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공표' 처벌 추진 논란...현실 된 '오비이락'

'피의사실 공표' 처벌 추진 논란...현실 된 '오비이락'

2019.09.16. 오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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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와 여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적폐 수사' 때는 공론화하지 않다가 지금 시점에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겠다는 건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반발이 적지 않습니다.

조성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수사 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해결하자는 논의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기존 법무부 훈령을 보면 수사 내용 공개는 잘못된 언론 보도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됩니다.

훈령 이름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으로 바꾸고, 이를 어긴 검사와 수사관을 감찰하도록 하는 벌칙 조항을 여기에 추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언론에 공개할 수사 내용은 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고, 촬영도 피의자가 서면으로 동의해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왔습니다.

다만 조국 장관 관련 수사가 진행되면서 특정한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발표하지는 않았습니다.

[박상기 / 당시 법무부 장관 (지난 3일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 개선책을 마련했습니다. 완성된 단계고요. 그래서 관련 기관에 의견조회 중인데…. 오비이락이 될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유보 상태에 있는 지금 상황입니다.]

하지만 조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정부와 여당이 다시 협의 테이블에 올리며 논란이 커졌습니다.

그동안 여권은 조 장관 인사청문회 전부터 각종 의혹에 대한 언론보도의 출처를 검찰로 지목하고 맹공을 퍼부어 왔습니다.

[이재정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난달 28일) : 흡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재현해 보는 듯합니다.]

하지만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서는 피의사실 공표를 사실상 묵인하거나 수사 상황을 인용해 논평해 왔습니다.

[현근택 /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지난해 1월) :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짜증을 낼 것이 아니라 자중해야 합니다. 표적 수사가 아니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증거가 드러나서 수사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 때와는 다른 기준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고 나선 게 조 장관 의혹과 관련해 언론의 취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란 지적이 나옵니다.

검찰이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언론을 활용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비판은 꾸준히 나왔습니다.

법무부는 초안 단계라며 정치권과 언론 반발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양새지만 왜 지금 추진하느냐를 놓고는 논란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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