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두통약 5만원에 판 약사 판결문에 '정신병력' 있는데...복지부 "몰랐다"

단독 두통약 5만원에 판 약사 판결문에 '정신병력' 있는데...복지부 "몰랐다"

2022.01.05. 오후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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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두통약이나 감기약 등을 5만 원에 팔아 경찰 조사를 받는 약사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해당 약사는 2년 전 성인용품을 약국에 전시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판결문에 정신질환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는 면허를 취소하도록 약사법에 규정돼 있는데도, 담당 기관인 보건복지부에서는 이 내용을 모르고 있었던 거로 YTN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양동훈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대전 유성구에 있는 약국입니다.

약국 안에는 5만 원이라고 적힌 가격표들이 물건마다 붙었고, 40대 김 모 씨라고 적힌 약사증은 약국 문에 걸려 있습니다.

이 약사는 두통약, 감기약 등 의약품을 개당 5만 원에 판매한 거로 조사됐습니다.

저렴한 의약품을 구매할 때는 가격을 물어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악용해 카드를 넘겨받은 뒤 결제해버리고는 환불은 거부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비슷한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약사회 등에 계속 접수되고 있습니다.

김 씨가 약국에서 벌인 비상식적인 행위는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9년 충남 천안에서 약국을 운영했을 때 약국 벽면에 낯뜨거운 성인용품을 전시하고 '마약' '이혼' 등 이해할 수 없는 문구를 써 붙여 논란이 됐습니다.

약국이 초등학교에서 수십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음란물 전시 혐의로 당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기행을 일삼는 약사가 약국을 운영해도 괜찮은 걸까.

약사법에는 일상생활이 힘든 중증 정신질환자의 경우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정신질환 판정을 받으려면 약사 스스로 검사를 받아야 해서 이 조항을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김 씨의 경우 판결문에 '양극성 정동장해', '조증 삽화 상태' 등의 정신질환 내용이 명시돼 있었는데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거로 확인됐습니다.

약사 면허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이 사실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결국, 약사 윤리 위반으로 자격 정지 15일이 내려진 이후 다른 조치는 없었고, 김 씨는 다른 지역에 약국을 열고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광민 /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 : 대한약사회에서도 관련 문제를 논의 후 조치를 요청드릴 예정입니다. 다만 그 이전이라도 보건복지부에서 면허 정지 또는 취소 등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YTN 취재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알게 된 보건복지부는 해당 판결문 내용을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추가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양동훈입니다.


YTN 양동훈 (yangdh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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