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동기라 속이고 개인정보 요구한 남성...통화해보니

여대 동기라 속이고 개인정보 요구한 남성...통화해보니

2021.06.23. 오후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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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온라인으로만 알고 지내던 여자대학 신입생 동기가 사진과 주소를 요구해왔는데, 알고 보니 남성이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해당 남성은 YTN과의 통화에서 '여대가 궁금해서 벌인 일'이라며, 지난해부터 벌인 일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자세한 소식,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박희재 기자!

이 여대 동기, 처음에 어떻게 접근한 거죠?

[기자]
대학에 입학하면 이른바 '합격 인증방'이라는 SNS 단체채팅방이 만들어져 신입생들이 모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채팅방 운영자에게 합격증을 촬영해 보내면 초대받을 수 있는데요.

스스로를 일본어학과 신입생이라 소개했던 '이미담'은 이곳 채팅방에서 한 학생에게 친해지자며 일대일 대화를 신청했습니다.

학생은 이미 인증을 한번 거쳐서 입장했기 때문에 별 의심 없이 대화를 받아들였고요.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모임이 전무한 상황이다 보니 둘은 3개월 동안 SNS로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잡담부터 고민상담까지 할 정도로 깊은 사생활을 공유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사진과 주소를 요구했다고요?

[기자]
평소에 이미담은 학생의 SNS 프로필 사진을 보며 외모 칭찬을 자주 해왔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이미담이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얼굴이 나온 사진 여러 장을 요구했습니다.

학생이 의심 없이 사진들을 보내자, 이번엔 집 주소를 요구했는데요.

사진을 보내준 데에 대한 답례로 선물을 보내주겠다는 이유였습니다.

학생은 여러 차례 거절했지만, 끈질긴 요구 끝에 결국 알려줬습니다.

[앵커]
그런데 알고 보니 여대생이 아니었다고요?

[기자]
이미담이 한 실수로 학생의 의심을 산 건데요.

피해 여성에게 이미 사진과 주소를 받았는데도 며칠 뒤 똑같은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이에 정말 여대생이 맞는지 의심한 학생이 직접 전화를 걸었더니 한 낯선 남자가 받은 겁니다.

처음에는 이미담의 오빠라고 주장하던 남성은 추궁 끝에 본인이 맞다고 실토했고, '이미담'은 지어낸 이름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또 다른 피해 사례도 있었다고요?

[기자]
참다못한 피해 여대생이 대학 익명 커뮤니티에 '이미담'을 아는 사람이 있냐 라고 글을 올렸더니, 다섯 명이 쪽지를 보내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사진과 주소 요구는 물론이고 물건을 빌리고 싶다며 직접 만나기도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 학교에서 본인을 보고 있다며 연락이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앵커]
해당 남성과 직접 통화를 해봤다고요? 왜 그랬다고 하던가요?

[기자]
이 '이미담'과 취재진이 직접 통화를 해봤더니 실제로 남성이 받았는데요.

통화내용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미담 (가명) / YTN 통화]
(기자 : 여대에서 '이미담'이란 이름으로 활동하셨잖아요?)
"네."
(기자 : 사진이나 주소도 요구를 하셨던 게 맞죠?)
"네."
(기자 : 왜 그러셨나요?)
"저는 선물 줄려고 했던 것 말고는 진짜 없어요."
(기자 : 왜 성함 바꿔서 하신 거세요?)
"그냥 지어낸 거에요."
(기자 : 대화를 하고 싶으셨어요? OO여대 학생분들이랑?)
"여대가 궁금하기도 했었고…."

이처럼 이미담, 여대가 궁금해서 통화했고 지난해부터 시작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또 새내기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을 어떻게 인증했냐고 묻자 인터넷으로 찾아낸 다른 사람의 합격증을 썼다고 털어놨습니다.

[앵커]
처벌할 근거가 있나요?

[기자]
일단 전문가들은 이 남성에 대해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처벌 근거는 없다고 하나같이 말했습니다.

사진과 주소와 같은 개인정보를 성인인 학생들이 스스로 제공하기도 했고, 또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보인 뒤에 남성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인데요.

다만, 자기 사진의 경우 실제로 금전적인 가치를 배제할 수 없고, 남성이 학생들을 속여서 받아낸 이 자료로 수익활동을 했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사기죄로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비록 한 개인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이 없었다고 가정해도, 여러 학생에게 상습적으로 여성이라 속인 채 개인정보와 함께 깊은 사생활까지 알아냈다는 점을 스토킹이라 봐야할 지는,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이 적극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대목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서부경찰서는 오늘(23일) 피해 여성 조사를 진행하고 남성의 신원을 특정한 뒤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박희재[parkhj022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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