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라이더] "6시간 떨다가 숨졌다"...시민 방치한 경찰

[뉴스라이더] "6시간 떨다가 숨졌다"...시민 방치한 경찰

2023.01.31. 오전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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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30일 날씨 기억나십니까?

그 당시 기온은 영하 8도를 기록했고 한파 경보도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그 추운 날씨에 술에 취한 남성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경찰은 즉각 출동해 주취자를 주소지에 데려다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집 안이 아닌 집 앞까지만 데려다줬습니다.

집 앞에 앉혀 놓고 경찰들은 지구대로 돌아왔고 이 60대 남성은 6시간 뒤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막차를 놓친 70대 여성이 추위를 피해 지구대에 들어갔지만, 경찰은 이 여성의 팔을 강제로 잡아끌어 내쫓고 또 다른 경찰관은 지구대 문을 잠그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부산 동부경찰서장이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지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본분을 잊은 사례가 반복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수유동의 한 다세대주택.

지난해 11월 마지막 날, 이곳에 남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습니다.

남성은 집 대문 안쪽에 쓰러져 있었는데요.

당시 서울지역의 최저 기온은 영하 8도를 밑도는 수준이었습니다.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왔을 때 남성은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사고를 당한 건 주택 위층에 세 들어 살던 60대 남성 A 씨.

A 씨는 가족 없이 홀로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웃 주민 : 한 1∼2년 됐을 걸요. 여기 옥탑 산 지 1년인가? 술을 많이 먹고 그러는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A 씨는 사고 당일 혼자 귀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른 새벽 술에 취한 상태로 지구대에 인계된 A 씨는 순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경찰관들이 정확한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자 야외 계단에 앉혀 놓고 그대로 돌아갔던 겁니다.

경찰은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뒤 업무에서 배제했습니다.

[지구대 관계자 : 업무 배제됐어요. (지구대에서) 대기하게 돼 있어요. 자세하게 제가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경찰이 시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나 경찰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7일 저녁, 한 모녀가 바다에 들어가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곧바로 출동했습니다.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던 상황이라 위험함을 느낀 경찰은 지체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승현 경장은 차가운 바다로 뛰어들어 30m 정도를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설득했습니다.

또 같이 바다에 뛰어든 전형일 경위도 어머니 옆에 있던 딸을 무사히 구조했는데요.

이들 모녀는 수년 전 남편과 아버지를 여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다행히 모녀에게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며 "다만 모녀의 심리상태가 불안하다고 판단해 병원에 입원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차가운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지만, 소중한 생명을 지키려는 간절한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집니다.

모든 경찰이 이렇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힘써주시길 바라봅니다.

인천의 한 지역 농협 조합장이 여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고 2차 가해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 어제 이 시간에도 전해드렸죠.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도 버젓이 출근하고 또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불만을 표하기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가 짊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다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사내 성폭력은 잊을 만하면 다시 불거지는 고질적인 문제인데,

그 배경을 조합장의 막강한 권력에서 찾는 목소리가 큽니다.

직원들이 피해를 겪거나 목격해도 자신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조합장의 잘못을 지적하기 어렵다 보니, 문제가 수면에 드러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되풀이된다는 겁니다.

일부 피해자들은 직장에서 여성 직원을 대하는 분위기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성토합니다.

[성추행 피해자 / 지역농협 직원 : 눈치껏 (조합장) 옆에 앉아서 일부러 술 따라주고 안주 먹여주는 분들도 계시고 그런 걸 안 하면 승진이 안 된다는 소문도 있어요.]

무엇보다,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알려도 막상 조합장이 입는 타격은 거의 없습니다.

과거 농협법에는 조합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그 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유죄가 확정되기 전 직무정지를 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와서, 확정판결 전에는 어떤 징계도 내릴 수 없다는 게 농협중앙회 입장입니다.

그러다 보니, 1심에서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합장이 버젓이 출근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헌재는 같은 결정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인 위험이 예상되는 범죄와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 등은 직무정지가 필요하다고 단서를 명시했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성폭력은 직무정지가 필요한 범죄로 볼 수 있다며, 농협 측이 헌재 결정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해석했다고 비판합니다.

[박인숙 / 변호사 : 농협에서 그거를 너무 보수적으로 해석하고 징계조차 아예 자신들이 할 수 없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피해자 보호를 하지 않으려는 의사로 보입니다.]

또, 본인도 잘못을 인정한다면 징계위원회 소집을 서두르는 동시에, 직장 내 성폭력 가해자를 엄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명확한 기준을 중앙회 차원에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앵커]
7억 원대 노조비를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진병준 전 전국건설산업노조 위원장. 차기 위원장이 정해지지 않아 여전히 조합을 장악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합원들은 노동자 권익 수호라는 본래 목적을 잃고 사조직으로 전락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비위 위원장을 몰아낼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이준엽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7억 원대 노조비를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진병준 전 전국건설산업노조 위원장.

구속된 지 반년이 넘었고 지난해 11월엔 임기도 끝났지만 진 씨는 차기 위원장이 정해지지 않아 본인이 여전히 위원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양웅기 / 전국건설산업노조원 : 어떠한 안건이나 이런 부분들을 중앙집행위원들이 해야 하는데 최측근들을 앉혀서 안건 상정조차 못 하고… 임기가 만료됐어도 측근들을 통해서 긴급사무처리 권한을 현재도 행사하는 상황입니다.]

만5천여 명이 가입한 한국노총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이승조 위원장이 수십억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문턱까지 갔다가, 빼돌린 돈을 되돌려놨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된 뒤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애초 문제를 제기했던 산하 본부는 되레 방출됐고, 이 위원장은 현장을 돌아다니며 해당 본부에 일감을 주지 말라고 건설사들에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전수호 /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련 한국연합건설산업노동조합원 : 총 60개가 넘는 팀 중 40팀이 쉬고 있어요. 이승조 위원장이 채용하지 말라고 했대요. 업체에다가 직접.]

위원장의 비리가 명백할 때 법원에 해임을 청구해서 공정한 판단을 받아보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학계와 노동계에선, 해임청구권 도입이 노조원의 자정을 돕는 제도적 장치가 될 거란 의견과,

노조 내부 분쟁을 사법기관에 맡기면 노조가 사측이나 외부 개입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섭니다.

[차진아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노조 집행부의 부패나 이런 것들을 구성원인 노조원들이 자율적으로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그런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종진 /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 과도한 사법화 우려가 있고요. 법률의 다툼을 따지는 것보다는 노동조합의 민주적 절차 과정의 요건을 개선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선 부정행위나 중대한 법령 위반이 있는데도 위원장 등 임원의 해임이 총회에서 부결되면 법원에 해임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노조법 개정안이 준비 중입니다.



YTN 정지웅 (leejh09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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