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SPC삼립의 반복된 중대 재해, 원인은?

[팩트체크] SPC삼립의 반복된 중대 재해, 원인은?

2025.05.26. 오전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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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팩트체크]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이하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짚어볼 주제는 'SPC삼립 노동자 사망사고'인데요. 워낙 계열사도 많고 음식료 사업을 하는 업체라서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친숙하단 말이죠. 그런데 산업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사고 어떻게 일어난 건지 좀 짚어보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지난 19일 새벽 3시쯤 경기도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직원 A씨가 작업 도중 숨졌습니다.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바로는 뜨거운 빵을 식히는 작업 과정에서 제품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는데, A씨는 벨트가 잘 돌아가도록 윤활유를 뿌리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이 작업 도중에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진 걸로 전해졌습니다.
1차 부검 소견은 다발성 골절로 인한 사망이라고 나왔는데요. 말 그대로 몸의 많은 부분이 부서졌다는 뜻입니다.
사고 이후 SPC삽립은 홈페이지 등에 사과문을 게시했는데요. 사고 직후부터 공장 가동을 즉각 중단했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직원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 최휘 : SPC 계열사의 산재 사망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 선정수 : SPC그룹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는 2022년 10월 20대 여성 직원이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50대 여성 직원이 작업 중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골절상을 당하거나 20대 외주업체 직원이 컨베이어가 내려앉는 사고로 머리를 다치기도 했습니다. 또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는 2023년 8월 50대 여성 직원이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런 사고 때문에 허영인 SPC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고, 국회 국정감사에 SPC 계열사 경영진들이 불려나가 질타를 받기도 했죠.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PC 계열 공장에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발생한 산재 사고는 572건에 이르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월평균 11회 꼴로 산재 사고가 터진 셈입니다.
 
◆ 최휘 : SPC그룹은 거액을 투자해서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었잖아요. 그런데도 사고는 계속되고 있단 말이죠?

◇ 선정수 : SPC 허영인 회장은 2022년 10월 대국민사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이죠.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는데요.“향후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전사적인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 안전시설 확충 및 시설 자동화에 700억원, 작업환경 개선과 안전 문화 형성에 200억원, 사고가 발생한 SPL에는 산업 안전 개선을 위해 100억원을 집중 투자하겠다.” 라고 밝혔습니다.

◆ 최휘 : 거액을 투자해서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이었는데요. 잘 지켜졌나요?

◇ 선정수 : SPC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SPC는 안전경영을 강화하고 안전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2025년까지 산업안전 관련 1천억 원 투자를 약속하였으며, 안전설비 확충, 장비 안전성 강화, 고강도/위험작업 자동화, 작업환경 개선 등 산업 안전 강화를 위한 투자를 적극 실천하여 왔습니다. 2022년 4분기부터 2024년까지 목표 금액의 약 84%에 해당하는 835억 원을 해당기간의 계획보다 빠른 속도로 집행하였습니다."라고 하는데요.
노동계에선 안전경영시스템 집행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SPC 안전경영 합동검증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투자금이 얼마나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룹 총수가 여러 차례 대국민 사과를 하고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했음에도 또다시 사망사고가 일어났다는 건 안전 대책이 충분치 않았음을 방증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최휘 :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요. 왜 빵 공장에서 끊임없이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건가요?

◇ 선정수 : 조선소도 아니고, 건설 현장도 아니고, 유독물질을 취급하는 것도 아닌데 왜 빵 만드는 회사에서 자꾸 산업재해가 발생하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식품산업에서도 산업재해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살펴보면요. 2024년 식료품제조업의 업종별 재해율은 0.99%입니다. 모든 산업을 합쳐서 평균을 내면 재해율 0.67%가 나오는데요. 식료품제조업이 영세한 기업이 많고 설비 노후와 부족한 안전시설, 매끄럽지 못한 공정 자동화 등이 재해율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그런데 SPC의 경우엔 대대적인 안전 투자를 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SPC의 안전 대책이 제조 공정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 최휘 : 재난은 한 가지 이유 만으로는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면서요?

◇ 선정수 : 네. 산업안전과 관련해서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1대 29대 300의 법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중대한 산업재해가 1건 발생하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미한 산업재해가 29건, 그리고 산업재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징후가 300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버드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사망 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에 경상으로 이어진 사고 10건, 물적피해 30건, 사고가 날뻔한 아차사고 600건이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이번 사망사고를 포함한 SPC 계열사 산재 사망사고 사례를 살펴보면요.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노동자가 작동 중인 기계에 끼여 숨진 건데요. 공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무리한 작업이 있었다는 점도 공통점이고요. 2인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이번 사고를 살펴보면 빵을 제조하는 공정에서 마지막 과정에 빵에 수분을 제거하는데요. 나선형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위로 빵이 지나가면서 건조되는 건데요. 풀가동을 하면 이 벨트가 삐걱거려서 윤활유를 뿌려줘야 했다고 합니다. 이 작업을 하다가 아직 조사되지 않은 '어떤 이유'로 기계에 끼여서 사망한 건데요.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멈춘 뒤에 정비 작업을 해야하는데요. 왜 기계가 가동되고 있는 도중에 작업이 이뤄졌는지, 자동정지 기능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등이 밝혀져야 합니다. 이런 사고 방지하려고 1000억원을 투자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참담합니다.

◆ 최휘 : SPC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면서요? 

◇ 선정수 :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SPC그룹 계열사 브랜드 전체를 공유하면서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내용의 게시물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SPC그룹 불매운동 움직임에 대한 언론 보도도 늘어나고 있고요. 특히 이번 사고가 일어난 SPC삼립의 크보빵에 대한 불매운동이 가장 눈에 띄는데요. 크보빵은 한국프로야구를 주관하는 KBO가 SPC삼립과 제휴해 야구 구단을 상징하는 빵을 만든 제품입니다. 야구팬들을 중심으로 이 크보빵을 불매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인기에 힘입어 이 빵도 출시 3일 만에 100만봉이 팔리고, 41일만에 1000만봉이 팔리는 등 매출이 늘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는데요.
일부 야구팬들은 "노동자 피묻은 빵 먹을 수 없다"며 KBO가 SPC와 협업을 그만두라고 촉구하기도 합니다.

◆ 최휘 : SPC 계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긴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 선정수 : 네 SPC가 워낙 많은 프랜차이즈를 가지고 있다보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 직격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가 대표적인데요. 2022년 SPL 노동자 사망사고 때도 불매운동이 강하게 일어났었죠. 당연히 SPC그룹사 임직원들과 가맹점 관계자들은 매출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겠죠.
이게 참 복잡한 문제이긴 한데요. 소비자들이 '우리는 노동자의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이용하지 않는다'라고 외치면서 불매운동을 벌이면, 정작 기업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있는 가맹점주와 직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단 말이죠. 그렇지만 계속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되풀이 되는 걸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는 없는 일이고요.
그래서 가맹사업법은 가맹계약서 기재사항으로 <가맹본부 또는 가맹본부 임원의 위법행위 또는 가맹사업의 명성이나 신용을 훼손하는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로 인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에 관한 사항>을 넣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SPC삽립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가맹사업법의 '가맹본부'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지 따져봐야 할 측면이 있습니다. 원천적으로는 SPC그룹이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맹점에 피해를 끼친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그룹 차원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한 걸로 보입니다.

◆ 최휘 : 식품기업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왜 유독 SPC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두드러지는 걸까요?

◇ 선정수 : SPC삼립은 양산빵을 주력으로 사세를 키워나갔는데요. 양산빵이라는 게 제과점 빵 말고 마트, 편의점 등에서 파는 대량생산된 공장빵을 말하는 겁니다. 이 시장이 1.2조원 정도 되는데 SPC삼립이 70% 안팎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삼립, 샤니가 이 회사 브랜드이고요. 앞서 말씀드린 크보빵부터 포켓몬빵, 보름달빵, 삼립호빵, 정통크림빵 등 양산빵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죠. 또 제과점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도 역시 베이커리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기업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슈가 생기면 머리에 잘 박히고 잊혀지지 않는 거죠. 앞서 말씀드렸지만 식품업계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SPC그룹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성장한 기업인만큼 자신들이 수차례 내놓은 약속대로 "존중과 배려의 근무환경, 재해없는 일터, 신뢰받는 안전 경영 문화"를 만들어내야 하겠습니다. 그 첫번째는 안전 경영 활동의 투명한 공개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조직 내의 무엇이 안전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정확히 짚고, 그에 대한 개선책을 찾는 작업도 꼭 필요해 보입니다.

◆ 최휘 : 더 이상 안타까운 희생이 없도록 꼭 개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선정수 : 고맙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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