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두 번 울리는 '화장' 지침..."과학적 근거 없이 세금 낭비"

유족 두 번 울리는 '화장' 지침..."과학적 근거 없이 세금 낭비"

2021.10.06. 오후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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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의 시신은 신속히 화장하도록 하는 게 방역 당국의 지침입니다.

그런데 이런 지침이 유족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 과학적 근거 없이 세금을 낭비한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습니다.

홍민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40대 주부 김 모 씨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76살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밀폐된 중환자실에서 손도 잡지 못한 채, 모니터 너머로 어머니를 보내야 했습니다.

[김 모 씨 / 코로나19 사망자 유족 : 모니터로 보여주는 거예요. 방역복 입은 간호사가 들어가서 (전화기를) 귀에다 대 주고 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시면 하라고….]

사망 선고가 내려지자마자, 담당 보건소는 방역 당국 지침에 따라 장례를 치르기 전 먼저 시신을 화장하라고 권했습니다.

임종한 날 시신 수습과 화장, 장례까지 모두 치르면서 유족들은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김 모 씨 / 코로나19 사망자 유족 : 하루아침에 돌아가신 거라 화장은 생각도 못 했고, 더구나 그분들이 그렇게 하라고 하니, 그 과정대로 한 거죠. 그게 한이 되죠. 뭔가 마무리를 못 해 드린 것 같아서….]

김 씨 어머니처럼, 현행 감염병예방법은 코로나19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을 화장만 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방역 당국은 또, 장례 과정에서 감염을 막기 위해 시신을 신속하게 화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 : 현재는 '선 화장, 후 장례'로 돼 있는 건 맞습니다. 법에 나와 있는 사항은 아니고요. 지침에서만 행해지는….]

하지만 의료계에선 이런 장례 지침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코로나19 사망자의 바이러스가 일반 사람들에게 전파된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도 전염병 사망자를 반드시 화장해야 한다는 건 '흔한 미신'이며, 옳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히려 시신 처리 과정에서 고인에 대한 존엄과 유족들의 권리가 침해돼선 안 된다는 게 WHO의 지침입니다.

[최재욱 / 고려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시신을 통해서 실제로 감염이 되거나 확산하는 감염 사례가 과학적으로 전 세계에 보고된 사례는 제가 아는 바대로도 없고, 그것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아요.]

코로나19 사망자 유족들에게 방호복 등 개인 보호구를 지급하는 데 쓰이는 이른바 '전파방지비용'에 대해서도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신을 통한 감염 우려에 과학적 근거가 없는 데다, WHO 장례 지침에 포함되지 않은 시신 밀봉 비닐, 안면 보호구까지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코로나19 사망자 천9백여 명에 대해 45억 원 넘는 돈이 이런 '전파방지비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민정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화장 권고라는 것이 WHO나 CDC에서도 권고하는 것은 아니어서 여기에 대한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장례 과정에서 불필요한 접촉을 막기 위해 만든 지침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정은경 / 질병관리청장 : 현재는 코로나19에 대해서 과학적인 지식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그런 감염 관리를 잘하면서 정상적인 장례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방역 당국은 장례 전문가들과 함께 시신 염습과 유족 참관 등 장례 절차 전반에 적용할 수칙을 개선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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