의 동력은 사라진 채, 위기가 일상이 되면서 종전의 기회마저 상실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이란은 유가 폭등을 무기로 "미국보다 더 오래 버티겠다"며 배수의 진까지 쳤습니다.

[에브라힘 아지지 /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장 : 우리는 침략자가 엄중한 처벌을 받고 결국 그 일을 후회하게 될 때까지 이 전장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풍부한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군사적으로는 이겼지만, 전략적으로는 퇴로를 찾지 못하는 미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허울뿐인 휴전이 일상이 된 지금, 압도적 무력은 오히려 종전을 가로막는 역설적인 족쇄가 되고 있습니다.

YTN 양일혁입니다.

영상편집 : 주혜민

YTN 양일혁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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