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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김밥 할머니가 김정숙 여사 손 잡고 눈물 보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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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박춘자 할머니의 사연을 다시금 전하며 많은 이들을 먹먹케 했다.

박 할머니는 지난달 3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했다. 이날 초청은 연말연시를 맞아 이웃을 살피고 돕는 국내 주요 기부단체와 기부자 등을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였다.

박 할머니는 남한산성 길목에서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 6억 5,000만 원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에 기부한 기부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 박 할머니는 김정숙 여사의 손을 잡고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은 아동보호단체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참석한 남궁 교수가 박 할머니가 눈물을 보인 사연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남궁 교수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 기부자로 참석한 한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대통령, 영부인, 비서실장, 단체의 이사장, 유명 연예인 틈의 왜소한 체격의 구순 할머니. 그 대비는 너무 뚜렷해서 영화나 만화 속 장면 같았다"며 "어느덧 할머니의 차례가 되자 대통령 내외는 직접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부축하러 나갔다.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한 분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영부인의 손을 잡은 할머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회담장에서 김정숙 여사 옆자리에 앉은 박 할머니는 발언 차례가 오자 "저는 가난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다. 아버지와 근근이 힘든 삶을 살았다"며 "돈이 없어 배가 고팠다. 배가 고파서 힘들었다. 열 살부터 경성역에 나가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았다. 그렇게 돈이 생겨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먹는 순간 너무나 행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게 너무나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다"며 "그 뒤로는 돈만 생기면 남에게 다 주었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고 기부를 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박 할머니는 "그렇게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다"면서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 그런데 방금 (김정숙 여사가) 내밀어 주시는 손을 잡으니, 갑자기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다. 그래서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에 따르면 박 할머니의 말에 김 여사 또한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궁 교수는 "어떤 한 생은 지독하고도 무한히 이타적이라 무섭고 두렵기까지 하다"며 "그것은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존재를 직면했을 때 경험하는 경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할머니는 전 재산 기부 뿐만아니라, 40년 전 길에 버려진 발달 장애인을 가족처럼 돌보며 산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는 셋방을 뺀 보증금 2천만 원마저 기부하고 거처를 옮겨, 본인이 기부해 복지 시설이 된 집에서 평생 돌보던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다.

YTN 이은비 (eunbi@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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