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거부에 '광주형 일자리' 표류

현대차 거부에 '광주형 일자리' 표류

2018.12.06. 오전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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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타결'로 가닥이 잡혀가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표류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차와 잠정 합의한 내용을 광주시가 수정해 역제안했는데, 현대차가 이를 거부해버린 겁니다.

오후에 열기로 했던 투자협약 조인식은 물론이고 이대로 협상 타결이 무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나현호 기자!

지난 4일만 해도 광주시와 현대차가 당장 서명할 분위기처럼 보였는데요.

어쩌다가 하루 만에 뒤집힌 겁니까?

[기자]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최근 며칠 사이에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습니다.

어제저녁 현대차가 보도자료를 냈는데요.

"광주시가 노사민정 협의회를 거쳐 제안한 내용은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광주시의 제안을 거부하겠다는 건데요.

이뿐 아니라 '협상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광주시가 현대차에 약속한 안을 변경하는 등 혼선을 초래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광주시도 수많은 쟁점이 합의됐지만, 딱 하나 남은 쟁점 때문에 타결이 무산된 게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오후 2시에 광주시와 현대차가 투자협약 조인식을 열기로 했는데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입니다.

[앵커]
'딱 하나 남은 쟁점' 때문에 타결이 무산됐다고 했는데요.

어떤 쟁점이었습니까?

[기자]
이 쟁점은 광주시와 현대차의 협상 과정 내내 발목을 잡아온 부분이기도 합니다.

광주시와 현대차의 협상안 협정서는 크게 3개인데요.

이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게 '노사 상생 발전 협정서'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1조 2항이 노동계의 반발을 산 건데요.

노동계는 이 조항이 자동차 35만대를 누적 생산할 때까지 임단협을 못하게 할 소지가 있다고 독소조항으로 판단한 겁니다.

어제 아침 10시 30분부터 광주광역시청에서 노사민정협의회가 열렸는데요.

노동계가 불참하면서 10분도 지나지 않아 오후로 연기됐습니다.

설득 끝에 오후 회의에 노동계가 참석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광주시-현대차 잠정 합의안의 '노사민정 협의회' 의결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이 의결은 조건이 따라붙었습니다.

방금 언급했던, 노동계가 '독소조항'이라고 반발한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해 이를 현대차가 받아들여 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이에 현대차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못을 박으면서 광주형 일자리 타결이 무산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광주형 일자리 사실상 타결'은 결과적으로 틀린 보도가 돼버린 거네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가요?

[기자]
광주형 일자리 협상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광주시가 현대차와 합의안을 도출해야 하고요.

다음 이 합의안을 광주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의결을 받아야 합니다.

이후 현대차와 투자협약 조인식을 여는 건데요.

그제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노사민정협의회에서의 의결이 남아 있었는데요.

광주시가 협상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하더라도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얼마든지 제동이 걸릴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사실상 타결이라고 하기엔 아직 설익은 상태였던 겁니다.

노사민정 취지를 무시한 광주시도 문제입니다.

노동계는 광주형 일자리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협상 전권을 위임했는데요.

앞서 언급한 '독소조항'은 지난 6월에도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며 삭제를 요구했던 조항입니다.

5년간 임단협을 못하게 하는 것은 근로자 참여법과 노동조합법도 어기는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결국, 광주시는 이를 삭제했는데, 이름만 바꿔서 잠정합의문에 포함된 겁니다.

지금까지 광주형 일자리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것도 광주시가 노동계를 외면했던 탓도 있습니다.

[앵커]
현대자동차 노조도 지금 광주형 일자리사업에 반발해 부분파업에 돌입했죠?

[기자]
현대차 노조는 줄곧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나쁜 일자리'로 규정하고 반대해 왔는데요.

오늘 오후부터 주·야간 2시간씩 총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추가 파업일정과 수위는 최종 협약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불법 파업을 해서라도 광주형 일자리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광주에 경차 10만 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세우면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광주형 일자리 협약을 주도한 현대차 담당자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앵커]
광주형 일자리가 파행을 빚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까지 반발해, 앞이 막막해 보입니다.

광주형 일자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협상 타결은 무산됐지만, 아직 길은 열려 있습니다.

광주시와 현대차 모두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건데요.

현대차는 어제 보도자료에서 "광주시가 향후 신뢰를 회복하는 조치를 해서 투자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광주시도 협상 타결이 무산됐지만, 앞으로 시간을 갖고 다시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불씨를 다시 살려 재협상에 돌입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지금까지 광주에서 전해드렸습니다.

나현호 [nhh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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