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브리핑] 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 막을 수 있었나?

[기자브리핑] 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 막을 수 있었나?

2019.09.17. 오후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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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안보라 앵커
■ 출연 : 이연아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브리핑이 있는 저녁 시간입니다.

중요 사건 사고를 이연아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오늘 첫 소식은 무엇입니까?

[기자]
서울대학교에서 일하던 청소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사망 사고를 둘러싼 상황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오늘 관련해서 서울대 학생과 교수 등 구성원들이 기자회견을 열며, 상황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이 요구는 이번 사망 사고 관련 대학 책임 인정과 총장 명의 사과, 노동환경 개선 등이 담겨 있습니다.

해당 요구에 동참한 인원이 서울대 재학생 7천여 명, 시민 등 총 1만4천여 명으로 집계됩니다.

[앵커]
학교 구성원들이 이렇게까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자]
수사 기관을 통해 밝혀진 A 씨의 사인은 심장질환 악화였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진행한 서울대 구성원들은 A 씨의 사망 원인이 열악한 근무환경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사고 관련 짚어보면, 지난달 9일 정오쯤 청소 노동자 67살 A 씨가 서울대 공과대학 제2 공학관 직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 씨가 잠시 쉬겠다며 휴게실에 들어간 지 30분 만이었습니다.

당시 낮 기온이 34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던 상황이었지만, 휴게실은 창문이 없고, 에어컨도 없었습니다.

A 씨는 왜 이런 장소에서 쉴 수밖에 없었을까요?

관련해서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최분조 / 서울대 시설분회장 : 밖에 컨테이너를 두면 미관상 보기 싫다고 컨테이너를 치우면서 여자분들은 지금 쉬고 있는 6층 공간으로 올라가고, 남자분들은 지금 사망 사고가 발생한 그 공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제가 열심히 개선을 요구했지만 학교는 단 한 번도 우리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학교가 고인의 사망이 지병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도정근 /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 서울대학교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비극이었습니다. 대학 본부를 비롯한 학교 당국에 고인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앵커]
이런 사망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습니까?

[기자]
사전에 막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 결과 고용노동부는 작년 8월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운영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습니다.

9월부터 청소 경비용역 사업장과 백화점 등 취약 사업장에 대한 휴게시설 설치 운영 등에 대한 실태점검을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실제 두 달간 현장 점검이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현장 점검에서 서울대학교는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점검에 제외된 이유에 대해서, 고용노동부 측은 정해진 기준은 없고, 현장 점검을 담당하는 지청에서 결정한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현재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관련 법적 근거는 없습니까?

[기자]
현재 근로기준법 54조, 산업안전보건법 5조 등에서는 사업주가 근로자들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게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법 적용 대상자는 도급 계약 형태 근로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청소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인 용역은 제외 됩니다.

내년 1월부터는 위탁, 도급, 용역 등 모든 형태 근로자에 적용되지만, 현재는 공백기인 셈입니다.

또 해당 법은 구체성이 없고, 위반 시 제재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취재 결과 이 부분에 대해서 고용노동부 역시 한계점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급한 대로 정부가 지난해 8월 1인당 최소 휴게시설 면적과 적절 온도 등이 담긴 휴게시설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지만, 역시 강제력이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앵커]
관련해서 해법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

[기자]
고용노동부 차원에서도 고심이 깊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고려 중이지만, 업종별, 계약형태에 따라 휴게시설 상황 차이가 크다 보니, 어렵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휴게시설 의무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을 위해 2017년부터 연구용역을 시작했지만,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내 산업의 80%에 해당하는 10인 미만 사업장을 모두 의무 대상으로 법에 명시할 경우, 사업주의 반발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일에는 민병두 국회의원의 대표법안 발의로 노동자 휴게시설 보장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현장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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