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OK...14년 동안 100% '관련 없음'

④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OK...14년 동안 100% '관련 없음'

2019.07.04.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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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OK...14년 동안 100%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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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이승배 기자[sbi@ytn.co.kr]

YTN은 지난 기사에서 국회의원 보유 주식의 직무 관련성 심사가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는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이번에는 사법부, 행정 부처 고위공직자로도 시야를 확대해 보겠습니다.

올해 봄,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주식이 논란이 됐습니다.

본인과 남편 이름으로 된 주식만 35억 원어치, 전체 재산(42억6천여만 원)의 83%가 주식이었습니다.

고위 법관이 그렇게 많이 주식거래를 해도 되느냐는 문제 제기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재판관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일하던 지난해 자신이 주식을 가진 이테크건설 관련 민사 재판을 담당했습니다.

이해충돌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이유입니다.

이미선 재판관은 고위 공직자이고, 주식이 3천만 원이 넘으니 서울중앙지방법원 재직 당시 주식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았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심사 대상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을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정무직, 1급 이상 공무원, 고등법원 부장판사, 헌법재판관, 대법관 등을 주식 백지신탁의 대상으로 봅니다.

이 재판관은 당시 고등법원이 아닌 지방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였기 때문에 주식 심사는 물론이고 재산공개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주식을 얼마를 갖고 있던 심사를 받지 않아도 위법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법적으로는 문제없다고 해도, 국민 정서상 선뜻 이해는 안 됩니다.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소송을 다루면서, 회사에 대한 내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판사, 그것도 고위직 판사가 아무런 제약 없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니.


"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OK"


그렇다면 만약에 심사 대상이었으면 어땠을까?

'아무 문제 없음'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동안의 통계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2년 '주식백지신탁제 시행 7년 모니터 보고서'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주식 백지신탁 제도를 시행한 이듬해인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부처별로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분석했는데요.

대상자 2천582명에 대한 통계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확인됐습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선관위에서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은 사람 가운데 '관련 있음' 판정을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겁니다.

7년 동안 100% '관련 없음' 판정.

대법원의 백지신탁 대상자는 고등법원 부장 판사급 이상의 법관들.

심사 결과만 놓고 보면, "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OK"란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참여연대도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법관의 경우 보직 여부보다는 개개별 사건을 다루는 직무 특수성 때문에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100% 직무 관련 없음 결정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비단 '판사님' 경우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검찰청과 법무부, 국가정보원, 그리고 외교부 역시 고위공직자 소유 주식은 모두 '직무 관련 없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거의 모든 기업의 수사를 도맡고 있어 부처 특성상 이해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많은 곳입니다.

외교부 또한 해외 자원이나 플랜트 관련 수주 등에 대한 정보가 빠른 부서라서 결코 주식 이해충돌의 무풍지대로 볼 수 없습니다.


판사님 주식은 14년 동안 100% '관련 없음'


그로부터 7년이 다시 지났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9년 5월 말까지 부처별 주식 심사 결과를 인사혁신처로부터 추가로 입수해 그 내용을 조사했습니다.

'100% 관련 없음' 판정을 받았던 '판사님' 주식은 지금까지도 여전했습니다.

'관련성 없음' 판정 기록은 14년 내내 깨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에서 지금까지 152명이 직무 관련성 심사를 신청했고, 각하와 철회 7명을 뺀 나머지 145명은 '관련 없다', 주식과 일이 이해가 충돌하지 않는다고 판정받았습니다.

④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OK...14년 동안 100% '관련 없음'

검찰청과 외교부, 국가정보원, 그리고 법무부와 법제처 역시 '관련성 있음' 판정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부처와 기관별로 세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④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OK...14년 동안 100% '관련 없음'

검찰청에서는 지금까지 51명이 심사를 신청했고 50명이 '관련 없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1명은 심사 각하 처분을 받거나 철회한 경우였습니다.

④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OK...14년 동안 100% '관련 없음'

외교부에서는 지금까지 135명이 직무 관련성 심사를 신청해 129명이 '관련 없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6명은 심사 각하 처분받거나 철회한 경우였습니다.

④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OK...14년 동안 100% '관련 없음'

국가정보원은 9명이 심사를 신청해 7명이, 법무부는 8명이 심사를 신청해 7명이 '관련 없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④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OK...14년 동안 100% '관련 없음'

법무부는 8명이 신청해 7명이, 법제처는 2명이 신청해 2명 모두 '관련 없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경찰청과 국방부, 행정안전부는 2012년만 해도 '100% 관련성 없음' 기관에 함께 이름이 올랐지만, 이후부터 '관련 있음' 판정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전체 심사 대상자 56명 가운데 3명, 행정안전부는 30명 가운데 1명, 국방부는 전체 48명 중 3명이 '관련 있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통계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주식 백지신탁 심사를 받은 고위 공직자는(국회의원 포함) 모두 5천291명입니다.

이 가운데 953명, 18%가 업무와 보유 주식이 관련이 있다고 결론 났습니다.

2천5백여 명을 대상으로 봤던 7년 전 통계 때가 17.9%였으니까, '관련 있음' 판정 비율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관련 없음' 판정을 받은 사람은 4천20명(76%)이며, 나머지 318명은 심사 각하 처분을 받거나 철회한 경우였습니다.


국민이 감시자가 되어야


"정보 공개가 제일 중요합니다. 관련성이 진짜 없다고 하면 없는 이유가 있을 건데, 그런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으니까 의심이 가면 의심이 가는 대로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로 있는 겁니다."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법제조사평가연구실 연구위원>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더라도 백지신탁 심사위원회의 판정 결과, 그리고 왜 그렇게 판정을 내렸는지 판단 이유 정도는 공개해야 합니다."
<손 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

특정 부처에서 수년에 걸쳐 '관련 없음' 판정만 나오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보 공개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판단이든 명확한 이유가 나오는 것이 맞지만, 주식 백지신탁 심사는 위원이 누군지도 모르고 이유도 모르니 심사가 잘 됐는지 아닌지도 나중에 따져볼 수도 없다는 겁니다.

7년 전에 발견한 특이 현상이, 7년이 지난 뒤에도 되풀이되고, 7년 전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지만, 7년이 더 지난 2019년에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으니 이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결국엔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입니다.

심사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들면 직접 들여다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현재 공개된 정보로는 어떤 기관에서 몇 명이 심사를 신청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숫자만 알 수 있습니다.

신청자가 누군지, 어떤 주식을 가지고 '관련성 없음' 판정을 받았는지는 비공개라서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100% 관련 없음' 판정 덕분에 부분적으로는 추적이 가능해졌습니다.

14년 동안 일관되게 '직무 관련성 없음' 결론이 나온 해당 부처나 기관에서 주식이 3천만 원이 넘는 고위 공직자가 누군지만 보면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매년 관보나 공보 등을 통해 고위공직자 본인과 가족의 주식은 물론 부동산 등 모든 재산 내용을 자세히 공개하고 있습니다.

아래 표는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100% 관련 없음' 판정을 받은 부처나 기관의 주식 3천만 원 이상 고위공직자 명단입니다.

자신이 주식 백지신탁위원이라고 생각하고 행여 이해충돌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주식백지신탁제도 운용의 난맥상은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연결됩니다.

문제의 근원에 그 폐쇄성이 자리하고 있다면, 국민과 언론이 함께 감시자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 전제는 투명한 정보공개입니다.

이와 관련해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인사혁신처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주식 백지신탁 심사 신청 내역과 심사 결과 등의 정보 공개를 요청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YTN은 공공 데이터의 빗장을 열기 위한 노력을 통해 국민의 편에서 감시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취재 : 함형건 이승배
리서처 : 신수민 최혜윤
그래픽 : 김민지

※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14년치 정부 부처별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 직무관련성 심사 현황 데이터(엑셀 파일)를 공개합니다. 기간은 2006년부터 2019년 5월까지입니다. 인사혁신처에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를 토대로 YTN데이터저널리즘팀이 다시 정리한 자료입니다. 관심 있는 분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 받으시면 됩니다.

다운로드 하기 : http://bit.ly/공직자직무관련성심사현황




○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관련 디지털 기사

① 국회의원 주식 이해충돌 해부… 심사 대상 절반이 규정 위반
https://www.ytn.co.kr/_ln/0101_201906250800069766

②위반자 22명 실명 공개...의원님은 14년 동안 처벌 '0건'
https://www.ytn.co.kr/_ln/0101_201906281216239460

③주식백지신탁심사의 이면 : 심사는 허술, 처리도 늑장
https://www.ytn.co.kr/_ln/0101_201907041010071275

④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OK…14년 동안 100% '관련 없음'
https://www.ytn.co.kr/_ln/0101_201907041200062127




○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관련 방송 리포트

[단독] 국회의원 주식 심사대상 절반이 규정 위반




[단독] 위반자 48%가 '초선' 의원...5선도 지각신고




[단독] 국회의원 주식 이해충돌 징계 '0명'




[단독] 주식 심사 잣대 오락가락...심사도 늑장 개최




[단독] 심사 청구했는지도 '비밀'...깜깜이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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