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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8월 27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세홍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지금으로부터 무려 37년 전, 일본에서 벌어졌던 이 사건 지금 들어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끔찍하단 생각이 드는 사건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사건과 아주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과연 이들은 무엇을 묻기 위해, 땅을 파고,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었기에, 혹여 누구에게 들키진 않을지 이토록 걱정했던 걸까요. 얼핏 예상하셨겠습니다만, 그렇습니다. 그 ‘무엇’이라는 건 한 여고생의 시신이었습니다. 20대 남성 4명과 10대 여중생 3명이 한 여고생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살해하고, 그 시신을 감추기 위해 암매장했던, 일명,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이었죠. 그들의 행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지독하고 악랄했다, 알려졌는데요. 재판 과정에서는 가해 여중생들의 편지가 공개돼 관심이 쏠리기도 했죠.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있었을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박세홍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박세홍 변호사(이하 박세홍): 네, 안녕하세요. 박세홍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사람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나, 심지어 가해자들 나이가요. 너무 어려서, 더 충격적이었던, 그런 사건 아니었나 싶거든요.
◇박세홍: 맞습니다. 가해자들의 연령이 10대에서 20대 초중반에 불과한데, 그 범행 수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혹해서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죠. 사건의 시작은 201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피해자인 윤 모 양은 당시 고등학교 1학년, 만 15세였습니다. 경기도에 살다가 경남 김해로 전학을 왔는데,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합니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윤 양은 자연스럽게 어울릴 곳을 찾다가 가해자 무리와 알게 됐고, 이들이 가출을 유도하면서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피해 여학생이 가출을 했나요?
◇박세홍: 네, 결국 3월 15일에 가해자 중 한 명의 친구였던 김모 씨를 따라 가출했습니다. 그런데 이 무리는 소위 '가출팸'이었습니다. 이들은 윤 양을 부산의 한 여관에 머물게 하면서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윤 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했습니다. 채팅 사이트를 통해 성매수 남성들을 물색했는데,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제압이 쉬운 나이 많은 남성들을 선호하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이원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여학생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무리에 남아있었다는 건 아무리 노력해도 도망갈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었던 거겠죠?
◇박세홍: 네,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지속적인 감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던 중 3월 29일, 윤 양의 아버지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게 됩니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성매매 강요 범죄가 발각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윤 양에게 '성매매 사실을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다짐을 받은 뒤에 일단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경찰이 학생을 찾아냈나요?
◇박세홍: 아니요, 가해자들이 먼저 선수를 친 거죠. 그런데 집에 돌아간 윤 양이 아버지에게 성매매 사실을 털어놓았다는 소식을 지인을 통해 전해 듣게 됩니다. 이에 격분하고 또 범행이 드러날까 두려워진 가해자들은 바로 다음 날인 3월 30일, 윤 양이 다니던 교회까지 찾아가 예배를 드리고 있던 윤 양을 강제로 다시 끌고 나왔습니다.
◆이원화: 집으로 돌아간 지 단 하루만에 다시 지옥과도 같은 곳으로 끌려오게 된 거네요?
◇박세홍: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하루 만에 다시 지옥으로 끌려온 거죠. 이때부터는 이전보다 훨씬 더 끔찍한 학대가 시작됩니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울산과 대구 등지의 모텔을 옮겨 다니며 윤 양을 감금했습니다. 그러다 4월 4일, 윤 양이 모텔 컴퓨터로 페이스북에 접속한 것을 발견하고는 '위치를 노출했다'는 이유로 무자비한 집단 폭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조를 짜서 24시간 감시 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이원화: 이야기해주신 걸 들어보면, 이 여학생이 도저히 버텨낼만한 수준이 아니란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고 이 가해자들이 병원에 데려가거나, 밥이라도 잘 먹이거나 했을 것 같지도 않고요. 어땠습니까?
◇박세홍: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과 가혹행위가 이어졌습니다. 냉면 그릇에 소주 2병을 부어 강제로 마시게 하고, 토하면 그 토사물을 다시 핥아 먹게 했습니다. 뜨거운 물을 몸에 그대로 부어버리는 끔찍한 짓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런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로 윤 양은 온몸에 화상을 입고 물집이 터져 피부가 벗겨지는 등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고, 이온음료 외에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못했습니다. 가해자들은 윤 양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행 발각이 두려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윤 양은 4월 10일 새벽, 차디찬 승용차 뒷좌석 바닥에서 탈수와 쇼크로 인한 급성 심장정지로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악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신을 유기하기로 공모하고, 신원 확인을 불가능하게 하려고 불을 붙인 뒤 1차로 암매장했습니다. 그러고도 불안했던 이들은 며칠 뒤 시신을 다시 파내 다른 야산으로 옮겨, 이번에는 시멘트 반죽을 뿌리고 돌과 흙으로 덮어 2차 암매장을 했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앞서도 이야기 나온 것처럼, 37년 전 즈음 발생했던, 일본의 콘크리트 여고생 살인사건과 너무 흡사하다,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다니 너무 끔찍하다는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었거든요?
◇박세홍: 네, 맞습니다. 10대들이 피해자를 장기간 감금하고 잔혹하게 학대해 살해한 뒤,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이용해 시신을 유기했다는 점에서 일본 사건과 매우 유사해 더 큰 충격을 줬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이원화: 혹시 피해학생의 아버지가 다시 가출신고를 해서 경찰이 수사를 통해 잡았다거나 그랬나요?
◇박세홍: 안타깝게도 아니었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나중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찰에 딸을 찾아달라고 몇 번이나 매달렸지만, 단순 가출로만 보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수사만 제대로 됐다면 딸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하며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원망했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어떻게 알려지게 된 겁니까?
◇박세홍: 정말 기가 막힌데요. 이 사건의 주범 3명과 여중생 1명이 윤 양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지 불과 9일 뒤인 4월 19일, 대전에서 또 다른 강도살인 사건을 저질렀습니다. 과거 조건만남을 했던 40대 남성이 돈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그를 유인해 금품을 갈취하려다 남성이 반항하자 20kg짜리 대형 화분으로 머리를 내리치고 담뱃불로 몸을 지지는 등 무자비하게 폭행해 살해한 겁니다. 경찰은 바로 이 '대전 성매수남 강도살인 사건'을 수사하다가, 붙잡힌 가해자 중 한 명인 양 모양이 김해 여고생 실종 사건과도 연관된 사실을 파악했고, 끈질긴 추궁 끝에 윤 양의 시신을 찾게 된 것입니다.
◆이원화: 사람을 죽여 놓고 얼마 되지도 않아 또 범행을 저질렀던 건데 이런 부분도, 재판부에서 추후 처벌 수위를 정하거나 할 때 영향을 미치겠죠?
◇박세홍: 네, 당연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단기간에 연달아 살인이라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고, 교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정황입니다. 재범 위험성이 극도로 높다는 점을 입증하는 강력한 가중처벌 사유가 되죠. 실제로 검찰이 주범들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법원이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데에는 이 '대전 강도살인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원화: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범죄 백화점이라고 불러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였다, 적용된 혐의가 22개였다던데요? 변호사님 이런 경우 본 적 있으세요?
◇박세홍: 실무상 형사사건을 다루다 보면 9개~10개 정도의 여러 혐의가 적용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22개에 달하는 혐의가 적용되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입니다. 괜히 '범죄 백화점'이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닙니다. 혐의 내용을 보면 살인, 강도살인은 물론이고 사체유기, 특수절도, 공동감금,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성매매 알선, 무면허운전 등 그야말로 온갖 강력범죄와 잡범죄가 망라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짧은 기간 동안 무법천지로 날뛰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원화: 문제는 가해자들 중에 10대 여중생들이 있었잖아요, 이러면 살인 혐의가 들어간다고 해도 소년법 적용 받는 겁니까?
◇박세홍: 네, 그렇습니다.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소년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소년법은 아시다시피 성인과 달리 교화와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형량이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특이한 주장이 나왔습니다. 가해 여중생들이 변호인을 통해 "우리도 가해 남성들의 협박과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한 겁니다. 자신들 역시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등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였다는 취지의 편지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원화: 재판부 판단은 어땠습니까?
◇박세홍: 재판부는 실제로 그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판결문에 "여자 피고인들이 남자 공범들에게 성매매를 강요받는 등 '가해자 겸 피해자'라는 이중적인 지위에 있었다"고 명시하며, "사건의 참혹한 결과를 이들에게만 탓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점이 참작되어 형량이 다소 감경된 부분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무기징역, 징역 35년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10대 여성 공범들은 각각 장기 9년에 단기 6년, 장기 7년에 단기 4년 등의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무기수와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은 3명을 제외한 나머지 공범들은 모두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상태입니다. 이 사건은 범죄의 잔혹성뿐만 아니라, 가해 집단 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역학 관계와 소년법의 적용 문제를 다시 한 번 사회에 큰 숙제로 남겼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5년 8월 27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세홍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지금으로부터 무려 37년 전, 일본에서 벌어졌던 이 사건 지금 들어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끔찍하단 생각이 드는 사건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사건과 아주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과연 이들은 무엇을 묻기 위해, 땅을 파고,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었기에, 혹여 누구에게 들키진 않을지 이토록 걱정했던 걸까요. 얼핏 예상하셨겠습니다만, 그렇습니다. 그 ‘무엇’이라는 건 한 여고생의 시신이었습니다. 20대 남성 4명과 10대 여중생 3명이 한 여고생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살해하고, 그 시신을 감추기 위해 암매장했던, 일명,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이었죠. 그들의 행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지독하고 악랄했다, 알려졌는데요. 재판 과정에서는 가해 여중생들의 편지가 공개돼 관심이 쏠리기도 했죠.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있었을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박세홍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박세홍 변호사(이하 박세홍): 네, 안녕하세요. 박세홍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사람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나, 심지어 가해자들 나이가요. 너무 어려서, 더 충격적이었던, 그런 사건 아니었나 싶거든요.
◇박세홍: 맞습니다. 가해자들의 연령이 10대에서 20대 초중반에 불과한데, 그 범행 수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혹해서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죠. 사건의 시작은 201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피해자인 윤 모 양은 당시 고등학교 1학년, 만 15세였습니다. 경기도에 살다가 경남 김해로 전학을 왔는데,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합니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윤 양은 자연스럽게 어울릴 곳을 찾다가 가해자 무리와 알게 됐고, 이들이 가출을 유도하면서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피해 여학생이 가출을 했나요?
◇박세홍: 네, 결국 3월 15일에 가해자 중 한 명의 친구였던 김모 씨를 따라 가출했습니다. 그런데 이 무리는 소위 '가출팸'이었습니다. 이들은 윤 양을 부산의 한 여관에 머물게 하면서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윤 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했습니다. 채팅 사이트를 통해 성매수 남성들을 물색했는데,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제압이 쉬운 나이 많은 남성들을 선호하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이원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여학생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무리에 남아있었다는 건 아무리 노력해도 도망갈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었던 거겠죠?
◇박세홍: 네,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지속적인 감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던 중 3월 29일, 윤 양의 아버지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게 됩니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성매매 강요 범죄가 발각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윤 양에게 '성매매 사실을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다짐을 받은 뒤에 일단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경찰이 학생을 찾아냈나요?
◇박세홍: 아니요, 가해자들이 먼저 선수를 친 거죠. 그런데 집에 돌아간 윤 양이 아버지에게 성매매 사실을 털어놓았다는 소식을 지인을 통해 전해 듣게 됩니다. 이에 격분하고 또 범행이 드러날까 두려워진 가해자들은 바로 다음 날인 3월 30일, 윤 양이 다니던 교회까지 찾아가 예배를 드리고 있던 윤 양을 강제로 다시 끌고 나왔습니다.
◆이원화: 집으로 돌아간 지 단 하루만에 다시 지옥과도 같은 곳으로 끌려오게 된 거네요?
◇박세홍: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하루 만에 다시 지옥으로 끌려온 거죠. 이때부터는 이전보다 훨씬 더 끔찍한 학대가 시작됩니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울산과 대구 등지의 모텔을 옮겨 다니며 윤 양을 감금했습니다. 그러다 4월 4일, 윤 양이 모텔 컴퓨터로 페이스북에 접속한 것을 발견하고는 '위치를 노출했다'는 이유로 무자비한 집단 폭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조를 짜서 24시간 감시 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이원화: 이야기해주신 걸 들어보면, 이 여학생이 도저히 버텨낼만한 수준이 아니란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고 이 가해자들이 병원에 데려가거나, 밥이라도 잘 먹이거나 했을 것 같지도 않고요. 어땠습니까?
◇박세홍: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과 가혹행위가 이어졌습니다. 냉면 그릇에 소주 2병을 부어 강제로 마시게 하고, 토하면 그 토사물을 다시 핥아 먹게 했습니다. 뜨거운 물을 몸에 그대로 부어버리는 끔찍한 짓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런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로 윤 양은 온몸에 화상을 입고 물집이 터져 피부가 벗겨지는 등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고, 이온음료 외에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못했습니다. 가해자들은 윤 양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행 발각이 두려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윤 양은 4월 10일 새벽, 차디찬 승용차 뒷좌석 바닥에서 탈수와 쇼크로 인한 급성 심장정지로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악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신을 유기하기로 공모하고, 신원 확인을 불가능하게 하려고 불을 붙인 뒤 1차로 암매장했습니다. 그러고도 불안했던 이들은 며칠 뒤 시신을 다시 파내 다른 야산으로 옮겨, 이번에는 시멘트 반죽을 뿌리고 돌과 흙으로 덮어 2차 암매장을 했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앞서도 이야기 나온 것처럼, 37년 전 즈음 발생했던, 일본의 콘크리트 여고생 살인사건과 너무 흡사하다,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다니 너무 끔찍하다는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었거든요?
◇박세홍: 네, 맞습니다. 10대들이 피해자를 장기간 감금하고 잔혹하게 학대해 살해한 뒤,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이용해 시신을 유기했다는 점에서 일본 사건과 매우 유사해 더 큰 충격을 줬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이원화: 혹시 피해학생의 아버지가 다시 가출신고를 해서 경찰이 수사를 통해 잡았다거나 그랬나요?
◇박세홍: 안타깝게도 아니었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나중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찰에 딸을 찾아달라고 몇 번이나 매달렸지만, 단순 가출로만 보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수사만 제대로 됐다면 딸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하며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원망했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어떻게 알려지게 된 겁니까?
◇박세홍: 정말 기가 막힌데요. 이 사건의 주범 3명과 여중생 1명이 윤 양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지 불과 9일 뒤인 4월 19일, 대전에서 또 다른 강도살인 사건을 저질렀습니다. 과거 조건만남을 했던 40대 남성이 돈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그를 유인해 금품을 갈취하려다 남성이 반항하자 20kg짜리 대형 화분으로 머리를 내리치고 담뱃불로 몸을 지지는 등 무자비하게 폭행해 살해한 겁니다. 경찰은 바로 이 '대전 성매수남 강도살인 사건'을 수사하다가, 붙잡힌 가해자 중 한 명인 양 모양이 김해 여고생 실종 사건과도 연관된 사실을 파악했고, 끈질긴 추궁 끝에 윤 양의 시신을 찾게 된 것입니다.
◆이원화: 사람을 죽여 놓고 얼마 되지도 않아 또 범행을 저질렀던 건데 이런 부분도, 재판부에서 추후 처벌 수위를 정하거나 할 때 영향을 미치겠죠?
◇박세홍: 네, 당연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단기간에 연달아 살인이라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고, 교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정황입니다. 재범 위험성이 극도로 높다는 점을 입증하는 강력한 가중처벌 사유가 되죠. 실제로 검찰이 주범들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법원이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데에는 이 '대전 강도살인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원화: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범죄 백화점이라고 불러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였다, 적용된 혐의가 22개였다던데요? 변호사님 이런 경우 본 적 있으세요?
◇박세홍: 실무상 형사사건을 다루다 보면 9개~10개 정도의 여러 혐의가 적용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22개에 달하는 혐의가 적용되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입니다. 괜히 '범죄 백화점'이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닙니다. 혐의 내용을 보면 살인, 강도살인은 물론이고 사체유기, 특수절도, 공동감금,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성매매 알선, 무면허운전 등 그야말로 온갖 강력범죄와 잡범죄가 망라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짧은 기간 동안 무법천지로 날뛰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원화: 문제는 가해자들 중에 10대 여중생들이 있었잖아요, 이러면 살인 혐의가 들어간다고 해도 소년법 적용 받는 겁니까?
◇박세홍: 네, 그렇습니다.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소년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소년법은 아시다시피 성인과 달리 교화와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형량이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특이한 주장이 나왔습니다. 가해 여중생들이 변호인을 통해 "우리도 가해 남성들의 협박과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한 겁니다. 자신들 역시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등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였다는 취지의 편지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원화: 재판부 판단은 어땠습니까?
◇박세홍: 재판부는 실제로 그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판결문에 "여자 피고인들이 남자 공범들에게 성매매를 강요받는 등 '가해자 겸 피해자'라는 이중적인 지위에 있었다"고 명시하며, "사건의 참혹한 결과를 이들에게만 탓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점이 참작되어 형량이 다소 감경된 부분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무기징역, 징역 35년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10대 여성 공범들은 각각 장기 9년에 단기 6년, 장기 7년에 단기 4년 등의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무기수와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은 3명을 제외한 나머지 공범들은 모두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상태입니다. 이 사건은 범죄의 잔혹성뿐만 아니라, 가해 집단 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역학 관계와 소년법의 적용 문제를 다시 한 번 사회에 큰 숙제로 남겼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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