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20대 여성 노동자 끼임 사고' 그 후...얼마나 달라졌나?

[뉴있저] '20대 여성 노동자 끼임 사고' 그 후...얼마나 달라졌나?

2022.12.09. 오후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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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월간 뉴있저' 시간입니다.

이번 달에는 올 한해 있었던 큰 사건·사고를 되돌아보고 현재 상황과 대책을 점검해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SPL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사고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민대홍 피디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PD]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이른바 '끼임 사고'로 20대 여성 노동자가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었죠. 민 피디가 이 사건을 다시 짚어봤다고요?

[PD]
네, 지난 10월 15일이었습니다.

SPC 그룹 계열사인 SPL의 경기도 평택 제빵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작업자가 액체와 고체를 배합하는 '교반기'에 끼여 숨졌는데요.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현장을 천으로 덮어두고 옆에서 작업을 계속하도록 조치한 점 등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경찰이 안전장치가 설치됐는지, 안전 수칙은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지금은 상황이 어떤지 현장에 다녀왔죠?

[PD]
네, 사고가 발생한 지 오늘로 56일째인데요.

현장은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또 비슷한 식품제조업체의 상황은 어떤지 제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분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영상으로 직접 보시겠습니다.

평택 SPL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50여 일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작업 환경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제작진이 SPL 측에 현장 취재를 요청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직원을 만나봤습니다.

동료들은 아직도 비극적인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강규형 / SPL 동료 직원 : 저희가 정말 이 일에 대해서 뭐라고 할까, 안타까웠죠. 그분이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그랬고 쉬는 시간도 부족하고, 나름대로 근무환경이 안 좋아서 회사에 지원요청도 많이 하고….]

하지만 사고 이후 작업 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강규형 / SPL 동료 직원 : 일주일에 한 번씩 30분씩 교육을 시킵니다. 교육장에 가서 안전에 대한 교육도 시키고, 또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늘려주고. 지금인 2인 1조로 잘 지키도록 지금 회사에서도 인원을 많이 투입하도록 하고 인터록 장치(자동 멈춤 장치)도 노동부에서 권고한 사항대로 하는데….]

하지만 작업량과 노동 강도 등 작업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고 말하는데요.

[강규형 / SPL 동료 직원 : 주야 맞교대라는 엄청난 노동 강도로 일을 해야 하는데 과연 우리가 안전하게 안전을 다 지키면서 일을 할 수 있느냐는 거죠. 우리가 새벽에 일을 하게 되면 집중력이 굉장히 많이 떨어지거든요. 이거는 변화를 할 수 있는 건 주간 맞교대를 안 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건 이제 회사가 이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 쪽에서 개선을 해야죠 만약에 안전을 더 중요시 한다면.]

유사한 생산 공정을 갖춘 다른 공장들의 실태는 어떨까?

제작진이 산업안전보건공단 측과 울산에 있는 한 식품제조 공장을 찾아 점검해봤습니다.

[문석인 / 산업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 안전보건부 차장 : 최근에 SPL 사건 때문에 최근 한 달 동안은 식료품 제조업을 비롯하여 혼합기를 사용하는, 위험 기계 설비를 사용하는 사업장을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공장 내부에는 사람 몸집보다 큰 교반기가 여러 대 가동되고 있습니다.

액체와 고체를 혼합하는 식품 공장의 필수 장비인데요.

다행히 이곳은 안전 덮개는 물론, 덮개가 열렸을 때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는 장치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문석인 / 산업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 안전보건부 차장 : 이런 교반기 같은 경우에는 최소한 이런 덮개가 있어야 하고요. 덮개에 대해서 열렸을 때에는 인터록(자동 멈춤)을 걸어서 안에 회전 날개가 정지해서 끼임 사고를 예방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작업 레일과 승강기 등 사고 위험이 높은 곳에는 안전 장치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안전조치가 미흡한 작업장이 많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사고 직후 식품제조 공장들을 일제 점검한 결과, 절반 넘는 곳이 안전조치 위반으로 적발됐습니다.

[문석인 / 산업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 안전보건부 차장 : 모든 설비별로 안전 장치나 안전 조치가 되어 있어야 되는데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는 이런 안전장치와 안전 조치를 무시하는 이런 사업장들이 많이 있었고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안전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충북의 식품업체 공장에서 만난 양창우 씨도 생산성만 강조하는 작업 문화를 지적합니다.

[양창우 / 식품제조업 종사자 : 왜냐하면, 정상적으로 안전하게 작업을 한 사람보다 일단은 편법을 사용해서 잘 돌린 사람, 많이 생산만 하면 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다 보니까 안정적인 작업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죠. 그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결국, 안전보다 생산성과 효율을 강조하는 작업 문화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번 끼임 사고와 같은 안전사고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강규형 / SPL 동료 직원 : 속도를 빨리 해서 생산성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도록 라인이고 모든 걸 다 최적화시켜 놨거든요. 문화 자체는 뛰어갈 수밖에 없는 문화를 만들어 놓고 이제 회사가 요구하는 건 안전 위주로 하라고 하면 그게 안전이 되냐는 거죠.]

YTN 민대홍입니다.

[앵커]
특히,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이번 SPL 사고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도 관심이죠?

[PD]
네, 지난 1월 27일부터 이른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는데요.

법안 핵심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 등에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부분입니다.

말씀대로 'SPL 끼임 사망사고'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지는 논란인데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속단은 이르지만,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정부는 지난 10월 18일 기자회견에서, SPL이 SPC 계열사지만 대표이사가 따로 있는 완전히 독립된 기업으로 보이고, 경영 책임자가 따로 있기에 본사인 SPC에 책임을 묻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는 해석을 내렸고요.

반면, 유가족 법률 대리인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고, SPC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SPL 의사결정 구조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오빛나라 / 유가족 측 대리인 : SPL의 주식 100%는 파리크라상 주식회사가 가지고 있고 파리크라상의 주식 100%는 허영인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지금 SPL에서 사고가 발생을 했는데 그 사과문을 SPC 그룹에서 허영인 회장이 직접 나서서 발표한 것을 보면 안전보건 확보의무에 대해서 SPC 회장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좀 알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그런데,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는데도 오히려 관련 사고가 늘었다고요?

[PD]
네, 정부가 집계한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한 산업재해 현황인데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고는 199건이고, 숨진 사람은 모두 223명이었습니다.

이 수치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사고 건수는 3건, 사망자는 17명 증가한 겁니다.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도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노사가 함께 사업장 안의 유해하고 위험한 요인을 스스로 파악하고 제거하는 '위험성 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결국, 처벌이나 규제 위주에서 예방으로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건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양현수 /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감독기획과 과장 : (기업이)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보다는 법에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서 서류 중심으로 의무적인 어떤 사항들을 이제 면피하기 위해서 거기에 더 투자를 했더라…. 그렇다 보니까 서류는 쌓이고 실제로 현장에서 예방은 되지 않아서…. 이런 위험성 평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을 하게 되면은 누가 어떻게 외부에서 어떤 규제나 이런 걸 가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중대재해 감축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게 되는 것입니다.]

[앵커]
앞서 영상에서 노동자들이 지적했듯이 생산성과 효율성만 강조하고 안전은 뒷전인 작업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할 텐데요.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대책이 중대재해를 줄이고 안전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월간 뉴있저' 다음 시간에는 어떤 이야기를 다루나요?

[PD]
네, '월간 뉴있저' 다음 시간에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다룹니다.

사건 이후, 어떤 대책들이 나왔으며, 추진 중인, 또 이미 시행 중인 법안과 제도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YTN 민대홍 (mindh09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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