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주민 명의까지 도용 '허술한 관정 사업'

사망한 주민 명의까지 도용 '허술한 관정 사업'

2019.06.27. 오전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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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뭄 시 농업용수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관정 개발 사업이 허술하게 진행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주민 동의 절차가 무시되고 마을 이장이 사망한 주민의 명의까지 도용했지만, 자치단체는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수천만 원의 세금을 투입했습니다.

이상곤 기자입니다.

[기자]
충남 논산의 한 마을에 대형 관정 파이프가 박혔습니다.

주민들은 지난달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처음 관정 설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 마을 이장이 주민들 몰래 관정 개발을 신청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마을 이장 : 관정을 팔 때 급하게 파는 바람에 그 사람들한테 동의를 구할 시간조차 없었어요. 나중을 생각해서 판 거지.]

이장은 관정을 파기 전 제출해야 할 확약서도 주민들 이름에 맘대로 도장까지 찍어 논산시에 제출했습니다.

심지어 확약서 서명자 중에는 지난해 이미 사망한 주민도 있었습니다.

[A 씨 / 마을 주민 : 본인 이름이 들어가서 책임지겠다는 게 확약서잖아요. 그런데 주민들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아니죠. 말 못할 사람들만 여기다 써 놓은 거예요.]

주민 반발이 이어지면서 관정 공사는 마무리되지 못한 채 중단된 상태입니다.

[충남 논산시 관계자 : 지역 여건을 잘 알고 있는 해당 면에서 조사를 통해서 올라온 것에 대해 저희는 확신하고 이 지역이 필요한 지역이라고 판단해서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최근 극심한 가뭄 때에도 물 걱정이 없었는데 대형 관정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대형 관정이 지하수를 모두 빨아들여 기존 소형 관정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불편만 가중될 거라고 하소연했습니다.

[B 씨 / 마을 주민 : 200m 걸어와야지. 올라가서 호스 연결해야지. 다른 사람이 물을 가져가면 못하지. 하겠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난 그렇게는 못해.]

가뭄이 되풀이되면서 용수를 확보한다며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관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꼼꼼하지 못한 사전 조사와 절차로 땅을 파 놓고도 공사가 중단되는 등 관정 개발 현장에서 세금이 줄줄 새 나가고 있습니다.

YTN 이상곤[sklee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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