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운동 힘들어요"...학교 운동부 '불법 찬조금' 논란

중학교 축구부 학부모 채팅방에서 회비 모금
매달 1학년 60만 원·2, 3학년 70만 원 요구
초·중등교육법상 임의 모금은 ’불법 찬조금’

[앵커]
운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참 많죠.

학부모가 돈을 모아 운동부 운영비를 지원하는 경우도 상당한데요.

현행법은 불법 찬조금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원도 한 중학교 운동부에서도 이런 불법 찬조금이 논란이 됐는데, 돈 없으면 운동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학교 측의 대응, 이해는 하지만 씁쓸한 게 사실입니다.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춘천 한 중학교 축구부.

축구부원 학부모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공지입니다.

1월부터 매달 회비를 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1학년은 60만 원, 2, 3학년은 70만 원.

현행법은 이런 모금행위 자체를 불법 찬조금으로 보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교육청 지침도 마찬가지.

학부모가 운영비를 모아 사용할 경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회계에 모두 편입해 법인카드로 집행하라고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학교의 경우 학부모 대표 개인 계좌로 매달 2천만 원 가까운 회비를 모았고, 이 가운데 학교회계에 포함해 지출한 금액은 감독 인건비 보조금 40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학교 측은 운동부 기숙사 운영을 금지한 이후 식사나 간식비 등 지원이 어려워졌다며, 부모들의 자발적인 운영비 모금을 문제 삼을 수도, 관여할 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춘천 후평중학교 관계자 : 학교 회계 처리가 힘든 그런 돈에 대해서 자기네들이 쓰고 있는 것까지 우리가 찾아가서 얼마 걷었어? 그 돈 어디서 썼어? 이걸 할 수가 없다는 얘기야.]

이어 현행법과 교육청 지침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돈이 없으면 운동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춘천 후평중학교 관계자 :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사실상 운동하기가 힘들겠네요?) 힘들어요. 개인적으로 힘들고. 실업팀 가서 급여를 받으면서 훈련하기 전까지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는 (힘들어요.)]

회비 가운데 일부는 선수 출전권을 가진 감독 인건비 지원금으로도 사용됩니다.

때문에, 운동하는 자녀를 둔 부모가 운영비 모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안상태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 : 장학금을 지원한다든가 학교회계에 전입금을 확대하는 등 학교의 행정적인 문제로 풀어야지, 돈이 없으면 운동 못 하지라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굉장히 비교육적인 발언이고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춘천교육지원청은 해당 사건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등 위법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YTN 홍성욱 (hsw0504@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