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학상 표절 논란 작가, 학력 경력 나이도 거짓?

[팩트체크] 문학상 표절 논란 작가, 학력 경력 나이도 거짓?

2021.01.25. 오전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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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문학상 표절 논란 작가, 학력 경력 나이도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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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월 23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송영훈 뉴스톱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팩트체크] 문학상 표절 논란 작가, 학력 경력 나이도 거짓?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오늘 첫 번째 팩트체크 시작해보죠.

◆ 송영훈 팩트체커(이하 송영훈)> 남의 소설을 통째로 도용해 문학 공모전에서 다섯 차례나 수상한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동명이인이신 분들이 깜짝깜짝 놀란다고 하셔서 이름은 밝히지 않고 손 씨라고 하겠습니다. 손 씨가 남의 작품을 도용해 수상한 문학상은 모두 다섯 개에 이릅니다.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작의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등입니다. 현재 5개 상 모두 수상 취소가 공고됐습니다.

◇김양원> 이 내용은 어떻게 밝혀진 건가요?

◆송영훈> 문학상 주최 측에서 먼저 확인한 게 아니라, 도용을 당한 작가에게 제보가 들어왔고 해당 작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론화하면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문학작품 표절이 알려지면서 손 씨의 다른 이력도 대부분 허위인 걸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문학계 뿐 아니라 학계와 정계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는데요. 몇 가지 대표적인 이유를 확인했습니다.

우선 나이부터 문제가 됐습니다. 손 씨는 실제로는 1980년생인데요. 손씨가 수상했던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는 참가자격이 만 49세 이상이었습니다. 손 씨가 나이를 속이고 응모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손 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학력 소개란에 고려대 박사과정 휴학 중이라고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려대학교에 문의한 결과, 2014년 입학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9년 제적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4년 입학했으나 당시 공군 대위로 거의 학교에 나오지 않아 2019년 제적됐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본인이 "공군사관학교 항공우주정책학과 정책과정론 시간강사"로 경력을 표기했는데, 이 또한 사실과 달랐습니다.

대표적인 이력도 거짓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2021 정책기자단"이라고 이력을 소개했는데 문화체육관광부에 확인한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2021년 정책기자단은 아직 선발 과정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연말부터 모집이 진행 중이고 아직 선발이 끝나지 않아 2021년 정책기자단은 꾸려지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2020년에 정책기자단으로 활동한 기록도 전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손 씨가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으로 재직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현재 관련 뉴스는 대부분 삭제됐습니다. 손 씨는 대학원 동창회보, 지역지 등의 인터뷰 기사에서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특별조사팀 소속 조사관"이라고 소개가 됐었습니다. 그런데,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확인 결과 손 씨는 채용된 적이 없었습니다. 조사활동에 참여한 경력도 없구요. 위원회 관계자는 "손 씨가 체용 절차에 지원한 적은 있지만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했던 적이 한 차례 있을 뿐"이라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김양원> 학력, 경력, 심지어 나이까지... 대체 몇 가지를 속인 건가요?

◆송영훈>문학상 외에도 도용이 의심되는 사례나 허위로 의심되는 사례가 더 있었습니다.
특허청이 2020년 10월 개최한 '제2차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손 씨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신개념 자전거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 아이디어를 제안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는데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현재 특허청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중입니다. 도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을 환수할 계획입니다.
참고로 도용한 자료로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행위는 공공기관의 경우 형법 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반, 사기업의 경우는 314조(업무방해)에 해당합니다.

◇김양원> 그런데 손 씨가 의인상을 받았다고도 하던데, 그것도 거짓인가요?

◆송영훈>손 씨는 지난해 9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2020년 고속도로 의인상'을 받았습니다. 도로공사는 손 씨의 공적에 대해 "휴게소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화물차 기사를 발견하고, 응급처치 및 빠른 신고로 인명 구조에 이바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 씨는 상과 함께 상금 100만원도 받았다. 그런데 공적서에 빠른 신고라는 내용이 있는데, 인근 관할 소방서 모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기록이 없었습니다.
보도 이후 논란이 일자 도로공사는 손 씨와 의인상 추천자인 손 씨의 지인에게 꾸준히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김양원> 설마 의인상도 그럴 리는 없겠죠. 그럼 이 손 씨가 내세운 이력 중에 사실이거나 확실한 게 있긴 한 건가요?

◆송영훈>현재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국방안보분과 위원으로 임명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손 씨가 처음 논란이 일었을 때 국민의힘이 수여한 임명장 사진이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언론들의 확인 요청이 있었는데요. 결국 지난 18일에 정식 절차를 거쳐 해임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김양원> 그렇게 되면 정당도 손 씨의 이력에 속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송영훈>네,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아쉬운 것은 수상작 선정이나 위원 위촉과정에서 검증과정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기회로 검증과정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곳이 많습니다.

이번 손 씨 사건으로 ‘리플리증후군’이라는 말이 다시금 화제가 됐는데요. '리플리 증후군'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씨'의 주인공 이름에서 비롯됐습니다. 꿈꾸거나 바라는 것을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울 때 스스로 만들어낸 가공의 세계를 진짜로 믿어버리는 증상인데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리플리증후군이 정신질환으로 알고 있으신 분들도 있는데, 아닙니다. 그냥 사회적인 신조어입니다.

◇김양원>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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