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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 곳곳에서 발암 물질 검출...연내 임시개방 추진에 '졸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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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말까지 용산 미군기지 일부를 조기 반환받아 올해 임시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임시 개방 예정지의 경우 비교적 오염 정도가 덜해 임시 조치만 한 뒤 개방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요.

기지 곳곳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되는데도 제대로 된 정화 조치 없이 개방하게 되면 시민 안전을 위협할 거란 반발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됩니다.

이 내용 취재기자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윤해리 기자, 어서 오세요.

용산 미군기지 부지 반환은 이전부터도 계속 이어져 왔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용산 미군기지를 반환받아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1980년대 노태우 정부 때 처음 나왔습니다.

이후 부지 반환 절차는 계속 진행돼왔는데요.

지도를 함께 보시겠습니다.

우선 용산 미군기지는 크게 메인 포스트와 사우스 포스트로 나뉩니다.

하얀색으로 표시된 곳은 이미 재작년 12월 반환 작업을 마쳤고요.

초록색으로 표시된 곳은 숙소와 업무시설로 사용된 부지로 지난 2월 반환이 완료됐습니다.

여기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숙소와 편의시설, 그리고 빨간색으로 표시된 야구장과 병원 등 부지 33만5천 제곱미터가 이달 말까지 추가로 반환될 예정입니다.

반환을 마쳤거나 반환이 예정된 부지는 모두 55만 제곱미터로, 용산 주한미군기지 전체의 4분의 1 정도에 해당합니다.

제가 어제 하루 이곳 주변을 돌아봤는데요.

기지 전체가 높은 담벼락과 철조망에 둘러싸여 있고, 일반인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습니다.

경계도 삼엄했는데요.

취재진이 기지 건너편에서 촬영하는 도중에 주한미군들이 대여섯 명이 나와서 촬영 내용을 확인해가는 등 굉장히 노출에 민감해 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앞서 YTN 취재진이 용산 미군기지 주변 지하수에서 발암 물질이 기준치보다 5백 배 넘게 관측됐다는 내용도 보도했는데요.

이번에 기지 내부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요?

[기자]
용산 미군기지 주변에는 이른바 '관측공'이 여러 개 있는데요.

땅에 구멍을 뚫고 긴 플라스틱 관을 넣어서 지하수를 채취하는 곳인데 서울시가 분기마다 오염도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지난달 사우스 포스트 주변 지하 6m 깊이에서 채취한 지하수 관측 결과를 전해드렸는데요.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보다 510배 넘게 검출됐습니다.

기지 내부 사정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지도를 다시 보시면, 가장 최근에 반환받은 미군 숙소부지 토양에서 기름 오염 정도를 의미하는 'TPH' 수치가 공원 조성이 가능한 기준치의 29배를 넘었습니다.

또 지하수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젠과 페놀류가 각각 기준치보다 3.4배와 2.8배 초과했습니다.

재작년 반환받은 곳들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종합체육시설에서도 기준치 36배를 넘는 TPH가 검출됐고, 중금속 물질인 구리와 납, 아연도 기준치를 훌쩍 넘었습니다.

소프트볼 경기장도 예외는 아닌데요.

이곳에서는 TPH가 기준치의 1.9배를 넘었고, 특히 아연은 기준치의 13.4배나 검출됐습니다.

[앵커]
토지 오염 상황이 꽤 심각한 것 같은데요.

방금 보여드린 곳들이 정부가 연내에 임시 개방을 추진하겠다는 부지들인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국토부는 일부 부지를 이르면 오는 9월 임시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곳 부지들은 숙소나 학교, 체육 시설로 사용돼 비교적 오염도가 낮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유해물질이 검출된 부지들도 포함돼 우려가 큰 상황인데요.

국토부는 제대로 된 정화 작업은 생략하고 임시 조치만 한 뒤 시민에게 개방할 계획입니다.

윤미향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답변서를 보면 개방을 위한 임시 조치 방안으로 토지 피복과 출입 또는 이용시간 제한 등을 대안으로 내놨습니다.

토지 피복은 오염된 땅을 덜어내지 않고 그 위에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잔디 등을 덮어씌우는 조치입니다.

또 공원 체류 시간을 제한하고 일부 오염이 심한 곳은 출입을 통제할 예정인데, 오염물질 노출이 얼마나 차단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국토부에 문의를 해봤지만, 체류 시간이나 이용 시간을 어떻게 얼마나 통제할 예정인지는 아직 논의 중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앵커]
이 상태 그대로 부지를 개방할 경우 시민들에게 돌아갈 피해가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앞서 검출된 발암물질 가운데 벤젠은 낮은 농도로도 급성 백혈병과 골수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요.

페놀류도 단기간 높은 농도에 노출되면 두통과 현기증은 물론, 피부 발진과 심한 화상까지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국토부에서 보내온 답변서를 보면 '위해성 저감을 위한 임시 조치 방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정부에서도 '위해성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유해 물질이 있다는 걸 뻔히 알고도 정화 조치 없이 시민들에게 부지를 개방하는 건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공원 체류 시간을 제한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땜질식 처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정규석 / 녹색연합 사무처장 : 사람마다 오염물질에 대한 역치가 다른데 천편일률적으로 이용 시간제한을 둔다고 일정 정도의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앵커]
정화 작업 전에 부지를 개방해 버리면 미국은 정화 책임이 없어지는 건지도 궁금한데요.

[기자]
정화 비용 부담에 대한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전혀 아닙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01년 SOFA, 주한미군지위협정에 '환경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여기에 '키세'(KISE)라는 기준이 있는데요.

주한미군에 의해 야기된 임박한, 실질적인, 급박한 환경오염이 일어난 경우 환경 정화를 명령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주한미군 기지 내 오염이 이 '키세'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한미 SOFA 합동위원회에서 오염 정화 비용과 주체를 정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반환받은 부지를 임시 개방한 후 미국 측과 정화 비용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환경 정화 비용 분담은 협상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미국이 반환부지에 대해 오염 정화 비용을 부담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부지 개방 시기를 못 박아 버리면 급할 것이 없는 미국 입장에서는 협상에 나서지 않은 채 시간을 끌 수도 있고요.

우리 정부가 결국 먼저 정화 비용을 부담한 뒤 미국에 비용을 청구하게 돼 협상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그런데 예전에도 미군 기지가 오염 정화 작업을 거치기 전에 임시로 개방된 적이 있었나요?

[기자]
드물지만, 사례가 아예 없진 않습니다.

서울 중구에 있는 미군 극동 공병단 부지는 재작년 말 반환받은 직후 코로나19 격리 치료 병동으로 운영됐습니다.

또 캠프 킴 부지에 있는 건물 일부도 서울시가 지난 2018년 용산갤러리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공개했는데요.

두 곳 모두 환경부 조사 결과 기준치 초과하는 발암 물질이 검출돼 당시에도 개방 우려가 있었지만, 한시적으로만 운영됐습니다.

지금처럼 미군 부지로 쓰이던 곳을 임시 조치만으로 시민들에게 공원으로 개방하기로 한 사례는 사실상 처음인 겁니다.

정화 작업이 단기간에 끝나는 것도 아닌데요.

인천 부평에 있던 옛 미군기지 '캠프 마켓'은 지난 2019년 반환돼 일부가 시민들에게 공개됐지만 3년이 넘은 지금도 토양 오염 정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강원도 춘천에 있는 '캠프 페이지'는 지난 2005년 반환 후 무려 4년 동안의 정화 작업을 마쳤지만,

재작년 문화재 발굴 작업 도중 폐기름통 수십 개가 땅속에서 나와 정화 작업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반환 예정인 용산 주한미군 부지 면적은 앞선 부지들보다 최소 네다섯 배는 넓어 정화 작업 기간도 훨씬 길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용산 공원 조성을 완료하는 시점을 'N+7년'으로 발표했는데요.

미군 부지를 돌려받더라도 공원 조성까지 최소 7년 이상이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임기 안에 용산 공원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뜨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관측도 만만치 않은데요.

이번 정부 임기 내 성과를 위해 제대로 된 정화 작업 없이 개방을 서두를 경우 시민 안전이 위협받는 건 물론, 미국이 환경 오염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만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1부 윤해리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YTN 윤해리 (yunhr092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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