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늬만 명품 고추장...얄팍한 상술

단독 무늬만 명품 고추장...얄팍한 상술

2010.11.05. 오전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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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유명 전통 장 제조업체가 시중의 일반 고추장으로 제품을 만들고 다른 업체의 고추장을 자사 제품으로 속여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 제품은 유명 백화점이나 홈쇼핑 등을 통해 시중에 팔려나갔습니다.

송세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강원도 정선 산골에 있는 전통 장 제조업체 공장.

전통 방식대로 항아리에 장을 담그는데다 첼로 연주를 들려주는 특별한 제조 과정 때문에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장 안에 들어서자 한 대형 식품업체의 고추장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장류 제품을 만드는 공장 안입니다.

제품에 사용하다 남은 한 식품업체의 고추장을 눈에 띄지 않도록 이렇게 천으로 덮어 숨겨놓았습니다.

추석 대목을 앞둔 지난 9월 이 업체의 거래 내역서입니다.

대형 식품업체로부터 고추장 3,000kg을 납품받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 고추장 가운데 절반 이상이 황태·더덕 장아찌와 쌈장 등을 만드는데 사용됐습니다.

손수 담근 고추장을 사용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자동화 시설로 생산된 시중의 일반 고추장을 섞어 사용한 것입니다.

[인터뷰:공장 직원]
"진짜 믿고 먹는다. 비싸도 산다. 이런 식으로 계속 샀거든요. 그런데 그 분들을 속인다는 것은 진짜 그렇잖아요."

이렇게 만든 장류 제품은 정가로 3억 4,000만 원어치.

지금도 백화점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터뷰:메주와 첼리스트 관계자]
"일부 매입해서 저희 고추장하고 일부 섞어서 썼습니다."

심지어 지난해엔 또 다른 업체의 고추장 2,000kg을 구매한 뒤 상표와 용기만 바꿔 판매했습니다.

[인터뷰:납품 업체 관계자]
"한 번이 아니고 1,000kg씩 두 번 가져갔어요. 고추장만..."

업체 측은 고추장 재고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업체의 고추장을 사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메주와 첼리스트 관계자]
"제조원 표시를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장 담그는 항아리 10여 개에서 시작해 연 매출액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전문업체로 성장한 '메주와 첼리스트'.

명성에 걸맞지 않은 얄팍한 상술로 소비자를 감쪽같이 속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YTN 송세혁[sh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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