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 보기
![한화 3세 경영의 마지막 퍼즐, '한화오션'…김동관이 바다 위에 띄운 승부수 [이게머니]](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5/1027/202510271421289555_d.jpg)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 한화오션 제공
AD
정규 시즌 전반기 1위, 최종 2위를 확정하며 가을야구에 진출한 한화이글스. 매 시즌 경기를 직관할 정도로 '야구 사랑'이 남다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선수단에 자필 편지를 보내 "인고의 시간 끝에 이글스가 가장 높이 날고 있다. 더 높은 비상으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자!"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이제 야구까지 잘하는 한화, 올해는 그야말로 그룹 전체가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화의 방산 3사, 그중에서도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한 한화오션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 아버지 숙원을 이루다… 한화오션, 15년의 승부수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해양에 걸고 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직후인 2008년 11월, 김승연 회장이 임직원에게 남긴 메시지입니다. 당시 한화가 써낸 금액은 무려 6조3천억 원에 달했을 만큼 인수 의지가 확고했는데요.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격렬한 반대, 대주주인 산업은행과의 잔금 납부 방식 이견,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경색 등의 이유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23년 5월,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인수를 완료하며 부친의 숙원을 풀어냈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인수팀 최고 책임자로서 전체 과정을 총괄 지휘했습니다. 전통의 사명을 버리고 지금의 한화오션으로 개명한 데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사명 변경이 수주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에 "한화가 오대양을 누비겠다는 좌표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합병 이후 김 부회장은 대우조선 출신 임원 다수를 교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사를 전면 배치했습니다. 또 수시로 거제사업장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하며 '현장 중심' 경영 체계를 구축했죠. 결국 2023년 1,965억 원의 적자를 냈던 한화오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2,379억 원을 기록하며 인수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순식간에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습니다.
2024년 초까지만 해도 2만 원대에서 조용히 움직이던 한화오션의 주가는 이달 14만 원대를 돌파하며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898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32% 증가했고요.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234억원으로 11.8% 늘었으며, 당기순이익은 2,69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매출액은 물론이고 특히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비결은 바로 '선별 수주' 전략에 있었습니다. 수익성이 낮은 계약은 과감히 포기하고,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간 겁니다. 쉽게 말해 '돈 되는 일'만 따온 거죠. 초기엔 "너무 신중한 거 아니냐"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00%로 상향하면서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했거든요. 한화오션은 2023년 11월, 친환경 기술이 탑재된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수주를 시작으로 이듬해 39척 상당의 수주고를 올렸고요. 최근엔 대만 에버그린사·양밍해운과 대규모 LNG 선박 계약에 성공하며 수익성 중심의 체질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여기에 그룹 차원의 방산 시너지도 힘을 더했습니다. 한화오션의 잠수함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도무기,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음파탐지 기술이 탑재돼 전투력을 극대화하는데요. 이처럼 계열사 간 기술을 통합한 '한화형 통합 방산 솔루션'은 신뢰성과 성능 면에서 경쟁국보다 우위에 서 있으며, 해외 고객사 확보에도 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올해 방산 부문에서만 2,500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예고했습니다. 조선·방산 분야를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 부분이죠.
■ '한화 3세 경영' 시대 개막… 김동관이 완성한 세대교체
사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김 부회장을 주축으로 하는 사업구조 재편의 마지막 퍼즐이었습니다. 한화는 방산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 따라, 기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 한화디펜스 등 3개 회사에 분산됐던 그룹의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는데요.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육·해·공 방산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겁니다. 지난 9일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 창립 73주년 기념사에서 "방산·조선·에너지·기계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김동관 체제'를 공식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룹의 무게 중심이 기존의 금융에서 방산·조선·에너지로 이동하면서 실질적 세대교체가 완성됐다는 뜻입니다.
지난 3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주사 격인 ㈜한화의 보유 지분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며 실질적인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습니다. 이번 지분 증여로 삼 형제 지분이 김승연 회장의 지분을 넘어서면서, 에너지·우주·방산과 금융·보험, 유통·로봇틱스·반도체 세 축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의 그림이 완성됐죠. 특히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9.77%) 김 회장(11.32%)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는데요. 여기에 한화에너지(삼 형제가 지분 100% 보유)가 보유한 ㈜한화의 지분을 환산해 더할 경우 김 부회장의 지분율은 20.85%로 늘어 ㈜한화의 실질적인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됩니다.
1983년생인 김 부회장은 카리스마형 리더인 김승연 회장과 달리 다소 온화하고 부드러운 경영자 이미지를 쌓아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내 '수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그 기대에 걸맞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죠. 미국 세인트폴고 재학 시절인 2001년에는 미 중·고등학생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어지는 '쿰 라우데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선발됐고, 하버드대 재학 중에는 한인 학생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재계 후계자 중에는 드물게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한마디로 '엄친아'입니다. 한화그룹 입사 후에는 빠른 승진 속도로 존재감을 키워 2020년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2년 뒤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앞당겼습니다. 경영 성적도 합격점입니다. 한화의 시가총액은 불과 1년 만에 40조7,750억 원에서 125조7,970억 원으로 3배 이상 늘며 사상 최초 '100조 클럽'에 진입했는데요. 특히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은 30대 그룹 219개 상장사 중 시총 증가액 3,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합니다. 그리고 지금, 김 부회장의 경영 능력은 한화오션의 미국 진출을 통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MASGA 시대, 한화오션의 베팅
이 사진, 지난 1998년 6월, 도널드 트럼프가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을 때의 모습입니다. 당시 트럼프는 직접 작업장을 걸어 다니며 건조 중인 선박을 둘러본 뒤, 즉석에서 개인 요트 발주 의사를 밝혀 현장을 술렁이게 했다고 하죠. 이런 가운데 이달 APEC 정상회의 참석 차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국내 조선소를 방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형 조선소가 있는 거제, 울산이 경주와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번 한미 협력의 핵심인 마스가(MASGA), 즉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정책 기조를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조선업 상황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누적 수주량 기준으로 보면 한국·중국·일본은 물론 터키, 이탈리아에도 밀렸고요, 점유율은 1%가 채 안 됩니다. 생산량 격차는 더 극명해요. 미국 필리 조선소가 2003년부터 21년 동안 32척의 선박을 건조한 반면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는 2024년 한 해 동안 40척을 찍어냈거든요. 이 와중에 중국의 성장세는 눈엣가시일 겁니다. 글로벌 조선 업계에서 중국 선박의 점유율은 50%를 넘겼고요. 군함 숫자는 이미 10년 전부터 미국을 뛰어넘었습니다. 바다의 지배자를 자처하는 미국으로서는 자존심을 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이렇다 할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자국의 선박 건조 역량이 거의 붕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죠.
한화오션은 이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거든요. 시작은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호' 정비 사업이었어요. 국내 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를 맡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죠. 이어 7함대 소속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도 수주하며 신뢰를 쌓아갔고요, 12월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해군기지 옆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한화오션은 왜 도크가 두 개밖에 없는 작은 조선소를, 무려 1억 달러나 들여 인수한 걸까요? 사실 미국에는 '존스법'과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이라는 독특한 법이 있습니다. 이름이 좀 어렵긴 한데.. 쉽게 말해 미국 배는 미국 땅에서만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인데요. 이 조항은 오랫동안 해외 조선사의 진출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해습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로 이런 규제들을 단번에 돌파했어요. 작은 조선소 하나가 미국 시장이라는 거대한 문을 여는 마스터키가 된 셈입니다.
한화오션은 지난 한미 관세 협상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지난 8월 한국 협상단에 합류해 필리조선소에 대한 현지 기술이전, 인력양성 등을 제안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조선소를 찾아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고,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건조 능력을 20척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투자와 기회를 창출하고 미국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죠. 단순한 해외 투자를 넘어, 한국 조선업이 미국 방위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편입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다만 몇 가지 과제는 남아있습니다. 최근 중국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다섯 곳을 제재 대상에 올리며 "해당 법인들이 미국 정부의 대중 조사 활동을 지원하고 지지함으로써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쳤다"고 주장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의 불똥이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이 된 한화오션에 튄 건데요. 한마디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상황입니다. 여기에 높은 인건비와 생산비, 숙련공 인력난까지... 한화오션이 마주한 미국 진출의 파도는 생각보다 거세 보입니다. 연이은 안전사고도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거제사업장에서 발생한 선주사 감독관 사망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데요. 지난 17일에는 구조물 설치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노동자가 철제 구조물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불과 한 달 반 만에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거죠. 이는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합니다. 앞으로 한화오션이 대내외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성장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알면 돈이 되는 경제 이야기 '이게머니', 오늘은 미국 조선업 부활의 신호탄과 함께 주목받는 한화오션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마스가 시대, K-조선업 훈풍의 선두에 선 한화오션이 글로벌 무대에서 써내려갈 새로운 역사를 기대해보겠습니다.
https://youtu.be/LSzMcF1NQJM
YTN digital 서미량 (tjalfid@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아버지 숙원을 이루다… 한화오션, 15년의 승부수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해양에 걸고 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직후인 2008년 11월, 김승연 회장이 임직원에게 남긴 메시지입니다. 당시 한화가 써낸 금액은 무려 6조3천억 원에 달했을 만큼 인수 의지가 확고했는데요.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격렬한 반대, 대주주인 산업은행과의 잔금 납부 방식 이견,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경색 등의 이유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23년 5월,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인수를 완료하며 부친의 숙원을 풀어냈죠.
김동관(오른쪽) 한화그룹 부회장이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존 필린 미국 해군성 장관(오른쪽 두 번째)에게 선박 블록 조립공장을 소개하고 있다. / 한화오션 제공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인수팀 최고 책임자로서 전체 과정을 총괄 지휘했습니다. 전통의 사명을 버리고 지금의 한화오션으로 개명한 데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사명 변경이 수주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에 "한화가 오대양을 누비겠다는 좌표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합병 이후 김 부회장은 대우조선 출신 임원 다수를 교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사를 전면 배치했습니다. 또 수시로 거제사업장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하며 '현장 중심' 경영 체계를 구축했죠. 결국 2023년 1,965억 원의 적자를 냈던 한화오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2,379억 원을 기록하며 인수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순식간에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습니다.
2024년 초까지만 해도 2만 원대에서 조용히 움직이던 한화오션의 주가는 이달 14만 원대를 돌파하며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898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32% 증가했고요.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234억원으로 11.8% 늘었으며, 당기순이익은 2,69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매출액은 물론이고 특히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비결은 바로 '선별 수주' 전략에 있었습니다. 수익성이 낮은 계약은 과감히 포기하고,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간 겁니다. 쉽게 말해 '돈 되는 일'만 따온 거죠. 초기엔 "너무 신중한 거 아니냐"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00%로 상향하면서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했거든요. 한화오션은 2023년 11월, 친환경 기술이 탑재된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수주를 시작으로 이듬해 39척 상당의 수주고를 올렸고요. 최근엔 대만 에버그린사·양밍해운과 대규모 LNG 선박 계약에 성공하며 수익성 중심의 체질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여기에 그룹 차원의 방산 시너지도 힘을 더했습니다. 한화오션의 잠수함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도무기,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음파탐지 기술이 탑재돼 전투력을 극대화하는데요. 이처럼 계열사 간 기술을 통합한 '한화형 통합 방산 솔루션'은 신뢰성과 성능 면에서 경쟁국보다 우위에 서 있으며, 해외 고객사 확보에도 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올해 방산 부문에서만 2,500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예고했습니다. 조선·방산 분야를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 부분이죠.
■ '한화 3세 경영' 시대 개막… 김동관이 완성한 세대교체
사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김 부회장을 주축으로 하는 사업구조 재편의 마지막 퍼즐이었습니다. 한화는 방산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 따라, 기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 한화디펜스 등 3개 회사에 분산됐던 그룹의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는데요.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육·해·공 방산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겁니다. 지난 9일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 창립 73주년 기념사에서 "방산·조선·에너지·기계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김동관 체제'를 공식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룹의 무게 중심이 기존의 금융에서 방산·조선·에너지로 이동하면서 실질적 세대교체가 완성됐다는 뜻입니다.
그래픽 = 김현수 디자이너
지난 3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주사 격인 ㈜한화의 보유 지분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며 실질적인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습니다. 이번 지분 증여로 삼 형제 지분이 김승연 회장의 지분을 넘어서면서, 에너지·우주·방산과 금융·보험, 유통·로봇틱스·반도체 세 축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의 그림이 완성됐죠. 특히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9.77%) 김 회장(11.32%)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는데요. 여기에 한화에너지(삼 형제가 지분 100% 보유)가 보유한 ㈜한화의 지분을 환산해 더할 경우 김 부회장의 지분율은 20.85%로 늘어 ㈜한화의 실질적인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됩니다.
1983년생인 김 부회장은 카리스마형 리더인 김승연 회장과 달리 다소 온화하고 부드러운 경영자 이미지를 쌓아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내 '수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그 기대에 걸맞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죠. 미국 세인트폴고 재학 시절인 2001년에는 미 중·고등학생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어지는 '쿰 라우데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선발됐고, 하버드대 재학 중에는 한인 학생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재계 후계자 중에는 드물게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한마디로 '엄친아'입니다. 한화그룹 입사 후에는 빠른 승진 속도로 존재감을 키워 2020년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2년 뒤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앞당겼습니다. 경영 성적도 합격점입니다. 한화의 시가총액은 불과 1년 만에 40조7,750억 원에서 125조7,970억 원으로 3배 이상 늘며 사상 최초 '100조 클럽'에 진입했는데요. 특히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은 30대 그룹 219개 상장사 중 시총 증가액 3,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합니다. 그리고 지금, 김 부회장의 경영 능력은 한화오션의 미국 진출을 통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MASGA 시대, 한화오션의 베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네번째)이 1998년 6월 5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기념촬영하는 모습. / 대우조선해양 제공
이 사진, 지난 1998년 6월, 도널드 트럼프가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을 때의 모습입니다. 당시 트럼프는 직접 작업장을 걸어 다니며 건조 중인 선박을 둘러본 뒤, 즉석에서 개인 요트 발주 의사를 밝혀 현장을 술렁이게 했다고 하죠. 이런 가운데 이달 APEC 정상회의 참석 차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국내 조선소를 방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형 조선소가 있는 거제, 울산이 경주와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번 한미 협력의 핵심인 마스가(MASGA), 즉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정책 기조를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조선업 상황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누적 수주량 기준으로 보면 한국·중국·일본은 물론 터키, 이탈리아에도 밀렸고요, 점유율은 1%가 채 안 됩니다. 생산량 격차는 더 극명해요. 미국 필리 조선소가 2003년부터 21년 동안 32척의 선박을 건조한 반면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는 2024년 한 해 동안 40척을 찍어냈거든요. 이 와중에 중국의 성장세는 눈엣가시일 겁니다. 글로벌 조선 업계에서 중국 선박의 점유율은 50%를 넘겼고요. 군함 숫자는 이미 10년 전부터 미국을 뛰어넘었습니다. 바다의 지배자를 자처하는 미국으로서는 자존심을 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이렇다 할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자국의 선박 건조 역량이 거의 붕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죠.
이재명 대통령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미국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 호 명명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한화그룹 제공
한화오션은 이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거든요. 시작은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호' 정비 사업이었어요. 국내 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를 맡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죠. 이어 7함대 소속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도 수주하며 신뢰를 쌓아갔고요, 12월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해군기지 옆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한화오션은 왜 도크가 두 개밖에 없는 작은 조선소를, 무려 1억 달러나 들여 인수한 걸까요? 사실 미국에는 '존스법'과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이라는 독특한 법이 있습니다. 이름이 좀 어렵긴 한데.. 쉽게 말해 미국 배는 미국 땅에서만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인데요. 이 조항은 오랫동안 해외 조선사의 진출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해습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로 이런 규제들을 단번에 돌파했어요. 작은 조선소 하나가 미국 시장이라는 거대한 문을 여는 마스터키가 된 셈입니다.
한화오션은 지난 한미 관세 협상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지난 8월 한국 협상단에 합류해 필리조선소에 대한 현지 기술이전, 인력양성 등을 제안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조선소를 찾아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고,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건조 능력을 20척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투자와 기회를 창출하고 미국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죠. 단순한 해외 투자를 넘어, 한국 조선업이 미국 방위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편입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200번째 LNG운반선인 SK해운社의 '레브레사(LEBRETHAH)'호 운항 모습 / 한화오션 제공
다만 몇 가지 과제는 남아있습니다. 최근 중국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다섯 곳을 제재 대상에 올리며 "해당 법인들이 미국 정부의 대중 조사 활동을 지원하고 지지함으로써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쳤다"고 주장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의 불똥이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이 된 한화오션에 튄 건데요. 한마디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상황입니다. 여기에 높은 인건비와 생산비, 숙련공 인력난까지... 한화오션이 마주한 미국 진출의 파도는 생각보다 거세 보입니다. 연이은 안전사고도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거제사업장에서 발생한 선주사 감독관 사망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데요. 지난 17일에는 구조물 설치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노동자가 철제 구조물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불과 한 달 반 만에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거죠. 이는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합니다. 앞으로 한화오션이 대내외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성장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알면 돈이 되는 경제 이야기 '이게머니', 오늘은 미국 조선업 부활의 신호탄과 함께 주목받는 한화오션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마스가 시대, K-조선업 훈풍의 선두에 선 한화오션이 글로벌 무대에서 써내려갈 새로운 역사를 기대해보겠습니다.
https://youtu.be/LSzMcF1NQJM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YTN 이게머니'를 검색해보세요!
YTN digital 서미량 (tjalfid@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한화 3세 경영의 마지막 퍼즐, '한화오션'…김동관이 바다 위에 띄운 승부수 [이게머니]](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5/1027/202510271421289555_img_00.jpg)
![한화 3세 경영의 마지막 퍼즐, '한화오션'…김동관이 바다 위에 띄운 승부수 [이게머니]](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5/1027/202510271421289555_img_01.jpg)
![한화 3세 경영의 마지막 퍼즐, '한화오션'…김동관이 바다 위에 띄운 승부수 [이게머니]](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5/1027/202510271421289555_img_02.jpg)
![한화 3세 경영의 마지막 퍼즐, '한화오션'…김동관이 바다 위에 띄운 승부수 [이게머니]](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5/1027/202510271421289555_img_03.jpg)
![한화 3세 경영의 마지막 퍼즐, '한화오션'…김동관이 바다 위에 띄운 승부수 [이게머니]](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5/1027/202510271421289555_img_04.jpg)
![한화 3세 경영의 마지막 퍼즐, '한화오션'…김동관이 바다 위에 띄운 승부수 [이게머니]](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5/1027/202510271421289555_img_0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