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벽속에 갇힌 소녀상' 철거는 미정...도쿄서 반 아베 집회

[취재N팩트] '벽속에 갇힌 소녀상' 철거는 미정...도쿄서 반 아베 집회

2019.08.05. 오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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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정부가 지난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한 이후 한일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우익과 정치권의 압력으로 일본 공공미술관에 출품된 소녀상 전시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일본 내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도쿄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황보연 특파원!

우선 소녀상 문제부터 살펴보죠.

현재 소녀상은 어떻게 돼 있는 상태인가요?

[기자]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곳은 지난 1일 개막된 일본 최대의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입니다.

전시 장소는 공공미술관인 아이치예술문화센터 입니다.

이 공공미술관 8층에 '표현의 부자유 그 후'라는 제목의 기획전 부스에 출품됐다 지난 3일 저녁부터 전시가 중단됐습니다.

소녀상이 있는 전시장 입구에는 가로,세로 3m 정도의 임시 벽이 설치돼 일반 관람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소녀상이 전시공간에서 철거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작가는 오늘 오전 YTN과의 통화에서 주최 측으로부터 소녀상 철거에 대한 통보를 받은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습니다.

주최 측에서 조만간 철거를 결정할지 아니면 전시회가 끝나는 10월 중순까지 소녀상 앞에 임시 벽을 친 현재 상태로 계속 둘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앵커]
전시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중단된 건데 과정을 좀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소녀상 전시 중단은 지난 3일 그러니까 토요일 오후에 주최 측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됐습니다.

주최 측은 전시가 시작 후 이틀 동안 소녀상 전시에 항의하는 의견이 1,400여 건이나 들어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휘발유 통을 들고 가겠다는 등 협박의 내용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람객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돼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어 보입니다

전시장인 아이치예술문화센터 아이치현 나고야 시에 있는데요.

나고야 시장이 소녀상 전시를 초반부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2일에 기자들과 전시장을 둘러 보더니 '위안부라는 역사적 사실 자체가 없을 수 있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으며 소녀상 전시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기자들 앞에서 "소녀상 보고 자신의 마음도 짓밟혔기 때문에 전시를 즉시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까지 압박에 나섰습니다.

지난 2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정계 기자회견에서 이 행사에 약 8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는데 정밀 조사해 보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 보조금은 연말에 지급되는데 문제가 있다면 안 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압력을 가한 셈입니다.

하지만 앞서도 설명 드렸지만 주최 측은 전시 중단 이유에 대해 이런 정치적인 부분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소녀 전시 중단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크다면서요?

[기자]
아사히와 마이니치 도쿄신문 등 중도 진보 성향의 일본 주요 신문들이 일제히 비판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전시 중단을 요구한 나고야 시장과 보조금으로 압박한 스가 관방장관의 발언을 겨냥했습니다.

이 같은 정치가의 언급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검열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전했습니다.

주최 측이 밝힌 비열한 협박성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사태를 통해 일본에서 표현의 자유가 손상되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났으며 정치가들이 전시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을 말하는 데 위화감을 느낀다고 비판했습니다.

소녀상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기획전에 참가한 조형 작가 나카가키 가쓰히사씨는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말했습니다.

나카가와 씨는 테러 위협 등을 이유로 전시가 중단된 것에 대해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지키기 위해 경찰이 있는 것"이라며 경비를 강화하는 절차를 건너뛰고 전시 중단을 결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일본 작가 모임은 일본 펜클럽은 성명을 통해 전시는 계속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롭게 창작하고 자유롭게 감상해야 한다면서 동감이든 반발이든 창작과 감상의 사이에 의사를 소통하는 공간이 없으면 예술의 의의를 잃어버린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이 계속되고 있고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치권의 압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반 아베를 외치는 집회가 도쿄 도심에서 있었다면서요?

[기자]
한국 때리기에 전념하고 있는 아베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일본 시민들의 집회가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 열렸습니다.

어제 오후 4시 30분쯤 도쿄 신주쿠 역 앞에 일본 시민 2백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에 한국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국가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수치"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는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 피해자에 대해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성실함도 보이지 않는 증거가 될 뿐"이라며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국과의 갈등이 아베 정권의 인기몰이를 위한 우매한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많은 일본국민이 간파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집회는 회사원 기노토 요시즈키 씨가 한국 시민의 'NO 아베' 구호에 연대의 뜻을 표하기 위해 집회를 연다는 계획을 트위터에 알리자 이를 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이뤄졌습니다.

집회를 주도한 기노토 요시즈키씨는 "아베 정권의 움직임과 한일 관계의 추이 등을 봐가면서 집회를 또 열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국내에서 일본 여행 보이콧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국 여행 자제를 사실상 권고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일본 외무성이 한국에서 최근 반일 시위가 빈발하고 있는 점을 들어 자국민들에게 '한국 여행 시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어제(4일) 홈페이지에 '일본 관련 한국 내 시위ㆍ집회에 대한 주의 환기'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띄웠습니다.

외무성은 공지문에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 데 대해 주로 부산과 서울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한국에 체류하거나 여행을 계획 중인 경우 신중히 행동해 달다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쓸데없는 분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또는 '예상치 못한 사태 등에 말려들지 않도록 하라'는 등의 문구로 한국 여행의 위험성을 은연 중에 시사하고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19일 70대 남성이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차를 세우고 분신했을 때 그리고 지난달 22일 대학생단체 등이 부산 일본 영사관에 진입해 기습시위를 벌였을 때 등 최근 20여 일 동안 4차례나 한국 여행 주의를 공지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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