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멈추지 않는 독극물 사건...관리 소홀

[중점] 멈추지 않는 독극물 사건...관리 소홀

2015.07.18. 오전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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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북 상주 '살충제 음료수'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같은 마을에 사는 80대 할머니가 체포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매년 크고 작은 독극물 사건이 발생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농약 등 독극물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허성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07년 5월 경북 영천의 한 전통시장.

64살 송 모 씨 등 시장 상인 2명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누군가 생선 좌판대에 놓고 간 음료수를 나눠 마신 뒤 의식을 잃은 겁니다.

음료 속에는 고독성 농약인 '메토밀'이 검출됐습니다.

경찰은 고의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지만, 유입 경로조차 파악되지 않아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졌습니다.

[허군열, 당시 경북 영천경찰서 팀장]
"주위에 음료수를 가져다 놓는 것이나 마시는 걸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음료수의 출처를 알 수가 없으니까..."

2004년 대구 달성공원에서 발생한 '살충제 요구르트' 사건도 비슷합니다.

공원 벤치에 누군가 요구르트를 놓고 갔는데, 노숙자 63살 전 모 씨가 이를 마시고 숨진 겁니다.

요구르트에 바늘구멍이 있었고, 역시 같은 농약이 검출됐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수사에 진척이 없습니다.

최근에도 이와 비슷한 독극물 사건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전남 함평과 2013년 충북 보은에서 농약이 들어간 밥을 먹은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14년에도 제주의 한 경로당에서 농약이 섞인 소주를 마신 노인이 중태에 빠졌고, 올해 들어서는 경기도 포천에서 보험금을 노린 주부가 농약을 섞은 음식을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먹여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이들 농약은 냄새나 색깔이 없어 다른 음식물과 섞이면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독극물 사건 피해자]
"핑 돌았어요. 밥 먹고 나서. 술도 안 먹었는데 왜 이렇게 취하나 생각했는데 서로 이리저리 차에 기대고 자빠지고 그렇게 됐죠."

거기에다 60kg 성인이 1.4g만 먹어도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합니다.

이 때문에 중독사고를 일으키거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분별한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진상찬, 동산의료원 응급의학과 교수]
"기관지 분비물이 많아져 호흡부전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중추신경계 증상으로 인해 경련이라든지 그만큼 독성이 몸으로 많이 전달되어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만큼 증거를 찾기 어렵고,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난 범행이어서 검거율마저 낮습니다.

하지만 농약 등 독극물 관리는 사실상 판매업소에만 맡겨져 있습니다.

농약을 사는 사람들의 정보를 기록하고, 안전교육을 시행하는 일 모두 농약 판매업체의 몫입니다.

[농협 관계자]
"농약을 판매할 때 보관상 주의 및 취급 시 주의사항들을 교육하지만, 농민들이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에 농약 취급에 소홀하지 않나(생각합니다)"

고독성 농약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철저한 관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농민들도 농약이 다른 물품과 혼동되지 않도록 보관하고, 뜯어진 음료나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음식은 먹지 않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YTN 허성준[hsjk23@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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