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면탈에 뇌전증 악용...환자들 마음은 '피멍'

병역 면탈에 뇌전증 악용...환자들 마음은 '피멍'

2023.02.08. 오전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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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수술 뒤 상태 호전되어도 ’불안’
뇌전증 환자들, 병역회피에 질병 악용되자 ’씁쓸’
갑작스러운 발작…환자 가족에게도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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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뇌전증인 것처럼 꾸며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도록 도운 브로커와, 면탈자들에 대한 대규모 수사가 진행되며 사회적 파장이 큰데요,

정작 간질 환자라는 비하의 의미가 담긴 용어로 불리며, 오랜 세월 고통을 겪어온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또 하나의 상처가 되고 있습니다.

임성재 기자가 환자와 가족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33살 직장인 김 모 씨는 15년 전, 뇌전증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증상은 호전됐지만, 학창 시절 1주일에 두세 번씩 발작을 겼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김 모 씨 / 뇌전증 환자 : 애들 막 몰려와서 괜찮으냐고 물어보고…. (걱정되는 건) 20년 뒤에 병이 재발할 수도 있는 거고.]

최근 병역을 피하기 위해 뇌전증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는 브로커와 면탈자들의 소식을 듣자, 김 씨는 씁쓸한 감정을 누를 수 없었습니다.

[김 모 씨 / 뇌전증 환자 : 병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거라서 환자 입장에서는 병이 없어지면 (오히려) 군대 2년만 갔다 오면 끝인 거라 좋은 건데 이걸 이용하니깐 저희는 화가 나는 거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발작은 돌보는 가족도 함께 움츠러들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평생 짊어져야 할 아픔이 누군가에겐 병역 회피 수단이었다니, 뇌전증 환자의 아버지는 그저 화가 날 뿐입니다.

[이종진 / 뇌전증 환자 아버지 : 뇌전증 환자로 판명된 환자들 중에도 가짜가 있지 않겠나 의심의 눈초리도 받을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는 기분이 나쁘죠.]

무엇보다, 뇌전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애꿎은 불똥이 튀는 건 아닐까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뇌전증은 경증 환자라고 해도 병역 의무를 이행할 때 배려가 필요한데, 자칫 불필요한 의심의 시선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병역 판정 검사에서 뇌전증을 쉽게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교묘하게 파고든 병역 회피 가담자들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새로운 상처를 준 셈입니다.

[김덕수 / 한국뇌전증협회 사무처장 : 오히려 군대를 가지 말아야 할 (환자)분들이 군대를 가서 군대 내에서 위험한 상황이 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병무청은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뇌전증에 대한 병역 판정 기준을 다시 정비하는 과정에서 실제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임성재입니다.


YTN 임성재 (lsj6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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