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사망 문제, 왜 해결되지 않고 있나?

집배원 사망 문제, 왜 해결되지 않고 있나?

2019.06.20. 오후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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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변상욱 앵커, 안보라 앵커
■ 출연 : 이연아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브리핑이 있는 저녁 시간입니다. 중요한 사건 사고 소식을 이연아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어서오십시오.

[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오늘 첫 번째 소식은 뭡니까?

[기자]
어제 당진에서 40대 집배원이 숨진 사건입니다. 충남 당진우체국 소속 49살 강길식 씨가 어제 오전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원래 오전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연락이 닿지 않자 동료들이 강 씨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집 화장실 안에서 쓰러진 채 있던 강 씨를 발견했는데 안타깝게도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 강 씨에 대한 국과수 부검 진행했는데 사망 원인은 뇌출혈로 밝혀졌습니다.

[앵커]
강 씨가 원래 건강했던 분인가요, 아니면 어떤 지병이 있었던 상황인가요?

[기자]
원래 건강했습니다. 지병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요. 그리고 3개월 전에도 건강검진을 실시했었는데 거기서도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가 사실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서 과로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겁니다.

강 씨의 이야기를 잠깐 드리면 2014년부터 당진우체국에서 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비정규직 신분이었고 지난해 7월에는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정규직 전환 후에는 하루 평균 12시간 안팎의 노동 시간이 있었는데 노조 관계자는 강 씨가 소속된 당진우체국이 특히 우체국 배달량이 굉장히 많다라고 이야기를 했고요.

또 숨지기 전에도 평상시보다 택배 물량이 30-40% 정도 많았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숨진 강 씨의 유족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기자]
그러니까 저 두 분이 사실 주말 부부였습니다. 그래서 아내 분은 대전에 계셨고 그리고 강 씨는 당진에 있었는데 너무 보고 싶지만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힘든 관계로 그냥 쉬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했다는 부분을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앵커]
사실 공무원들의 산업재해율을 보면 한 0.5 조금 안 되거든요. 그런데 제일 험한 곳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은 이거에 두 배입니다. 그런데 이 집배원들은 다시 여기에서 거의 50% 이상 또 올라갑니다. 산재율이. 그만큼 힘들게 일하고 있는 건데 그런데 과로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가요, 지금 확실한가요?

[기자]
일단 우정사업본부 소속으로 해서 사망사고 조사위가 꾸려졌습니다. 이 조사위는 무슨 일을 하는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취재해봤는데요. 일단 조사 기간은 한 달입니다. 노사가 같은 숫자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전체 숫자, 몇 명으로 위원을 넣을 것이냐는 마지노선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특히 의사 등 외부 전문가도 조사위 소속으로 넣자라는 걸 논의 중입니다. 사실 이 조사위가 만들어진 지가 얼마 안 됐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달 충남 공주 집배원 사망 이후에 만들어진 조사위인데요.

사실상 한 달도 안 됐습니다. 그래서 이 조사위가 이제 앞으로 한 달간 무엇을 할지 살펴보면 일단 국과수를 통해서 병리적인 사망 원인은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조사위는 이제 강 씨가 과거에 일을 했을 때 업무부담이 어느 정도였는지,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는지 그리고 초과근무 진행 등 전반적인 업무 환경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조사위 결과보고서는 내부보관용입니다. 그러니까 유족이 원하면 정보공개를 통해서 진행해야 되고요. 그리고 내부적으로 법적 검토를 해서 보고서를 유족에게 공유할지에 대한 여부는 다시 그때 결정을 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유족이 원한다고 바로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네요? 그런데 저는 의문인 게 집배원 사망을 둘러싼 문제는 이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 같은데 해결이 왜 안 되고 있는 걸까요?

[기자]
맞습니다. 올해에만 사실 지금 6월이니까 얼마 되지 않았죠. 올해에만 과거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집배원이 무려 9명입니다. 굉장히 많습니다.

저희가 관련해서 그래픽을 준비해봤는데요. 지금 보시면 나이대가 30에서 50대로 다양합니다. 사인이 보시면 심정지, 심장마비, 눈에 띄는 그런 사인들이 있죠.

[앵커]
거의 매달 사고가 있었네요? 특히 5월에는 더더군나 많았고요.

[기자]
맞습니다. 올해 9명은 상당히 많은 숫자인데요. 이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집배원이 아닌 시스템 근무환경의 문제다라고 분석하고 있고요. 또 고인 빈소 마련된 대전 장례식장에서 오후에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이제 실제적으로 이런 집배원들이 어떤 환경인지 통계로 정확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집배원에게 발생하는 연차 휴가를 보시면 19.1일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용했던 일수는 3.4일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노동시간을 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동시간 1년 기준으로 봤을 때 취업자 평균 노동시간이 2069시간입니다. 그런데 집배원은 평균 2800여 시간 그러니까 700시간 정도가 더 많이 일을 하게 되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게 평균 수치인 거지, 실질적으로 업무가 과중한 곳은 이거보다 훨씬 많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죠. 그래서 이런 근무 환경이 사실상 과로사 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쉽게 노출된 거 아니냐 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직접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최준현 / 노동 전문 변호사 : 집배원들이 맡은 하루 할당받은 작업량 즉 배달량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쉬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인 근로자들은 점심시간이 주어져서 그 시간 동안 쉴 수 있지만 집배원분들 같은 경우 그 시간까지도 자기에게 할당되는 배달하는 양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쉴 시간이 없고.]

[앵커]
이런 이유로 해서 집배원 분들이 인력을 충원해달라고 요구를 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올해 숨진 집배원이 9명이라고 아까 이야기하셨죠. 그러니까 10년간 200명 정도 되는데 올해는 어떻게 된 게 벌써 절반밖에 안 지났는데 9명이네요.

아, 참... 그러니까 지금 집배원들이 숨질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제발 주5일 근무하게 해달라, 토요일 근무 빼달라, 집배원을 늘려달라. 이런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겁니다. 그러면 지금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노조 총파업도 한다는 거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러니까 노조는 오는 24일에 노조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친 다음에 다음 달 9일 전면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사실 과거 노사가 상황의 심각성에 뜻을 같이했고 해법 마련을 했었는데 이행을 하지 않는 것이 사실 지금 상황의 문제입니다.

제가 취재를 하면서 한 가지 입수한 게 총 세 가지의 자료가 있는데요. 이게 뭐냐 하면 지난해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 추진단 합의 내용입니다.

[앵커]
협정서라고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여기 보시면 이 자리에서 했던 분들의 최종 사인이 있고요. 우정사업본부장과 그리고 노조위원장이 같이 합의를 한다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총 세 개고요.

[앵커]
그걸 입수하셨군요?

[기자]
그래서 신원정보공개 때문에 일부는 가렸습니다. 그래서 이 내용의 핵심은요, 인력 증원입니다. 그러니까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이제 2020년까지 집배원을 2000명을 증원하겠다.

그리고 주5일제 등을 뼈대로 한 게 이 개선안이었고 그리고 노조가 서로 합의했는데 지금 우정사업본부 측은 우편 사업에 적자를 이유로 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그런 상황입니다.

[앵커]
적자... 그렇군요. 뭐든지 결국 수익과 재정, 자원. 이런 걸 앞세우면 안 되는데.

[앵커]
그러면 이런 사고가 앞으로 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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