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도 분노한 '난민 최대 공동묘지'…"최소 600명 사망"

교황도 분노한 '난민 최대 공동묘지'…"최소 600명 사망"

2023.06.17. 오전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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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도 분노한 '난민 최대 공동묘지'…"최소 600명 사망"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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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600명 사망"…정확한 건 아무도 모른다

무수히 많은 소중한 생명들을 또 잃었다. 이번엔 그리스 남부 해안에서다. 지난 14일 난민을 태운 고기잡이배가 강풍에 의해 뒤집혔다. 사망자는 최소 6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배에는 어린이만 100명 가까이 타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생존자는 70명에서 100명 사이에서 엇갈리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난민이 실종됐다.

도대체 이 배에 얼마나 타고 있었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안전장치 하나 없는 불법 어선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태운 사람이 아닌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올라탄 생존자들의 증언만 있을 뿐이다. 그리스 구조 헬기가 도착했을 때 이 보트는 이미 형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라앉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난민을 태운 배가 출발한 곳은 어딜까? 바로 리비아 동부 토브쿠르 지역이다. 리비아는 유럽을 향하는 난민들의 대표적 출발지다.

교황도 분노한 '난민 최대 공동묘지'…"최소 600명 사망"

왜 리비아일까?

리비아는 유럽 특히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가장 가까운 아프리카 북부에 있다. 정세가 극도로 불안한 나라지만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이유다.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난민 대부분은 에리트레아, 나이지리아, 감비아, 소말리아, 코트디부아르 출신이다. 서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리비아로 들어가는 주요 거점은 리비아 남서부 도시인 사브하(Sabha)다.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에서 수단을 거쳐 온 사람들은 쿠프라(Kufra)를 통해 들어온 이후 리비아 북동부의 아지다비야(Ajdabiya)로 향한다. 유럽으로 향하는 보트 대부분은 리비아 북서쪽에서 출항한다. 바로 출항하지도 않는다. 더 많은 난민이 모일 때까지 민가나 농장에 머문다. 정확히 말하면 갇혀 있는 것이다.

리비아에서의 '출발'이라기보단 '탈출'이란 표현이 더 정확하다. 먼저 난민들은 고향을 떠나 리비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각종 살해 위협과 폭력, 성폭행에 노출된다. 국제앰네스티는 리비아에 머무는 난민에 대한 인권침해를 불법적인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있다. 무력이나 강요를 통해 난민들을 인도하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는 2015년 '잔혹뿐인 리비아'(Libya is full of Cruelty)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신 매매업자와 밀수업자, 무장단체의 인권침해를 하나하나 기록하기도 했다.

교황도 분노한 '난민 최대 공동묘지'…"최소 600명 사망"

난민들이 향하는 '유럽 최대 공동묘지'

"이곳은 묘비도 없이 차가운, 유럽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다"
"이주자들이 바다에서 죽어가고 있다. 희망의 배가 죽음의 배가 되고 있다"

10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후 첫 공식 방문지로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을 찾았을 때 한 말이다. 이 섬은 유럽과 북아프리카 사이에 있다. 이탈리아 땅이지만 거리로 보면 아프리카에 더 가깝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205km 떨어져 있지만 아프리카 튀니지에선 103km, 그러니까 절반밖에 안 된다.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들은 이탈리아로 향하기 위해 이 섬을 중간지로 정한다. 말 그대로 밀항지다. 리비아를 떠난 난민들도 이 섬으로 주로 향한다. '난민의섬'이자 '유럽 최대 공동묘지'로 불리는 이유다. 5천여 명이 사는 작은 섬인데 난민만 3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마실 물이나 음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난민들은 '떠난 곳'보다 '더 나은 곳'이라 이곳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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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난민 쫓아내자"…'무관심의 세계화' 비판

정치적 탄압과 빈곤을 피해 떠난 난민들은 유럽에 도착한다고 해서 이른바 '죽음의 여정'이 끝나는 게 아니다. 당장 주 도착지인 이탈리아의 극우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반난민 정서를 이용한다. 이들은 람페두사를 찾아 "범죄를 일삼는 가짜 난민을 쫓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 일종의 선거 운동 유행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정도의 차이지 난민들을 반기는 건 아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난민을 막기 위한 '벽'을 높이 더 높이 쌓고 있다. 한때 추진했던 난민에 대한 국가별 의무 배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미루고 또 미룬다. 국내 여론 때문이다.

교황이 람페두사섬을 방문을 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우리 현대인들은 이웃 형제자매들에 대한 책임감을 상실했다" '무관심의 세계화'를 비판한 것이다. 한 개인, 한 국가가 아닌 유럽 전체, 나아가 국제 사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난민과 이주자들은 언제 뒤집힐지 모를 보트에 지금도 몸을 싣고 있을지 모른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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