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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 신상옥·최은희 부부, 필름에 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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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산 부부.

고 신상옥 감독과 영화배우 최은희 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습니다.

입장권이 전부 동나버릴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는데요.

제목은 '연인과 독재자'.

신상옥-최은희 부부가 북한에 납치되는 과정과 북한에서의 생활, 탈북 당시의 상황을 담은 다큐 영화입니다.

신상옥 감독은 1952년 영화 '악야'로 데뷔한 뒤, 이듬해 당대 최고의 여배우, 최은희 씨와 웨딩마치를 울렸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부침을 겪었지만 감독과 배우로서는 찰떡궁합이었습니다.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 수많은 히트작을 쏟아내며 1960-70년대 초 한국 영화계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던 1978년, 홍콩에 갔던 최은희 씨가 돌연 사라졌습니다.

반년 뒤 아내를 찾으러 다니던 신상옥 감독 역시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두 사람이 북한에 납치당한 거다', '아니다. 스스로 월북한 거다' 무성한 소문만 남긴 채, 이 희대의 실종극은 한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는데요.

6년 뒤인 1984년에서야 안기부가 두 사람이 북한 공작원에게 강제 납치됐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김정일 / 전 북한 국방위원장 (과거 일본 방송 인터뷰) : 그 사람 한번 데려오지 않았어. 그런데 그 사람 데려오는 거, 남자 데려오는 건 좀 무리다. 그래서 남자 데려오지 말고 신 감독을 유인할 유혹하자면 뭐가 필요하냐 그래서 최 선생을….]

[최은희 / 원로배우 (2011년 인터뷰) : (김 위원장은) 북한 영화계의 낙후된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북한 영화를 활성화 시키고 국제영화제에도 내보내고 싶다고….]

'영화광'으로 알려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당시 북한 영화계는 김 위원장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는데요.

결국 사극이면 사극, 멜로면 멜로, 공포면 공포, 모든 장르에서 한국 최고 수준의 영화를 만들었던 신 감독을 데려오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납치가 여의치 않자, 최은희 씨를 먼저 납치해 신 감독을 유인했습니다.

납북된 뒤 체제에 협조하기로 마음먹는 데에만 자그마치 5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북한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았습니다.

김정일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고 '돌아오지 않는 밀사', '소금', '불가사리' 등 7편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삶을 끝까지 견디진 못했습니다.

1986년 두 사람은 마침내 탈출에 성공합니다.

베를린 영화제 참석을 위해 유럽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한 공작원과의 목숨 건 추격전 끝에 극적으로 미국 대사관으로 은신할 수 있었습니다.

탈북 이후에도 부부는 왕성한 예술 활동을 이어가다, 2006년 신 감독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이제 구순이 넘은 '세기의 여배우'는 홀로 남아 기막힌 운명의 소용돌이를 함께 헤쳐나온 남편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신상옥-최은희 부부의 이야기가 실제 필름에 담겼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영국 출신의 감독은 여전히 많은 진실이 감춰져 있다고 하는데요.

최은희 씨가 북한에서 몰래 녹음해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육성 테이프까지 담겨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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