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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6월 19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은택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남성 A씨는 최근 채팅앱을 통해 만난 여성 B씨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요. 이 여성은 남성 A씨의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도대체 A씨의 집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권은택 변호사(이하 권은택):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최근에 보도된 사건인데요. 경찰이 아직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 알고 있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짚어볼까요.
◇권은택: 네, 사건의 시작은 전혀 다른 실종신고였습니다. 경찰이 한 10대 여성의 실종신고를 받고,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서 도착한 곳이 바로 경기도 의왕시의 한 오피스텔이었죠. 그 오피스텔에 들어갔더니, 그 실종 신고 된 여학생이 거기 있었던 겁니다. 근데 경찰이 현장에 들어가 보니까 그냥 실종 사건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 집 안에, 20대 여성 한 명이 이미 사망한 상태로 있었던 겁니다. 경찰은 애초에 실종 사건 하나 해결하려고 움직인 거였는데,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사망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이 사건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겁니다.
◆이원화: 거기가 어디였죠? 지인의 집이기라도 했나요?
◇권은택: 그 오피스텔은 남성 A씨의 거주지, 혼자 사는 집이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20대 남성 A씨와 함께 있던 10대 여성 C양은 실종신고 대상자였지만, 당시로서는 별다른 범죄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였어요. 둘은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사이입니다. A씨가 앱에 올린 글을 보고 C양이 먼저 연락을 했고, 그렇게 해서 A씨 집까지 찾아간 거죠. 그리고 나서 오피스텔 안에서 약 6시간 정도 함께 머물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원화: 어떤 거였죠?
◇권은택: 그 오피스텔 안에, C양 말고 또 다른 여성 한 명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 여성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요, 위층 복층 공간에서 숨져 있었습니다.
◆이원화: 사망한 여성이 발견됐다고요? 방금 이야기했던 10대 여성 말고 또 다른 여성이 있었단 거죠?
◇권은택: 네, 맞습니다. 앞서 실종됐다고 신고 된 C양 외에, 사망한 또 다른 여성 B씨가 그 집 안에 있었던 겁니다. 같은 공간에 두 명의 여성이 있었던 건데, 한 명은 살아 있었고, 한 명은 이미 며칠 전 사망한 상태였던 거죠. 이 여성 B씨는 A씨와 며칠 전 채팅 앱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이였어요. 둘은 몇 차례 대화를 나눈 뒤, B씨가 A씨 집에 직접 찾아온 걸로 보이고요.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우울감이나 삶에 대한 비관을 토로한 내용의 대화 기록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현장에 남겨진 유서예요. 사망한 B씨 본인의 유서뿐 아니라, A씨 명의로 작성된 유서도 함께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단순히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와 곁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 A씨도 이 사건의 적극적인 참여자였을 가능성을 드러내는 단서가 나온 겁니다. 다행히 C양은 위층에 B씨의 시신이 있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고요, 그 덕분에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C양은 직접적인 2차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사의 초점은 명확해졌죠. 경찰이 판단하기엔, 이 사망한 여성 B씨의 죽음에 A씨가 단순히 ‘같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원화: 이 남성은 뭐라던가요?
◇권은택: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자고 일어났더니 이미 숨져 있었다"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은 어떤 범죄적 행위도 하지 않았고, B씨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는 입장이죠. 하지만 그 진술만으로는 수사기관이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B씨가 사망한 이후에도 A씨는 아무런 신고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며칠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또 다른 여성, 10대 여학생 C양을 그 집으로 불러들였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이게 단순히 우연이라거나 방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요. 결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식으로 부검을 의뢰했고, 사망 시점, 약물 여부, 외부 손상 유무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A씨를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다만 B씨의 사망에 A씨가 직접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원화: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죄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이게 말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어서요.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이란 게 일반적인 살인죄나 그냥 촉탁살인죄와는 차이가 있는 거죠?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권은택: 네, 이름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굉장히 중요한 차이가 있는 죄명입니다. 먼저 ‘촉탁살인’이란 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나를 죽여달라"고 요청한 경우, 그 요청을 받아서 실행한 걸 말합니다. 가령, 고통이 극심한 환자가 가족에게 "차라리 죽여달라"고 말하고 가족이 정말 그렇게 했을 경우 물론 처벌은 되지만,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는 구조예요. 그런데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은 그 반대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피해자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속임수로 피해자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킨 사람이 있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A씨가 "나는 죽을 거다, 너도 죽을래?", "우린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야"라는 식의 자살 공모, 심리적 압박을 반복해서 했고, 그 결과 B씨가 자살 결심을 하게 됐다면 이건 자살이 아니라 살인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는 겁니다. 형법상으로도 살인죄와 동일한 수준의 형량이 가능합니다. 만약 A씨가 B씨의 사망에 직접 개입한 정황 등이 드러날 경우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 또는 살인 등 혐의로 죄명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이원화: 그 부분은 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질 필요가 있어 보이고요. 일단,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더라도, 타인의 개입이 있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라는 건데 그런데 이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채팅앱에서 대화 나눈 것 말고 다른 게 나올 여지가 있을까요.
◇권은택: 말씀하신 대로, 문제는 어떻게 입증하느냐 입니다. 현실적으로 목격자가 없고, 물리적 폭행이 없는 상황에서 ‘심리적 강요’라는 걸 법적으로 증명하려면 굉장히 정밀하고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채팅 앱 대화가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되고, 피해자의 인터넷 검색기록, 메모장, 통화기록이나 메시지 이런 디지털 자료들을 분석하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원화: 이 남성이 계속 ‘자고 일어났더니 사망해있었다’ ‘기억나지 않는다’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 없었다’ 진술하면 방법이 있나요?
◇권은택: 네, 이런 경우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보는 건 행동과 정황의 모순입니다. A씨가 정말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 왜 피해자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준비하는 내용의 유서를 썼는지, 왜 다른 사람을 또 집으로 불렀는지, 이 모든 게 납득이 가야 하거든요. 단순한 부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정황과 대조해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게 됩니다. 게다가, A씨가 유서를 쓴 정황이 있고, 그 유서에 죽음을 암시하는 문구나 피해자와 함께 하겠다는 내용이 있다면, 그건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공동 실행의 계획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입증 가능한 증거’입니다. 말보다 기록, 태도, 행동의 흔적이 더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수사기관은 A씨의 진술이 아니라, 그가 죽음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그리고 그 설계에 B씨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전방위로 분석하게 됩니다.
◆이원화: 저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떠오른 게, 우울증 갤러리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매개로 한 사건들이 좀 있었잖아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기도 했었죠.
◇권은택: 2023년 초에 벌어진 부산 여고생 추락사 사건, 그야말로 온라인 자살공동체의 실체가 드러난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피해 여고생은 ‘우울증 갤러리’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20대 성인 남성들과 처음 접촉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계획하고 실행하기로 집단적으로 약속합니다. 그날, 남성 2명과 함께 부산의 한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고, 그 중 한 남성은 실행 직전 도망쳤고, 또 다른 남성은 여고생이 떨어지는 걸 눈앞에서 보고도 그냥 자리를 떴습니다. 그렇게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자살 권유 및 공모’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고, ‘우울증 갤러리’라는 커뮤니티에 대한 폐쇄 요구와 실태조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구조화된 유도, 그리고 성인 남성이 미성년자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를 경악시켰고, 실제로 이후 법적·제도적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이원화: 당시 경찰이 게시판을 닫아야 한다, 차단도 요청했었지만 결국 안됐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권은택: 네, 맞습니다. 그때 부산 여고생 추락사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청소년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포털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가 자살 방조와 성착취 논란에 휩싸이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게시판 차단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방심위는 법률자문을 거쳐 차단이 필요한 게시물의 양이 많지 않고, 우울증 환자들이 해당 공간에서 위로받는 효과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게시판 자체 폐쇄는 어렵고, “문제가 되는 개별 게시글만 차단 조치하자”고 결론을 내렸고, 디시인사이드 측에도 자율적으로 관리해달라는 권고만 나갔습니다.
◆이원화: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긴 했나요?
◇권은택: 네, 일부 가담자들은 실제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특히 부산 여고생 추락사 사건에서는 당시에 현장에 함께 있었던 성인 남성 2명 가운데 1명은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되어 실형을 선고받았고요. 또 다른 1명도 범행 전후 정황에 따라 공범 여부를 두고 수사를 받았습니다.
◆이원화: 당시 그야말로 사회가 발칵 뒤집혔던 기억이 나는데, 중요한 건, 이후에 그러면 뭐가 달라졌냐..이 부분 아닐까 싶거든요. 어땠습니까.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나아진 부분이 있었나요?
◇권은택: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달라진 게 거의 없습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사후 대응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는 현재 정상 운영 중이고, 특히 익명 채팅 앱이나 텔레그램 같은 비밀 채널은 여전히 사각지대입니다.
◆이원화: 최근에도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이 실형을 받기도 했죠.
◇권은택: 네, 맞습니다. 정말 안타깝고도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2024년 6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사건인데요. 당시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10대 여학생들에게 접근한 20대 남성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한 뒤 협박까지 한 사건입니다. 이 남성은 피해자에게 “비행기 티켓값 줄 테니 서울로 놀러 오라”고 유인해 자신이 거주하던 서울과 인천의 오피스텔로 데려왔고, 거기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중학생, 즉 미성년자였는데, 이 남성은 법정에서 “피해자가 성인인 줄 알았다”, “합의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 있다고 판단해 결국 징역 8년, 그리고 출소 후 5년간 보호관찰,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까지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성범죄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를 온라인에서 골라낸 뒤, 치밀하게 유인하고, 협박과 착취로 이어진 복합적 범죄였습니다. 법원도 판결문에서 “나이 어린 피해자가 감내할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다시금 우리가 확인하게 되는 건, ‘우울증 갤러리’ 같은 커뮤니티가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끈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사냥터가 될 수 있다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법적·제도적 감시와 예방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5년 6월 19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은택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남성 A씨는 최근 채팅앱을 통해 만난 여성 B씨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요. 이 여성은 남성 A씨의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도대체 A씨의 집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권은택 변호사(이하 권은택):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최근에 보도된 사건인데요. 경찰이 아직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 알고 있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짚어볼까요.
◇권은택: 네, 사건의 시작은 전혀 다른 실종신고였습니다. 경찰이 한 10대 여성의 실종신고를 받고,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서 도착한 곳이 바로 경기도 의왕시의 한 오피스텔이었죠. 그 오피스텔에 들어갔더니, 그 실종 신고 된 여학생이 거기 있었던 겁니다. 근데 경찰이 현장에 들어가 보니까 그냥 실종 사건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 집 안에, 20대 여성 한 명이 이미 사망한 상태로 있었던 겁니다. 경찰은 애초에 실종 사건 하나 해결하려고 움직인 거였는데,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사망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이 사건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겁니다.
◆이원화: 거기가 어디였죠? 지인의 집이기라도 했나요?
◇권은택: 그 오피스텔은 남성 A씨의 거주지, 혼자 사는 집이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20대 남성 A씨와 함께 있던 10대 여성 C양은 실종신고 대상자였지만, 당시로서는 별다른 범죄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였어요. 둘은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사이입니다. A씨가 앱에 올린 글을 보고 C양이 먼저 연락을 했고, 그렇게 해서 A씨 집까지 찾아간 거죠. 그리고 나서 오피스텔 안에서 약 6시간 정도 함께 머물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원화: 어떤 거였죠?
◇권은택: 그 오피스텔 안에, C양 말고 또 다른 여성 한 명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 여성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요, 위층 복층 공간에서 숨져 있었습니다.
◆이원화: 사망한 여성이 발견됐다고요? 방금 이야기했던 10대 여성 말고 또 다른 여성이 있었단 거죠?
◇권은택: 네, 맞습니다. 앞서 실종됐다고 신고 된 C양 외에, 사망한 또 다른 여성 B씨가 그 집 안에 있었던 겁니다. 같은 공간에 두 명의 여성이 있었던 건데, 한 명은 살아 있었고, 한 명은 이미 며칠 전 사망한 상태였던 거죠. 이 여성 B씨는 A씨와 며칠 전 채팅 앱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이였어요. 둘은 몇 차례 대화를 나눈 뒤, B씨가 A씨 집에 직접 찾아온 걸로 보이고요.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우울감이나 삶에 대한 비관을 토로한 내용의 대화 기록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현장에 남겨진 유서예요. 사망한 B씨 본인의 유서뿐 아니라, A씨 명의로 작성된 유서도 함께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단순히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와 곁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 A씨도 이 사건의 적극적인 참여자였을 가능성을 드러내는 단서가 나온 겁니다. 다행히 C양은 위층에 B씨의 시신이 있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고요, 그 덕분에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C양은 직접적인 2차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사의 초점은 명확해졌죠. 경찰이 판단하기엔, 이 사망한 여성 B씨의 죽음에 A씨가 단순히 ‘같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원화: 이 남성은 뭐라던가요?
◇권은택: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자고 일어났더니 이미 숨져 있었다"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은 어떤 범죄적 행위도 하지 않았고, B씨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는 입장이죠. 하지만 그 진술만으로는 수사기관이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B씨가 사망한 이후에도 A씨는 아무런 신고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며칠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또 다른 여성, 10대 여학생 C양을 그 집으로 불러들였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이게 단순히 우연이라거나 방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요. 결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식으로 부검을 의뢰했고, 사망 시점, 약물 여부, 외부 손상 유무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A씨를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다만 B씨의 사망에 A씨가 직접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원화: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죄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이게 말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어서요.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이란 게 일반적인 살인죄나 그냥 촉탁살인죄와는 차이가 있는 거죠?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권은택: 네, 이름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굉장히 중요한 차이가 있는 죄명입니다. 먼저 ‘촉탁살인’이란 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나를 죽여달라"고 요청한 경우, 그 요청을 받아서 실행한 걸 말합니다. 가령, 고통이 극심한 환자가 가족에게 "차라리 죽여달라"고 말하고 가족이 정말 그렇게 했을 경우 물론 처벌은 되지만,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는 구조예요. 그런데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은 그 반대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피해자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속임수로 피해자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킨 사람이 있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A씨가 "나는 죽을 거다, 너도 죽을래?", "우린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야"라는 식의 자살 공모, 심리적 압박을 반복해서 했고, 그 결과 B씨가 자살 결심을 하게 됐다면 이건 자살이 아니라 살인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는 겁니다. 형법상으로도 살인죄와 동일한 수준의 형량이 가능합니다. 만약 A씨가 B씨의 사망에 직접 개입한 정황 등이 드러날 경우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 또는 살인 등 혐의로 죄명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이원화: 그 부분은 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질 필요가 있어 보이고요. 일단,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더라도, 타인의 개입이 있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라는 건데 그런데 이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채팅앱에서 대화 나눈 것 말고 다른 게 나올 여지가 있을까요.
◇권은택: 말씀하신 대로, 문제는 어떻게 입증하느냐 입니다. 현실적으로 목격자가 없고, 물리적 폭행이 없는 상황에서 ‘심리적 강요’라는 걸 법적으로 증명하려면 굉장히 정밀하고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채팅 앱 대화가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되고, 피해자의 인터넷 검색기록, 메모장, 통화기록이나 메시지 이런 디지털 자료들을 분석하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원화: 이 남성이 계속 ‘자고 일어났더니 사망해있었다’ ‘기억나지 않는다’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 없었다’ 진술하면 방법이 있나요?
◇권은택: 네, 이런 경우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보는 건 행동과 정황의 모순입니다. A씨가 정말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 왜 피해자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준비하는 내용의 유서를 썼는지, 왜 다른 사람을 또 집으로 불렀는지, 이 모든 게 납득이 가야 하거든요. 단순한 부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정황과 대조해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게 됩니다. 게다가, A씨가 유서를 쓴 정황이 있고, 그 유서에 죽음을 암시하는 문구나 피해자와 함께 하겠다는 내용이 있다면, 그건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공동 실행의 계획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입증 가능한 증거’입니다. 말보다 기록, 태도, 행동의 흔적이 더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수사기관은 A씨의 진술이 아니라, 그가 죽음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그리고 그 설계에 B씨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전방위로 분석하게 됩니다.
◆이원화: 저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떠오른 게, 우울증 갤러리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매개로 한 사건들이 좀 있었잖아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기도 했었죠.
◇권은택: 2023년 초에 벌어진 부산 여고생 추락사 사건, 그야말로 온라인 자살공동체의 실체가 드러난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피해 여고생은 ‘우울증 갤러리’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20대 성인 남성들과 처음 접촉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계획하고 실행하기로 집단적으로 약속합니다. 그날, 남성 2명과 함께 부산의 한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고, 그 중 한 남성은 실행 직전 도망쳤고, 또 다른 남성은 여고생이 떨어지는 걸 눈앞에서 보고도 그냥 자리를 떴습니다. 그렇게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자살 권유 및 공모’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고, ‘우울증 갤러리’라는 커뮤니티에 대한 폐쇄 요구와 실태조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구조화된 유도, 그리고 성인 남성이 미성년자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를 경악시켰고, 실제로 이후 법적·제도적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이원화: 당시 경찰이 게시판을 닫아야 한다, 차단도 요청했었지만 결국 안됐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권은택: 네, 맞습니다. 그때 부산 여고생 추락사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청소년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포털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가 자살 방조와 성착취 논란에 휩싸이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게시판 차단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방심위는 법률자문을 거쳐 차단이 필요한 게시물의 양이 많지 않고, 우울증 환자들이 해당 공간에서 위로받는 효과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게시판 자체 폐쇄는 어렵고, “문제가 되는 개별 게시글만 차단 조치하자”고 결론을 내렸고, 디시인사이드 측에도 자율적으로 관리해달라는 권고만 나갔습니다.
◆이원화: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긴 했나요?
◇권은택: 네, 일부 가담자들은 실제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특히 부산 여고생 추락사 사건에서는 당시에 현장에 함께 있었던 성인 남성 2명 가운데 1명은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되어 실형을 선고받았고요. 또 다른 1명도 범행 전후 정황에 따라 공범 여부를 두고 수사를 받았습니다.
◆이원화: 당시 그야말로 사회가 발칵 뒤집혔던 기억이 나는데, 중요한 건, 이후에 그러면 뭐가 달라졌냐..이 부분 아닐까 싶거든요. 어땠습니까.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나아진 부분이 있었나요?
◇권은택: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달라진 게 거의 없습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사후 대응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는 현재 정상 운영 중이고, 특히 익명 채팅 앱이나 텔레그램 같은 비밀 채널은 여전히 사각지대입니다.
◆이원화: 최근에도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이 실형을 받기도 했죠.
◇권은택: 네, 맞습니다. 정말 안타깝고도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2024년 6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사건인데요. 당시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10대 여학생들에게 접근한 20대 남성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한 뒤 협박까지 한 사건입니다. 이 남성은 피해자에게 “비행기 티켓값 줄 테니 서울로 놀러 오라”고 유인해 자신이 거주하던 서울과 인천의 오피스텔로 데려왔고, 거기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중학생, 즉 미성년자였는데, 이 남성은 법정에서 “피해자가 성인인 줄 알았다”, “합의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 있다고 판단해 결국 징역 8년, 그리고 출소 후 5년간 보호관찰,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까지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성범죄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를 온라인에서 골라낸 뒤, 치밀하게 유인하고, 협박과 착취로 이어진 복합적 범죄였습니다. 법원도 판결문에서 “나이 어린 피해자가 감내할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다시금 우리가 확인하게 되는 건, ‘우울증 갤러리’ 같은 커뮤니티가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끈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사냥터가 될 수 있다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법적·제도적 감시와 예방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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