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존경해 안두희 죽였다"…버스기사 박기서 씨 별세

"백범 존경해 안두희 죽였다"…버스기사 박기서 씨 별세

2025.07.10. 오후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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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존경해 안두희 죽였다"…버스기사 박기서 씨 별세
2018년 정의봉을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한 고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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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범 안두희를 살해한 박기서(朴琦緖) 씨가 오늘(10일) 오전 0시 10분쯤 경기도 부천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전북 정읍 출신인 고인은 경기도 부천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던 1996년 10월 23일, 인천 중구 신흥동에 거주하던 안두희의 자택을 찾아가 '정의봉(正義棒)'이라는 글귀가 적힌 40cm 길이의 나무 몽둥이로 그를 가격해 숨지게 했다.

범행 후 7시간 만에 경찰에 자수한 그는 "백범 선생을 존경했기에 안두희를 죽였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당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안두희는 1949년 6월 26일 서울 서대문 인근 경교장(현 강북삼성병원 자리)에서 김구 선생을 권총으로 암살한 인물이다. 이후 육군특무대장 김창룡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으며,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감형돼 1951년 사면된 뒤 군에 복귀했다.

박 씨는 199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았지만, 1998년 김대중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출소 이후 다시 시내버스 기사로 복귀한 그는 2002년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해 부천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2018년 10월 24일, 범행에 사용했던 정의봉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정의봉은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에 감싸져 있었다. 이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으로, 박 씨는 생전 백범과 안 의사를 모두 깊이 존경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부인 원미자 씨와 1남 1녀(박안숙·박찬종), 사위 박기훈 씨가 있다. 빈소는 부천장례식장 7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2일 오전 5시, 장지는 남양주 모란공원이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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