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구충제'로 암 치료?..."임상까지 수 년 걸려"

'강아지 구충제'로 암 치료?..."임상까지 수 년 걸려"

2019.09.24. 오전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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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구충제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이걸로 암을 치료했다는 미국 폐암 말기 환자 사례가 소개됐기 때문인데요.

펜벤다졸, 약 이름은 아니고 성분 이름입니다.

세포 분열을 막는 특성을 살려서 구충제로 개발됐고, 미국 사례자는 이 성분이 들어간 '파나쿠어'라는 약을 먹었습니다.

[명승권 / 국립암센터 교수 : 세포가 기능하는 것들을 억제하기 때문에 기생충에 있어서 당 섭취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기생충은 마비 상태가 초래되고 세포가 죽게 된다는 거죠. 항암 치료, 항암제로 가능성, 잠재적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죠.]

원래 구하기 어려운 약은 아니었습니다.

동물 병원에 강아지와 함께 방문하거나 아니면 약국에서 강아지 없이 그냥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물량이 없습니다.

[허주형 /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 :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파나쿠어' 같은 경우는 거의 품귀, 품절 됐고요. 지금은 아마 우리 나라에는 없을 겁니다. 대부분 사가서…. 그런(펜벤다졸) 성분 들어가 있는 (다른) 제품 몇 개는 아직 유통되고 있고요.]

물론 구충제라도 다른 효능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개발 또는 사용 과정에서 원래 기대했던 용도와 다른 효능을 보이는 약,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들 수 있습니다.

고혈압과 협심증에 좋은 줄 알았는데 임상시험 도중 발기부전 치료 효과가 발견됐죠.

문제는 아직 임상시험, 사람을 대상으로 다른 개입 요인 없이 장기간 효과를 증명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겁니다.

쥐와 같은 동물을 상대로 관찰한 논문은 있습니다.

일부는 종양을 억제하는 항암 효과도 보였고요.

펜벤다졸을 먹어서 암이 치료됐다고 주장하는 사례자를 일반화할 수 없는 건 다른 약의 개입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 앞서 다른 임상시험에도 참가한 상태였습니다.

[명승권 / 국립암센터 교수 : 새로운 항암 치료제나 아니면 기존에 받았던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했을 가능성도 배제를 못 하는 상황이죠. 임상시험 연구 결과를 보려면 일단 환자를 모집하고 두 그룹으로 나눠서 최소한 수개월에서 1~2년 정도는 관찰해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겠죠.]

급성 간염과 같은 일부 부작용도 보고됩니다.

사실 약의 정확한 용법이나 용량을 알아내는 게 가장 어렵고, 그래서 임상시험이 필수인데요.

미국 사례자는 하루에 222mg에서 500mg의 펜벤다졸을 먹었고요.

월, 화, 수 사흘 먹으면 목, 금, 토, 일 이렇게 나흘은 복용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똑같이 먹어도 효과를 장담할 수 없겠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복용 금지를 권고합니다.

물론 정말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말기 암 환자의 간절함은 고려해야겠죠.

다만 누구에게나 통하는 항암 의약품은 없습니다.

앞서 '개똥쑥', 그리고 '차가버섯'과 같은 식품류도 모든 암을 이기는 만병통치약처럼 한때 인기를 끌었죠.

너무 큰 기대는 그만큼 큰 실망을 가져오는 만큼 맹신하지 않으면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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