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문장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 속도와 효율이 경쟁력이 된 오늘날,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가치가 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완성하는 일, 시간과 정성을 들여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깊이입니다. 대한민국 양복 명장 김태식은 바로 그 가치를 몸소 실천하며 증명해 온 인물입니다.
김 명장은 60여 년간 재단 가위를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원단 위에 선을 긋고, 수많은 가위질과 바느질을 거쳐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양복을 완성해 왔습니다. 그의 작업대에서는 자동화된 기계음 대신 천을 가르는 가위 소리와 바늘이 원단을 통과하는 리듬이 울립니다. 빠른 생산과 대량 제작이 당연해진 시대와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그의 작업은 철저히 사람에서 출발합니다. 직접 줄자를 들고 고객의 체형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은 기본입니다. 직업과 성향, 걸음걸이와 자세까지 고려해 옷의 균형을 잡습니다. 수차례 가봉을 거치며 수정과 보완을 반복하는 과정은 결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바로 그 느린 시간 속에서 완성도와 품격이 탄생합니다. 김 명장은 “한 벌의 양복에는 수많은 선택과 책임이 담긴다.”라고 말합니다. 옷을 짓는 태도가 곧 사람의 인격을 드러낸다는 그의 신념이 담긴 한마디입니다.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의상을 제작하며 명성을 얻었지만, 그가 꼽는 가장 큰 보람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고객이 완성된 양복을 입고 거울 앞에서 미소 지을 때입니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완성도 높은 한 벌의 양복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에는, 옷을 통해 사람의 품격을 완성하고자 하는 장인의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양복은 단순한 의복이 아닙니다. 시간과 책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존중이 응축된 결과물입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일상이 된 시대에도 인간의 손과 마음이 빚어내는 가치는 쉽게 대체될 수 없음을 그는 조용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 땀 한 땀 이어온 그의 바느질처럼,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태도야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되새겨야 할 가치입니다. 오늘도 그의 작업대 위에서는 성실과 품격이 함께 재단되고 있습니다.
[김태식 / 대한민국 양복 명장 :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잖아요. 그 과정을 중요시했으면 좋겠고,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그런 마음들이 모여 우리 사회도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기획 : 한성구 / 타이틀 : 이원희 / 그래픽 : 남영련 / 음악 : 김은희 / 연출 : 강민섭, 정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