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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5월 21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문효정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주변을 보면요. 인생 역전을 꿈꾼다며, 매주 복권을 사는 분들도 계시지만, 반대로, “행여 당첨될까봐 안 산다” 하는 분도 계십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데, 그분들 이야길 들어보면 복권 1등에 당첨돼 끝까지 행복한 경우를 못 봤다, 심지어 가족끼리도 물고 뜯고 싸우더라, 라는 거죠.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복권 1등 당첨, 과연 행운일까요. 아니면 불행의 서막과도 같을 수 있을까요. 뉴스를 보다보면요. 인생에 다시 없을 행운이라 여겨졌던 복권 1등 당첨이 오히려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보도되곤 합니다. 지금 소개해드릴 이 형제 역시 예외는 아니었죠. 동생의 발언에 화를 억누르지 못했던 형은 흉기를 소지한 채 동생을 찾아갔고, 결국 해서는 안 될, 극단적 선택을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친동생을 살해했던 것이죠. 이 사건의 중심엔 이번에도 복권 1등 당첨이 있었는데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관련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문효정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문효정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문효정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복권 1등 당첨되는 게 길 가다가 벼락 맞을 확률보다 어렵다고 하던데, 주변에 혹시 복권 1등 된 분, 보신 적 있어요?
◆ 문효정 : 최근에 모 대기업에서 로또 1등 당첨되었다고 퇴사한 분이 있다는 소식은 들었었어요.
◇ 이원화 : 세금은 어느 정도나 떼게 되는 거죠?
◆ 문효정 : 소득세법상 복권 당첨금은 '기타 소득'으로 분류돼, 3억원을 초과하는 수령액에 대해 세율33%(기타소득세 30%+지방소득세 3%)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물론 1등 당첨되고 문제없이, 행복하게 잘 사는 분들이 더 다수겠습니다만, 뉴스에 나오는 건, 사건사고들이다 보니까 복권 1등 당첨된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들도 많이 하시는 것 같던데 돈을 왜 안주냐, 왜 허락없이 쓰냐 등등 실랑이 벌이다가 폭행으로 이어져서 재판에까지 넘겨지는 사례들도 제법 많죠.
◆ 문효정 : 네 맞습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40대 남성은 본인 집에서 아내(42)를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는데요, 당시 로또 1등에 당첨돼 수억 원의 당첨금을 탄 이 남성은 "당첨금 중 1억5천만 원을 사업 자금으로 출금해놨는데 아내가 그 돈을 주식에 허락 없이 투자해 화가 났다"는 이유로 아내를 폭행한 일도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이거 궁금하단 분 많으실 것 같은데 재미로 이런 말들 많이 하잖아요. 내가 1등 당첨되면 너 몇 프로 줄게, 라든지, 나눠갖자, 이렇게 구두로 한 약속들, 이거 법적인 효력, 있나요?
◆ 문효정 : 당첨금 분배약정으로 보아 효력이 인정 될 수도 있습니다. 말로 한 약속이라도 로또 당첨금을 나누겠다는 약정을 맺을 경우 돈을 갚으라는 요구가 있다면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존재합니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 A씨는 “기분이 좋다”며 복권 여러 장을 구입해 친구들에게 나눠주면서 “이거 당첨되면 우리 같이 나누자”고 했습니다. 이에 친구 B씨는 “나 정말 당첨되면 너한테 2억 원 줄게”라며 A씨에게 약속했고, 실제 B씨가 1등에 당첨되면서 14억을 받게 됐다. 하지만 B씨는 A씨에게 약속했던 2억 원이 아닌 8000만 원만 지급했고, 결국 두 사람은 법정 공방을 벌였는데요, 법원은 A씨와 B씨 사이에 ‘당첨금 분배 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B씨가 A씨에게 나머지 1억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 이원화 : 이런 경우도 있어요. 뭐냐면, 내가 준 돈으로 산 로또가 당첨됐다, 이것도 혹시 분할해달라, 주장할 수 있을까요.
◆ 문효정 : 내가 돈을 줄 때, 이 돈으로 산 로또가 당첨되면 분할을 해줘라 라는 약정이나 조건이 있었다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돈을 주었고 해당 돈으로 산 경우에는 분할 주장이 힘듭니다.
◇ 이원화 : 그러면, 내가 1등 당첨이 돼서 한 10억을 받았어요? 그리고 당시 이걸 가족들한테 한 1억씩 나눠줬다고 쳐보죠. 몇 년이 지나고, 내가 돈이 궁해진 거예요. 그럴 때 혹시 이 돈을 돌려달라, 소송을 할 수도 있습니까?
◆ 문효정 : 글쎄요, 이 역시 어려울 것 같습니다. 1억씩 나눠준 것도 증여에 해당하고, 돈을 줄 때 나중에 내가 어려워지면 뭐 한 5천 돌려달라, 라는 조건없이 그냥 줬다면 이미 증여 행위가 완료되었기에 나중에 돌려달라는 소송은 힘들어보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케이스들은, 물론 없었으면 하는 일들입니다만 지금부터 말씀드릴 사건은, 정말 그 놈의 돈이 뭐길래,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그런 사건들이거든요. 한 형제에게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죠.
◆ 문효정 : 네, 과거 A씨는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됐고 피해자인 동생 B씨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돈을 나눠줬습니다. 동생은 형이 준 돈을 보태 집을 살 만큼 형제간 우애가 깊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A씨가 로또에 당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돈을 빌려달라는 지인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고, A씨는 그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억대의 당첨금도 금세 바닥을 보였습니다.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던 지인들은 연락 두절 상태가 된 것이지요. A씨는 새로 연 정육점 경영난까지 겪게 됐고 동생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자도 못갚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 이원화 : 주변에 보면 꼭 이런 분들 있어요. 본인도 돈이 없으면서 누가 돈 좀 빌려달라고 하면, 가족한테 꿔서라도 빌려주는 분들, 사실 이거 알고 주변에서 빌려달라고 하는 분들이 더 나쁘지만 아무튼 참 안타깝네요.
◆ 문효정 : 더 안타까운건 이 다음부터입니다. A씨는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상환도 늦어지면서 형제의 다툼이 잦아졌고, 은행의 대출금 상환 독촉이 A씨에 이어 동생에게까지 이어지자 A씨는 동생한테서 전화로 욕설을 듣게 됐습니다. 정읍 식당에 있던 A씨는 지난 11일 오후 흉기를 들고 동생이 있는 전주의 한 전통시장으로 차를 몰고 가 다툼 끝에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 이원화 : 앞서 두 형제가 굉장히 우애가 깊었다, 이야길 해주셨는데 어떻게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는지,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 문효정 : 당시 A씨는 동생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화가 나 술을 마시고 동생을 찾아가게 되었는데요, 당시 검찰은 살인이 있었던 날 중으로 A씨를 구속기소할 예정이었으나 범행의 우발성 여부, 피해 유족의 피해지원 등을 숙고하는 차원에서 기소를 조금 미루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피고인은 잔인하게 친동생을 살해했으며, 친동생의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용서받지 못한 상태인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면서 A씨에게 살인죄로 징역 15년을 구형하였습니다.
◇ 이원화 : 변호인도 재판에서 두 형제가 우애가 깊었던 점을 참작해달라, 이런 이야길 했던 모양이던데 이런 것들이 실제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 문효정 : 변호인은 “피고인은 범행 당시를 기억 못할 정도로 당시 이성을 잃은 흥분상태였다.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면서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은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속죄하고 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전에는 우애가 깊었던 점 등을 참작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는데요, 1심 재판부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하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이후 피해자 가족에게 진정한 사과와 위자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선처를 탄원하는 합의서가 제출된 점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인다"며 징역 9년을 선고했습니다. 결국,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가 된 점을 중요하게 본 것입니다.
◇ 이원화 : 또 다른 사건 하나 더 살펴보죠. 노점상을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복권 1등에 당첨되면서 사건이 벌어졌죠.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 문효정 : 경남 창원에 살던 아내 A(당시 51)씨와 남편 B(당시 57)씨는 2000년에 결혼 후, A씨는 결혼 생활 내내 B씨의 경제적 능력 부재로 인해 자신이 노점을 하거나 보험금을 타서 생활비로 쓰는 등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결혼 생활 19년 만에 이들 부부에게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B씨가 구매한 로또복권이 1등에 당첨된 것입니다. B씨는 당시 당첨금으로 7억 80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B씨는 로또 당첨 이후 돈에 집착하면서 A씨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무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이원화 : 폭언이 있었군요.
◆ 문효정 : 네 그렇습니다, 결국 로또 당첨 1년이 채 지나지도 않은 12월 사건이 터졌습니다. 사건 당일 A씨는 B씨가 자신과 상의도 없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경남 창녕군의 땅을 구입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두 사람은 집안에서 말다툼을 벌였고 격분한 B씨가 둔기를 가져와 A씨를 위협했다. 그러자 A씨는 B씨의 둔기를 빼앗아 마구 휘둘렀는데요, B씨가 피를 흘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A씨는 들은 척도 안 하고 20여 차례 더 가격했습니다. 이 때 현장에 있던 A씨의 언니가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 이원화 :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을텐데 어떻게 됐죠.
◆ 문효정 : B씨는 사망하였습니다. 심지어 A씨는 출동한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는데도 다시 흥분하여 둔기를 들고, B씨를 때리려는 시늉을 하며 “내가 너 때문에 1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눈 돌았으니까 나 건들지 마라” 등의 말을 쏟아냈습니다.
◇ 이원화 : 119 구급대원들이 와있는데도 그럴 정도면 억눌렸던 분노가 상당했다, 싶은데, 어쨌거나 남편이 사망을 했기 때문에 살인혐의가 적용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 문효정 : 남편은 숨졌고 아내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재판 쟁점은 분명했습니다. 살인의 고의성이 있는지와 A씨의 행위가 과잉방위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과잉방위는 말 그대로 선 넘은 방어 행위를 의미하지만 정당방위의 요건을 갖춰 재판에서 감경 사유가 되기도 하는데요,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판결에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 또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피고인이 충분히 인식했거나 예견했는데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습니다. 즉, "살인의 고의성이 없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피고인의 방어 행위라기보다 피해자를 숨지게 하기 위한 살해의 범의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A씨의 '과잉방위' 주장 또한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 이원화 : 어떻게 됐죠?
◆ 문효정 : A씨에게는 징역 12년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는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씨는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20년 가까이 함께 산 부부는 로또 1등에 당첨된 지 1년도 안 돼 영영 헤어졌다. 로또 당첨의 끝은 불행이라는 세간의 속설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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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문효정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주변을 보면요. 인생 역전을 꿈꾼다며, 매주 복권을 사는 분들도 계시지만, 반대로, “행여 당첨될까봐 안 산다” 하는 분도 계십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데, 그분들 이야길 들어보면 복권 1등에 당첨돼 끝까지 행복한 경우를 못 봤다, 심지어 가족끼리도 물고 뜯고 싸우더라, 라는 거죠.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복권 1등 당첨, 과연 행운일까요. 아니면 불행의 서막과도 같을 수 있을까요. 뉴스를 보다보면요. 인생에 다시 없을 행운이라 여겨졌던 복권 1등 당첨이 오히려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보도되곤 합니다. 지금 소개해드릴 이 형제 역시 예외는 아니었죠. 동생의 발언에 화를 억누르지 못했던 형은 흉기를 소지한 채 동생을 찾아갔고, 결국 해서는 안 될, 극단적 선택을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친동생을 살해했던 것이죠. 이 사건의 중심엔 이번에도 복권 1등 당첨이 있었는데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관련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문효정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문효정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문효정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복권 1등 당첨되는 게 길 가다가 벼락 맞을 확률보다 어렵다고 하던데, 주변에 혹시 복권 1등 된 분, 보신 적 있어요?
◆ 문효정 : 최근에 모 대기업에서 로또 1등 당첨되었다고 퇴사한 분이 있다는 소식은 들었었어요.
◇ 이원화 : 세금은 어느 정도나 떼게 되는 거죠?
◆ 문효정 : 소득세법상 복권 당첨금은 '기타 소득'으로 분류돼, 3억원을 초과하는 수령액에 대해 세율33%(기타소득세 30%+지방소득세 3%)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물론 1등 당첨되고 문제없이, 행복하게 잘 사는 분들이 더 다수겠습니다만, 뉴스에 나오는 건, 사건사고들이다 보니까 복권 1등 당첨된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들도 많이 하시는 것 같던데 돈을 왜 안주냐, 왜 허락없이 쓰냐 등등 실랑이 벌이다가 폭행으로 이어져서 재판에까지 넘겨지는 사례들도 제법 많죠.
◆ 문효정 : 네 맞습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40대 남성은 본인 집에서 아내(42)를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는데요, 당시 로또 1등에 당첨돼 수억 원의 당첨금을 탄 이 남성은 "당첨금 중 1억5천만 원을 사업 자금으로 출금해놨는데 아내가 그 돈을 주식에 허락 없이 투자해 화가 났다"는 이유로 아내를 폭행한 일도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이거 궁금하단 분 많으실 것 같은데 재미로 이런 말들 많이 하잖아요. 내가 1등 당첨되면 너 몇 프로 줄게, 라든지, 나눠갖자, 이렇게 구두로 한 약속들, 이거 법적인 효력, 있나요?
◆ 문효정 : 당첨금 분배약정으로 보아 효력이 인정 될 수도 있습니다. 말로 한 약속이라도 로또 당첨금을 나누겠다는 약정을 맺을 경우 돈을 갚으라는 요구가 있다면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존재합니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 A씨는 “기분이 좋다”며 복권 여러 장을 구입해 친구들에게 나눠주면서 “이거 당첨되면 우리 같이 나누자”고 했습니다. 이에 친구 B씨는 “나 정말 당첨되면 너한테 2억 원 줄게”라며 A씨에게 약속했고, 실제 B씨가 1등에 당첨되면서 14억을 받게 됐다. 하지만 B씨는 A씨에게 약속했던 2억 원이 아닌 8000만 원만 지급했고, 결국 두 사람은 법정 공방을 벌였는데요, 법원은 A씨와 B씨 사이에 ‘당첨금 분배 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B씨가 A씨에게 나머지 1억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 이원화 : 이런 경우도 있어요. 뭐냐면, 내가 준 돈으로 산 로또가 당첨됐다, 이것도 혹시 분할해달라, 주장할 수 있을까요.
◆ 문효정 : 내가 돈을 줄 때, 이 돈으로 산 로또가 당첨되면 분할을 해줘라 라는 약정이나 조건이 있었다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돈을 주었고 해당 돈으로 산 경우에는 분할 주장이 힘듭니다.
◇ 이원화 : 그러면, 내가 1등 당첨이 돼서 한 10억을 받았어요? 그리고 당시 이걸 가족들한테 한 1억씩 나눠줬다고 쳐보죠. 몇 년이 지나고, 내가 돈이 궁해진 거예요. 그럴 때 혹시 이 돈을 돌려달라, 소송을 할 수도 있습니까?
◆ 문효정 : 글쎄요, 이 역시 어려울 것 같습니다. 1억씩 나눠준 것도 증여에 해당하고, 돈을 줄 때 나중에 내가 어려워지면 뭐 한 5천 돌려달라, 라는 조건없이 그냥 줬다면 이미 증여 행위가 완료되었기에 나중에 돌려달라는 소송은 힘들어보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케이스들은, 물론 없었으면 하는 일들입니다만 지금부터 말씀드릴 사건은, 정말 그 놈의 돈이 뭐길래,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그런 사건들이거든요. 한 형제에게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죠.
◆ 문효정 : 네, 과거 A씨는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됐고 피해자인 동생 B씨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돈을 나눠줬습니다. 동생은 형이 준 돈을 보태 집을 살 만큼 형제간 우애가 깊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A씨가 로또에 당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돈을 빌려달라는 지인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고, A씨는 그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억대의 당첨금도 금세 바닥을 보였습니다.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던 지인들은 연락 두절 상태가 된 것이지요. A씨는 새로 연 정육점 경영난까지 겪게 됐고 동생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자도 못갚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 이원화 : 주변에 보면 꼭 이런 분들 있어요. 본인도 돈이 없으면서 누가 돈 좀 빌려달라고 하면, 가족한테 꿔서라도 빌려주는 분들, 사실 이거 알고 주변에서 빌려달라고 하는 분들이 더 나쁘지만 아무튼 참 안타깝네요.
◆ 문효정 : 더 안타까운건 이 다음부터입니다. A씨는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상환도 늦어지면서 형제의 다툼이 잦아졌고, 은행의 대출금 상환 독촉이 A씨에 이어 동생에게까지 이어지자 A씨는 동생한테서 전화로 욕설을 듣게 됐습니다. 정읍 식당에 있던 A씨는 지난 11일 오후 흉기를 들고 동생이 있는 전주의 한 전통시장으로 차를 몰고 가 다툼 끝에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 이원화 : 앞서 두 형제가 굉장히 우애가 깊었다, 이야길 해주셨는데 어떻게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는지,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 문효정 : 당시 A씨는 동생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화가 나 술을 마시고 동생을 찾아가게 되었는데요, 당시 검찰은 살인이 있었던 날 중으로 A씨를 구속기소할 예정이었으나 범행의 우발성 여부, 피해 유족의 피해지원 등을 숙고하는 차원에서 기소를 조금 미루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피고인은 잔인하게 친동생을 살해했으며, 친동생의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용서받지 못한 상태인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면서 A씨에게 살인죄로 징역 15년을 구형하였습니다.
◇ 이원화 : 변호인도 재판에서 두 형제가 우애가 깊었던 점을 참작해달라, 이런 이야길 했던 모양이던데 이런 것들이 실제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 문효정 : 변호인은 “피고인은 범행 당시를 기억 못할 정도로 당시 이성을 잃은 흥분상태였다.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면서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은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속죄하고 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전에는 우애가 깊었던 점 등을 참작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는데요, 1심 재판부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하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이후 피해자 가족에게 진정한 사과와 위자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선처를 탄원하는 합의서가 제출된 점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인다"며 징역 9년을 선고했습니다. 결국,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가 된 점을 중요하게 본 것입니다.
◇ 이원화 : 또 다른 사건 하나 더 살펴보죠. 노점상을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복권 1등에 당첨되면서 사건이 벌어졌죠.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 문효정 : 경남 창원에 살던 아내 A(당시 51)씨와 남편 B(당시 57)씨는 2000년에 결혼 후, A씨는 결혼 생활 내내 B씨의 경제적 능력 부재로 인해 자신이 노점을 하거나 보험금을 타서 생활비로 쓰는 등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결혼 생활 19년 만에 이들 부부에게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B씨가 구매한 로또복권이 1등에 당첨된 것입니다. B씨는 당시 당첨금으로 7억 80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B씨는 로또 당첨 이후 돈에 집착하면서 A씨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무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이원화 : 폭언이 있었군요.
◆ 문효정 : 네 그렇습니다, 결국 로또 당첨 1년이 채 지나지도 않은 12월 사건이 터졌습니다. 사건 당일 A씨는 B씨가 자신과 상의도 없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경남 창녕군의 땅을 구입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두 사람은 집안에서 말다툼을 벌였고 격분한 B씨가 둔기를 가져와 A씨를 위협했다. 그러자 A씨는 B씨의 둔기를 빼앗아 마구 휘둘렀는데요, B씨가 피를 흘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A씨는 들은 척도 안 하고 20여 차례 더 가격했습니다. 이 때 현장에 있던 A씨의 언니가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 이원화 :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을텐데 어떻게 됐죠.
◆ 문효정 : B씨는 사망하였습니다. 심지어 A씨는 출동한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는데도 다시 흥분하여 둔기를 들고, B씨를 때리려는 시늉을 하며 “내가 너 때문에 1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눈 돌았으니까 나 건들지 마라” 등의 말을 쏟아냈습니다.
◇ 이원화 : 119 구급대원들이 와있는데도 그럴 정도면 억눌렸던 분노가 상당했다, 싶은데, 어쨌거나 남편이 사망을 했기 때문에 살인혐의가 적용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 문효정 : 남편은 숨졌고 아내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재판 쟁점은 분명했습니다. 살인의 고의성이 있는지와 A씨의 행위가 과잉방위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과잉방위는 말 그대로 선 넘은 방어 행위를 의미하지만 정당방위의 요건을 갖춰 재판에서 감경 사유가 되기도 하는데요,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판결에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 또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피고인이 충분히 인식했거나 예견했는데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습니다. 즉, "살인의 고의성이 없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피고인의 방어 행위라기보다 피해자를 숨지게 하기 위한 살해의 범의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A씨의 '과잉방위' 주장 또한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 이원화 : 어떻게 됐죠?
◆ 문효정 : A씨에게는 징역 12년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는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씨는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20년 가까이 함께 산 부부는 로또 1등에 당첨된 지 1년도 안 돼 영영 헤어졌다. 로또 당첨의 끝은 불행이라는 세간의 속설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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