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처럼 야위어"…4.7kg 아이의 짧은 생애
"집 안에는 악취가 진동…방치된 아이"
덩그러니 남은 세 가족…고립의 대물림
찾아가지 못한 복지…막지 못한 비극
우리가 놓친 위기 신호들…숨진 아이가 남긴 질문
"집 안에는 악취가 진동…방치된 아이"
덩그러니 남은 세 가족…고립의 대물림
찾아가지 못한 복지…막지 못한 비극
우리가 놓친 위기 신호들…숨진 아이가 남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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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 속에 세상 떠난 20개월 아이…우리에게 남긴 질문 [와이파일]](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6/0428/202604280600016809_d.jpg)
119 신고 후 소방·경찰 출동 CCTV (YTN 보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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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처럼 야위어"…4.7kg 아이의 짧은 생애
지난달 4일 저녁 8시 8분, 119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아이가 사망했다, 몸이 차가워졌다.'
당시 통화 기록에는 신고자인 아이의 이모부가 친모에게 뭐하고 이렇게 울고 있느냐, 신고를 빨리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질책한 정황도 담겼습니다.
아이는 몸무게 4.7kg, 또래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로 세상을 떠났고, 아이 엄마는 긴급 체포됐습니다.
당시 아이를 수습한 이는 "가죽만 남아 있어 미라 같았다"라고 기억합니다. 애타게 엄마를 찾았던 건지, 손가락에는 빨아서 짓무른 듯한 상처가 남아 있었습니다.
2026년 대한민국에서 아이가 굶어 죽었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 취재진이 찾은 빌라는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계단은 먼지가 쌓인 택배 상자와 유모차로 너저분했고, 문고리에 걸린 주머니에는 며칠 동안 꺼내지 않은 우유갑이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비어 있는 줄 알았던 집 안에서, 개 여러 마리가 날카롭게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현관문을 마구 긁어댔습니다.
"집구석에 쓰레기가 많고, 확실히 애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어요. 애는 아기 침대도, 기저귀도 없이 그냥 매트리스에 누워 있었고요."
- 아이 시신을 수습한 A 씨
지린내가 진동하고, 온갖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널려있는 난장판. 이곳에서 아이와 언니, 그리고 엄마까지 세 가족이 살았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운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습니다. 취재진은 아이 엄마를 아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말은 또박또박 잘해요. 근데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우리가 보기에는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린이집 보낼 때 시간도 제대로 못 맞춰서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 이웃 주민
이웃들의 눈에 친모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고립돼 보였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를 보거나 안다는 사람 역시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후 취재진은 실타래를 풀기 위해 경기도 양평군으로 향했습니다. 아이 엄마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만난 친인척들은 친모가 인지 발달이 늦었고, 가출을 반복하며 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두 아이를 갖게 된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첫째의 친부는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며 떠났고, 둘째의 친부도 책임지지 않은 채 자취를 감췄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친모는 아이들과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아이 엄마는 과연 혼자서 아이를 키울 능력이 있었던 걸까.'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아이 엄마는 직업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였습니다. 매달 정부에서 나오는 생계급여와 모자가정 아동양육비 등 지원금은 월평균 3백여만 원. 세 사람이 살기에 결코 부족한 돈은 아니었습니다.
"보호자가 아이들에 대해서 돈을 적절하게 분배해 양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는 거죠."
- 오윤성 /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복지 전문가들은 아이 엄마의 경우, 현금지원보다 양육 의지와 능력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더 중요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현장 행정은 대부분 서류와 비대면 조사에 머물렀습니다.
"(300만 원이 아니라) 돌봄 지원이 필요해 보여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엄마가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남자가 떠나갔잖아요. 거기서 오는 상실감과 여러 가지 혼란과 어려움이 있었을 거예요."
- 전지혜 /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지자체가 마지막으로 이 가정을 방문한 건 1년여 전, 당시 기록에는 '아이들이 잘 먹고 아픈 곳이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기 일주일 전 전화 상담에서도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복지는 아이에게 제대로 닿지도, 지켜주지도 못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공무원 1명이 기초생활수급 1천8백 세대를 관리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살던 인천 구월4동의 담당 공무원 업무량은 지난 5년 내내 인천시 136개 동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아이가 짧은 생을 마치기까지, 위기 신호는 반복됐습니다. 고립된 엄마, 아이를 외면한 친부들, 더러운 집 안 환경, 무분별하게 들인 반려동물…. 그러니까, 누군가 관심 있게 봤다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키우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하면 그 개월 수까지 키우지를 못하죠. 양육 의지가 있는데 능력이 굉장히 부족한 경우니, 주변에서 같이 좀 돌봐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 김희송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검사과 심리연구관 (심리학 박사)
검찰 공소장에는 친모가 '아이를 키우기 버겁다', '보호소에 보내야겠다', '처음부터 낳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나옵니다.
생각은 행동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가족들에게는 이웃에게 맡겼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아이를 혼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잘못은 분명 처벌받아야 마땅합니다.
검찰은 친모에게 아이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에서 아동학대살해로 혐의를 바꿔 기소했습니다. 얼마 전 첫 재판이 있었고, 이제 고의성 여부를 두고 다투게 될 겁니다.
그런데 2026년 아이가 굶어서 숨진 이 비극을 단지 '비정한 모성'으로만 결론지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 사회가 세심히 챙기지 못한 문제가 터져버린 걸까요. 아이가 남긴 질문에 우리가 답할 차례입니다.
## 정영수 (ysjung0201@ytn.co.kr)
YTN 정영수 (ysjung02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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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저녁 8시 8분, 119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아이가 사망했다, 몸이 차가워졌다.'
당시 통화 기록에는 신고자인 아이의 이모부가 친모에게 뭐하고 이렇게 울고 있느냐, 신고를 빨리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질책한 정황도 담겼습니다.
아이는 몸무게 4.7kg, 또래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로 세상을 떠났고, 아이 엄마는 긴급 체포됐습니다.
당시 아이를 수습한 이는 "가죽만 남아 있어 미라 같았다"라고 기억합니다. 애타게 엄마를 찾았던 건지, 손가락에는 빨아서 짓무른 듯한 상처가 남아 있었습니다.
2026년 대한민국에서 아이가 굶어 죽었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집 안에는 악취가 진동…방치된 아이"
인천 구월동, 숨진 20개월 아이가 살던 빌라 (YTN 보도 캡처)
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 취재진이 찾은 빌라는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계단은 먼지가 쌓인 택배 상자와 유모차로 너저분했고, 문고리에 걸린 주머니에는 며칠 동안 꺼내지 않은 우유갑이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비어 있는 줄 알았던 집 안에서, 개 여러 마리가 날카롭게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현관문을 마구 긁어댔습니다.
"집구석에 쓰레기가 많고, 확실히 애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어요. 애는 아기 침대도, 기저귀도 없이 그냥 매트리스에 누워 있었고요."
- 아이 시신을 수습한 A 씨
지린내가 진동하고, 온갖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널려있는 난장판. 이곳에서 아이와 언니, 그리고 엄마까지 세 가족이 살았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운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습니다. 취재진은 아이 엄마를 아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말은 또박또박 잘해요. 근데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우리가 보기에는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린이집 보낼 때 시간도 제대로 못 맞춰서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 이웃 주민
이웃들의 눈에 친모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고립돼 보였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를 보거나 안다는 사람 역시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덩그러니 남은 세 가족…고립의 대물림
친모는 두 아이와 덩그러니 남겨졌다 (YTN 보도 캡처)
이후 취재진은 실타래를 풀기 위해 경기도 양평군으로 향했습니다. 아이 엄마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만난 친인척들은 친모가 인지 발달이 늦었고, 가출을 반복하며 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두 아이를 갖게 된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첫째의 친부는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며 떠났고, 둘째의 친부도 책임지지 않은 채 자취를 감췄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친모는 아이들과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아이 엄마는 과연 혼자서 아이를 키울 능력이 있었던 걸까.'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찾아가지 못한 복지…막지 못한 비극
집 앞에 놓여 있는 유모차 (YTN 보도 캡처)
아이 엄마는 직업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였습니다. 매달 정부에서 나오는 생계급여와 모자가정 아동양육비 등 지원금은 월평균 3백여만 원. 세 사람이 살기에 결코 부족한 돈은 아니었습니다.
"보호자가 아이들에 대해서 돈을 적절하게 분배해 양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는 거죠."
- 오윤성 /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복지 전문가들은 아이 엄마의 경우, 현금지원보다 양육 의지와 능력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더 중요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현장 행정은 대부분 서류와 비대면 조사에 머물렀습니다.
"(300만 원이 아니라) 돌봄 지원이 필요해 보여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엄마가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남자가 떠나갔잖아요. 거기서 오는 상실감과 여러 가지 혼란과 어려움이 있었을 거예요."
- 전지혜 /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지자체가 마지막으로 이 가정을 방문한 건 1년여 전, 당시 기록에는 '아이들이 잘 먹고 아픈 곳이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기 일주일 전 전화 상담에서도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복지는 아이에게 제대로 닿지도, 지켜주지도 못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공무원 1명이 기초생활수급 1천8백 세대를 관리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살던 인천 구월4동의 담당 공무원 업무량은 지난 5년 내내 인천시 136개 동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우리가 놓친 위기 신호들…숨진 아이가 남긴 질문
현관문에 붙어있는 안내문 (YTN 보도 캡처)
아이가 짧은 생을 마치기까지, 위기 신호는 반복됐습니다. 고립된 엄마, 아이를 외면한 친부들, 더러운 집 안 환경, 무분별하게 들인 반려동물…. 그러니까, 누군가 관심 있게 봤다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키우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하면 그 개월 수까지 키우지를 못하죠. 양육 의지가 있는데 능력이 굉장히 부족한 경우니, 주변에서 같이 좀 돌봐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 김희송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검사과 심리연구관 (심리학 박사)
검찰 공소장에는 친모가 '아이를 키우기 버겁다', '보호소에 보내야겠다', '처음부터 낳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나옵니다.
생각은 행동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가족들에게는 이웃에게 맡겼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아이를 혼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잘못은 분명 처벌받아야 마땅합니다.
검찰은 친모에게 아이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에서 아동학대살해로 혐의를 바꿔 기소했습니다. 얼마 전 첫 재판이 있었고, 이제 고의성 여부를 두고 다투게 될 겁니다.
그런데 2026년 아이가 굶어서 숨진 이 비극을 단지 '비정한 모성'으로만 결론지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 사회가 세심히 챙기지 못한 문제가 터져버린 걸까요. 아이가 남긴 질문에 우리가 답할 차례입니다.
## 정영수 (ysjung0201@ytn.co.kr)
YTN 정영수 (ysjung02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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