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바게트 더는 못 굽는다"...한인 제빵업계도 위기

"프랑스 바게트 더는 못 굽는다"...한인 제빵업계도 위기

2023.02.19. 오전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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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제빵사들, 전기료 폭등 항의 시위
전기 요금 10배 이상 폭등…빵집 폐업 속출
빵 가격 인상에도 ’한계’…제빵업계 시름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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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랑스에서 우리 돈 1,700원 정도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 빵' 바게트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식자재 가격은 물론 전기 요금이 폭등하면서 프랑스 제빵업계에서 폐업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우리 동포들이 운영하는 제빵 업체들도 상황이 어렵습니다.

파리에서 정지윤 리포터입니다.

[기자]
프랑스의 '국민 빵', 바게트를 들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

'제빵사가 위기에 처했다', '바게트 못 굽는다' 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파리 도심을 누빕니다

"제과·제빵업자 모두를 위한 에너지 요금 인상 상한제를 실시하라!"

설탕과 밀가루, 우유 등 주재료의 가격 상승에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최근 전기료까지 폭등하면서 가게 운영이 어렵게 되자, 제빵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나왔습니다.

[윌리엄 드마르 / 빵집 운영 : 프랑스 제빵사들이 시위를 하기 위해 파리에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시위에 참가한 이유는 에너지 요금, 특히 전기·가스비 폭등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가정용 전기 요금 인상률에는 상한선을 둔 반면 사업용 전기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오븐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빵업계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일부 빵집은 전기 요금이 지난해보다 열 배 넘게 뛰면서 폐업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르 포르스 / 빵집 운영 : 이미 문을 닫은 빵집이 너무 많습니다. 영업이 잘 되던 곳들도 이제는 운영 자금이 부족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곧 우리 모두 이어서 폐업하게 되겠죠.]

파리에서 16년째 빵집을 운영 중인 한인 서용상 씨도 폭등한 전기료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케이팝 열풍에 힘입어 꽈배기와 단팥빵 같은 한국식 빵을 팔아 파리에서도 꽤 입소문이 났지만, 이번 에너지 가격 폭등에는 그야말로 속수무책.

다음 달부터는 한 달 전기세만 만 유로, 우리 돈 1,300만 원 가까이 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서용상 / 빵집 운영 : 저희가 월 2,500~3천 유로 (약 4백만 원) 정도 전기료가 나가는데 그게 만 유로(약 1,300만 원) 가까이 되는 거죠. 저희는 계약이 3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아직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전기료가 한 달에 만 유로씩(약 1,300만 원)….]

이미 지난해 밀가루와 설탕 등 식자재 가격 폭등으로 빵 가격을 한 차례 올린 터라 또 인상할 수도 없어 막막하기만 합니다.

프랑스에서 바게트는 약 1.3유로, 우리 돈 1,700원 정도에 판매되는데, 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31%만이 바게트를 사는 데 1.5유로까지는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빵 가격을 인상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폐업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겁니다.

[서용상 / 빵집 운영 : 바게트가 프랑스의 역사에서 평등의 상징이기도 하거든요.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그래서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프랑스의 전통적인 부분이었는데 아마도 이번에 그런 부분이 깨지든지 (빵집 폐업이 잇따르면) 바게트가 역사 뒤로 사라지든지 그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랑스 정부는 인상된 전기 요금 일부 보조와 운영난에 빠진 제빵업계의 세금 납부 유예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제빵업계의 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걸로 보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YTN 월드 정지윤입니다.


YTN 정지윤 (parks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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