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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준책방] 평생 가족만을 위해서 산 나, 이대로 괜찮을까? 당신을 위한 맞춤 책처방
Posted : 2019-09-09 15:35
[영준책방] 평생 가족만을 위해서 산 나, 이대로 괜찮을까? 당신을 위한 맞춤 책처방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남영준 중앙대 교수

[영준책방] 평생 가족만을 위해서 산 나, 이대로 괜찮을까? 당신을 위한 맞춤 책처방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 정호승의 시,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오늘은 정호승 시인의 시,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로 시작해봤습니다. 영준책방의 책 주치의,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남영준 중앙대 교수 (이하 남영준) : 네, 안녕하세요.

조현지 : 교수님, 지난주 첫 방송이었는데 주변 반응이 좀 있었나요?

남영준 : 네. 열심히 셀프모니터링하였습니다. 목소리를 크게 해 달라, 소개하는 책을 선물로 왜 안 주느냐, 목소리가 인물보다 좋다. 남편에게 처방책을 읽혀야겠는데 어떻게 할 수 있냐 등등 많은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조현지 : 우리 청취자분들의 반응은 엄청 뜨거웠습니다. “교수님, 여기 환자 있어요!! 저 좀 치료해주세요!!” 하는 분들의 문자부터 “안은경 인턴을 위한 책 처방인데 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입니다.” 하는 문자들도 있었는데요. 이렇게 남영준 교수님께 책 처방 원하시는 분들은요. 문자로 말머리 ‘책 처방’ 달아서 사연 보내주세요. 교수님, 오늘은 8679님을 위한 책 처방 준비해 오셨다고요?

남영준 : 네. 그렇습니다. 저도 8679님과 아주 유사한 경험이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입니다.

조현지 : 제가 사연을 좀 소개해드릴게요.
[청취자 문자] 책 처방 신청합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결혼하고 자영업을 하다 생계가 어려워 다들 힘들다고 하는 타일 일을 시작한 타일공입니다. 지금까지 사랑하는 와이프를 책임지겠다는 완벽한 동기부여 하나만 갖고, 쉴 새 없이 달려왔는데요. 그 결과 기술자가 됐고, 적지 않은 임금도 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왠지 힘도 없고, 일도 하기 싫고, 실력도 멈춘 것 같은 무기력한 기분이 드는데요. 쉼 없이 달려서 목표를 이루고 나니, 그다음 목표가 없어진 느낌입니다. 일종의 슬럼프가 온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 다시 정신 차리고 열심히 뛰라고 맞춤 책 처방 부탁드립니다!

남영준 : 저는 이분에게 먼저, 정호승 시인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를 처방해드리고 싶습니다.

조현지 : 앞서 저희가 오프닝에서 읽어드렸던 그 시, 말씀하시는 거죠?

남영준 : 네, 맞습니다. 지난 7월 통계청에 「경제활동 인구조사」를 기준으로 국내 실업률은 3.9%로 전달 4.0%보다 다소 감소는 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 경제의 심각한 ‘다운 턴’으로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늘 사연 보내신 분은 이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하시던 자영업에서 전문 타일공으로 완벽하게 전직하신 훌륭한 분이세요. 이분의 책 처방을 위해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어설픈 처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연 속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아오셨고 틀림없이 지금도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만, 지금 잠깐 심신이 많이 지치신 것 같습니다.

조현지 : 맞아요. 나를 위해서, 또 가족을 위해서 쉬지 않고 달려오셨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너무 열심히 달렸기 때문에 그 피로가 허망한 감정으로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남영준 : 사실 이럴 때 자칫 술, 담배와 같이 건강을 해치는 것에 의지할 수 있는데 이런 것은 피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아주 바쁘시겠지만, 오늘 동네 도서관에 가셔서 영준 책방에서 처방한 책 처방의 시집을 빌려 보시면 어떨까요? 동네 도서관도 생각보다 가까이 있어 오늘 사연 보내신 분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저의 책 처방이 즉시 증상을 낮게 하지는 않겠지만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히 낫는다고 확신합니다.

조현지 : 책 처방이라는 게, 사실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닐 거라는 거는 다들 공감하실 것 같은데요. 천천히, 확실히라는 말이 귀에 들어오네요. 8679번님의 앞으로의 인생을 위한 예방주사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남영준 : 맞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책은 많은 분이 잘 알고 계시는 정호승 시인의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를 추천해드린 것입니다. 사연 보내신 분은 아내분과 열심히 달려오셨잖아요. 지금의 슬럼프는 더욱 행복하고 아름다운 내일을 위한 상처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말장난 같지만, 그냥 많이 생각하지 마시고 읽어봐 주세요. 주무실 때 혹은 타일 일을 하실 때 아마 상처 많은 꽃잎이 가장 향기롭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되놰지면 그때부터 슬럼프에서의 탈출이 시작되신 겁니다.

조현지 : 네 좋습니다. 그리고 또 한 권 더 처방해주신다고요?

남영준 : 네. 다른 한 권의 책은요. 사연 보내신 분의 모습이 지금 우리나라 가장으로서의 아버지 모습이잖아요. 이미 잘 알고 있으시겠지만, 아내와 가족들은 아마 아버님을 가슴 깊이 존경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영준책방의 두 번째 처방은 이정록 시인의 시집 ‘아버지 학교’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읽어보시면 가슴이 먹먹해지다가 빙그레 웃음도 나면서, ‘그래, 내가 이러면 안 되지. 다시 힘내자’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실 거예요.

조현지 : 그런데 이 책을 한꺼번에 다 읽으려고 하면 안된다고요?

남영준 : 네, 오늘은 딱 3개의 시만 읽어보세요.

조현지 : 어떤 시죠?

남영준 : ‘연탄’이라는 시와 ‘효자손’, ‘외양간 마구간 가슴간’인데요. 가족 간의 사랑을 금방 느끼실 수 있어요. 제가 자신하건대 이 3개의 시를 읽다 보면 결국은 시집에 수록된 모든 시를 다 읽게 되실 겁니다. 먼저 연탄이라는 시는 집에 온기를 데우기 위해 아버지 자신은 하얗게 재로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한 시인데요. 가장으로 가족을 자신을 희생하는 가장의 모습을 연탄에 비유한 시입니다. 효자손은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을 투박하게 표현한 내용인데요. 조현지 아나운서가 이 시를 좀 읽어주시죠.

조현지 : - 이정록

등긁개 이름이 왜 효자손이래?
등 긁어주는 너희 손이 효자손이지
손잡이 긴 놈으로 다시 사와야겄다.
파리 잡다가 아예 못쓰게 됐다.

옥수수자루에 꼬챙이 꼽아서 쓰는데
나처럼 쉰내 진동하는구나.
이왕이면 가슴 볼록하고 날씬한 미녀손이 좋겄다.

먼저 쓰던 불효자손 사오지 말고 말이여.

그리고 꼭 중국산으로 사와라.
한글로 미녀라고 써 있으면
니 엄니 속상할 것 아니냐.

남영준 : 자식에게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시입니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조금은 무뚝뚝하여 좋아한다는 표현을 잘 못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렇지만 가족들은 아버지가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다 알고 있잖아요. 아들에게 네가 효자라서 고맙다. 엄마를 속 깊이 사랑한다. 이 사실을 아들 이정록 시인은 다 알고 있잖아요. 가족들은 아버지의 사랑을, 노고를 다 알고 있습니다.

조현지 : 가슴이 찡하면서 유쾌함도 잊지 않은 그런 시 같아요.

남영준 : 세 번째는 ‘외양간, 마구간, 가슴간’이라는 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시입니다. 이 시에 간은 사이 간 자로 공간을 뜻합니다. 외양간과 마구간은 마소를 키우는 곳이지요. 가슴간은 누군가를 키우는 가슴 공간입니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묻습니다. "엄니 가슴간엔 누가 산대요?", "난 죽어서도 니 아버지다. 그만한 멋쟁이가 없지. “가슴에 아버지가 살고 있는 거죠. 자식일 것 같지만, 아닙니다. 남편입니다. 타일 일을 도우시는 아내 분 가슴속에는 8679님만 계십니다. 8679님. 가족에게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지금의 슬럼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질 것입니다. 틀림없습니다. 참, 시집을 읽으실 때 처음에는 가슴으로만 읽어주세요. 시를 꼭 이해하겠다는 의무감은 버리시고 편하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영어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영어 팝송 가사가 마음에 와닿을 때가 있잖아요. 그것처럼 시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여도 시어는 마음에 와닿기 때문입니다.

조현지 : 네, 좋습니다. 이렇게 남영준 교수님께 책 처방 원하시는 분들은요. 문자로 말머리 ‘책 처방’ 달아서 사연 보내주세요. 이어서 영준책방의 특별한 부록이죠. 재밌는 도서관 이야기해 볼 텐데요. 과거 도서관 하면, 저는 ‘실내 정숙’ 이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올랐거든요. 그런데 요즘 도서관들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요?

남영준 : 국내외 도서관 중에는 연구나 학업을 위한 조용한 공간도 있지만, 재봉틀과 같은 작업 도구, 심지어는 작은 공작기계까지도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조현지 : 재봉틀이요? 도서관에 왜 재봉틀이 있는 거죠?

남영준 : 실제 이용자들이 도서관의 책들을 참고하여 간단한 소품이나 인형들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도서관이 책만 보고 가는 공간에서 책에 있는 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인천에 초대받아 갔더니 인천 교육감님이 자기 관사를 학생들에게 도서관으로 개방했더라고요. 그 공간의 서비스 철학은 '학생들이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수용하자.'였습니다. 이제 도서관에 와서 조용하게 책만 보고 있으라? 그건 젊은 세대를 포함한 요즘 모든 세대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많은 도서관에서는 청년들의 취업이나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유의미한 자료뿐만 아니라 실제 할 수 있는 것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조현지 : 책으로 배운 걸 직접 체험해보는 공간들도 있다는 건데요. 자연스럽게 소음도 발생할 것 같은데, 도서관에서 그래도 괜찮을까요?

남영준 : 정숙 공간에서는 여전히 타이핑하는 소리마저도 이용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토론공간에서는 당연히 소음을 허용하지요. 그래서 최근 트렌드는 소음을 금지하는 공간과 소곤소곤을 허용하는 공간, 토론을 허용하는 공간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본 외국 대학도서관에는 종이책과 상극인 벽난로로 아늑한 독서공간을 만든 곳도 있었습니다.

조현지 : 이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마칠 시간이에요. 지금까지 남영준 교수와 함께 하는 특별한 책 이야기!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중앙대학교 남영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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