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희의출발새아침] 아카데미 수상소감은 어록으로 기록될 것

[노영희의출발새아침] 아카데미 수상소감은 어록으로 기록될 것

2020.02.11. 오전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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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의출발새아침] 아카데미 수상소감은 어록으로 기록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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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0년 2월 11일 (화요일)
□ 출연자 : 윤성은 영화평론가

- 관계자에 따르면 "밤새도록 술마시겠다" 수상소감 지킨 것으로
- <1917>은 단순한 전쟁영화기보다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
- 아카데미상 수상에 배급사의 역할도 커
-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도 인종 다양성을 고려한 것처럼 보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어제 LA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총 4개의 상을 휩쓸면서 정말 이변을 일으켰는데요. 어제의 기대에 찬 현지 분위기를 우리 윤성은 영화평론가가 어제 오전에 전해주셨는데, 오늘도 이 기쁜 소식을 같이 나누려고 전화 연결해봤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 윤성은 영화평론가(이하 윤성은): 안녕하십니까.

◇ 노영희: 목소리가 활기차십니다. 거기 지금 몇 시예요, 지금?

◆ 윤성은: 지금 여기는 오후 2시30분 조금 넘었네요.

◇ 노영희: 어제 봉준호 감독이 저녁에 술 마셔야겠다 했는데 정말 많이 드셨습니까?

◆ 윤성은: 네, 같이 마시진 못했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아마 늦게까지 드신 걸로, 그렇게 들었습니다.

◇ 노영희: 그랬군요. 약속을 잘 지키는 봉준호 감독이네요. (웃음)

◆ 윤성은: 원래 술은 잘 못 드신다고 합니다. 그냥 하도 수상소감을 많이 말하다 보니까 좀 밑천이 떨어져서 술 얘기까지 했다. 

◇ 노영희: 밑천 떨어져서 임기응변으로 한 말이었군요, 그 얘기가. 어제 저희하고 방송하시고 난 다음에 ‘햄버거 가게’라는 키워드가 헤드라인에 떴어요. 평론가님이 말씀하신 그 '일상 속에 있는 단어, 햄버거 가게' 이게 우리 국민에게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준 게 아닌가 싶은데 이번에도 분위기를 한 번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전달해주시죠, 어제 관련해서.

◆ 윤성은: 네. 일단 시상식장의 분위기가 사실상 저는 어제 전화 통화를 할 때도 작품상까지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좀 했었는데, 시상식장의 분위기 자체가 정말 기생충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생충이 각본상을 가장 먼저 받고, 그때부터도 투표에 참여한 아카데미 멤버들이 다 너무나 뜨겁게 열광적으로 반응을 해줬었는데요. 그 분위기가 이제 감독상과 작품상까지 계속 이어졌죠. 그래서 항상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이번에 기생충의 수상은 정말 받을 만한 작품이 받았다. 그런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노영희: 어제 우리 국민들 정말 요즘 하도 즐거운 소식이 없다가 어제 기생충 때문에 너무너무 즐거워하고 오늘 아침까지도 계속 그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상황에서 한 번만 더 정리해주시면, 제일 중요한 게 작품상이잖아요. 작품상을 우리가 받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될까요?

◆ 윤성은: 지금까지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한 번도, 91년까지죠. 올해가 92년째니까. 91년 동안 한 번도 외국어로 된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완전히 아카데미 역사를 다시 쓰게 된 그런 사건입니다. 그리고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 또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은 경우는 지금까지는 단 한 번밖에 없었고 그것도 60년이 넘은 이야기거든요. 만약에 이런 역사가 다시 쓰여지려면 또 다른 64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노영희: 그렇게 보시는군요. 그리고 지금 봉준호 감독이 어제 얘기한 것 중의 하나가 또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5개로 나눠가지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 수상소감은 왜 전기톱으로 아까운 상을 자른다는 거예요?

◆ 윤성은: 일단 미국과 전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그 영화 시리즈의 제목을 인용해서 그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한 것인데요. 본인이 평소에 좋아하고 또 존경해왔던 그런 감독들과 똑같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도 너무나 감격스러운데 상까지 받게 되니까 그것을 똑같이 나눠주고 싶다,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표현을 한 건데. 이태까지 봉 감독이 항상 시상식장에서 상을 받으면서 하는 수상소감들이 다 거의 어록이 만들어질 정도로 그렇게 재미있고 또 의미 있는 것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아마 이 멘트가 오랫동안 기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노영희: 그러니까요. 어제 트위터에도 난리가 났던데. 사실 더 의미가 있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봉준호 감독하고 송강호 배우는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원래는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던 분들 아닙니까? 

◆ 윤성은: 네, 그렇죠. 아마 정치적인 어떤 색깔이든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그 정권에서는 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 인사였던 것 같은데요. 또 이제 지금 기생충이란 작품으로 상을 받게 돼서 아마도 너무나 기쁠 것 같습니다.

◇ 노영희: 인정을 받고 실질적으로 본인의 예술성 문화성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대중에게 받아들여졌다는 게 상당히 큰 의미가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어제 시상식 시작 전에 평론가님께서 우리가 얘기하면서 <1917>이 기생충보다 근소한 차이로 조금 앞서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살짝 비치기도 하셨단 말이에요. 그리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런 것처럼 실제 전쟁영화에 감동을 담고 있는 소재가 매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좋아하는 거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만약에 어제 것만 두고 본다면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소재 트렌드가 변했다거나, 아카데미 시상식의 방향이 바뀌었다거나, 이렇게 또 얘기할 수 있습니까?

◆ 윤성은: 그렇게까지 얘기하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고, 좀 뭐랄까요, 과장된 부분이 있는데요. 잘 만든 전쟁영화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부분도 있고 휴머니즘도 들어가고, 또 전쟁의 참상이 주는 메시지가 있으니까요. 어느 시기에나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긴데, <1917> 같은 경우에는 단순한 전쟁영화라기보다는 형식적으로 너무나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고, 그런 부분이 많은 평가를 받았고, 그래서 작품상 후보까지 강력하게, 강력한 후보로 올라 있었는데 기생충과의 경합에서는 결국 기생충이 승리를 하게 됐습니다.

◇ 노영희: 그랬군요. 그리고요. 우리가 또 주목해봐야 할 게 아까 작품상 이야기했지만 외국어 영화가 각본상 탄 게 사실 또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도 사실 지난번에 제일 처음에 평론가님하고 이야기할 때도 번역이라고 하는 것이 가지는 게 미국에서 통하는 시대가 됐다. 이렇게 얘기했던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윤성은: 그렇습니다.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는데요. 작년 칸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기생충이 선보였을 때, 그때부터도 번역가인 달시 파켓이 상당히 주목을 받았는데. 미국인들, 영어권 네이티브들의 정서에 맞게 정말 잘된 번역이 잘 전달돼서 사실 거의 다 한국적인 영화라고들 많이 기생충을 이야기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어권 관객들에게도 호응을 샀던 것 같습니다.

◇ 노영희: 지역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의미 전달이 중요할 텐데. 예컨대 달시 파켓이 한국 20년 이상 거주했지만 아주 디테일한 부분은 봉테일이, 우리 봉준호 감독이 의미를 도왔다고 이야기하던데. 예컨대 서울대학교 같은 경우는 옥스퍼드 이런 식으로 바꾸고, 그리고 또 중요한 게 조여정 씨가 거기 나오는 충숙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분한테 ‘짜빠구리 할 줄 아시죠?’ 이렇게 물어보는 게 있잖아요. 이런 짜빠구리 같은 건 어떻게 번역하는 거예요, 그러면?

◆ 윤성은: 네, ‘람동’으로 했거든요. 그러니까 라면과 우동을 섞어서 신조어를 만든 거죠, 람동이라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달시 파켓과 친분이 있어서 좀 물어봤습니다. 람동이라는 건 그 사람들도 원래 아는 단어냐, 어떻게 받아들었냐니까 자기도 모르겠대요. 그런데 본인도 그렇게 새롭게 그걸 한 번 조합해본 거죠, 시도해본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알아듣고 어차피 또 이미지가 나오니까요. 대충 약간 그 사람들 입장에선 다른 문화권 사람들 입장에서는 짜장면 같이 생기기도 했는데 거기에 막 고기 들어가고, 그렇게 만든 음식. 어쨌든 간에 알아들었을 것 같습니다.

◇ 노영희: 람동이라고 하는 말을 생각해낸 것도 대단한 것 같은데. 지금 실질적으로 보게 되면 이번에 영화가 성공하게 된 배경 중의 하나가 사실 어제 시상식에서 CJ엔터테인먼트의 이미경 대표가 가서 얘기한 것에 대해서도 얘기를 사람들이 하면서, 이게 배급사나 흥행,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같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 윤성은: 수상 결과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습니다. 기생충은 물론 너무나 훌륭하고 작품 자체만으로도 상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저력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실 이 후보에 오른 작품들 다 훌륭하기 때문에, 대부분.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 프로모션이 많이 필요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많이 필요했는데요. 그런 걸 다들 합니다. 모든 작품이 오스카 레이스, 어떤 캠페인을 다 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을 CJ가 이번에 참 잘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개봉해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상영관을 늘려가면서 입소문을 유도했고, 그리고 오스카 아카데미 멤버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런 프로모션이라든가 인터뷰라든가, 이런 것들에 또 봉준호 감독이나 송강호 씨나 이런 분들이 많이 잘 참여해줬고. 저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봉 감독이 그런 어떤 캠페인을 펼치면서 본인의 감독으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도 너무나 잘 보여줬기 때문에 또 이게 가능했다고 생각이 드네요.

◇ 노영희: 그렇군요. 지금 홍보하고 배급사의 역할 이런 것도 하셨는데, 지금 제가 듣기로 미국에서 1000개 정도 되는 극장에서 상영하고 그런다고 그러는데, 그러면 수익이 좀 어때요?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있어요?

◆ 윤성은: 여기서는 이제 관객수를 따지지 않고 매출액으로 따지는데요. 그 순위가 거의 지금까지 북미권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에서 6위 정도를 달리고 있다고. 그리고 더 넘어설 수도 있겠죠.

◇ 노영희: 상당히 흥행성적이 좋은 거죠, 그 정도면?

◆ 윤성은: 정말 좋습니다. 정말 좋은 것입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그리고 또 사실 우리나라 영화가, 혹은 미국 영화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등장하는 그런 사례가 예전에 비해서 지금 많이 나아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요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영화 <서치> 이런 것들도 보게 되면 이쪽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건가요? 다앙성이 확장되고 있다고 보는 건가요? 어떻게 봐야 합니까?

◆ 윤성은: 확실히 좀 다양성이 확장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제까지, 사실 미국 사회가 다문화 다인종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영화 속에는 백인들, 또 특히나 남성들 주인공이 많이 등장했는데 그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거죠. 같이 살고 있는 그런 유색인종들, 그리고 또 다른 타 여러 가지 문화권 사람들의 이야기가 같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배제되고 영화가 많이 제작됐었다면 지금은 조금은 거기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지고 그런 작품들도 더 많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어저께 시상식 많이들 보셨겠지만 거기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다양성을 위해서 흑인 여성, 또 여성 합창단, 여러 코러스들, 이런 부분들의 구성을 굉장히 전략적으로 했단 생각이 드네요.

◇ 노영희: 그렇군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조심해서 잘 오세요. 고맙습니다.

◆ 윤성은: 네, 감사합니다.

◇ 노영희: 지금까지 윤성은 영화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사진제공=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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