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조직적 '증거인멸' 했나...오늘 구속 갈림길

SK케미칼, 조직적 '증거인멸' 했나...오늘 구속 갈림길

2019.03.14. 오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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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 SK케미칼 현직 임원 4명이 오늘(14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 갈림길에 섰습니다.

YTN이 어제 SK케미칼 측이 '가습기 메이트'의 유해성을 암시하는 초기 연구 보고서를 알면서도 그동안 숨겨온 정황을 단독 보도해 드렸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신지원 기자!

먼저, 오늘 영장심사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SK케미칼 박철 부사장 등 현직 임원 4명은 오늘 오전 10시 반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암시하는 초기 연구 보고서 등 민감한 자료를 은닉한 혐의입니다.

검찰은 SK케미칼 전직 간부의 하드디스크에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연구 보고서가 최근에 삭제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SK케미칼이 가습기 메이트를 개발하던 1995년, 서울대학교 수의과학과 이영순 교수팀의 연구에 관한 것으로, 제품에 쓰인 살균제 원료, CMIT·MIT 성분으로 인해 백혈구 수가 변화하는 현상이 보이니,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SK케미칼 임원들이 전직 간부에게 연락해 관련 자료를 없애도록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2013년, 박 부사장 등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논란에 대한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특별 대응팀을 꾸리고, 민감한 자료를 숨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늘 영장심사에 출석한 SK케미칼 임직원들은 당시 보고서 고의 은폐 지시 여부와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구속 여부는 오늘 밤 늦게 결정됩니다.

[앵커]
구속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요?

[기자]
구속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이 연구 내용이 정말 '유해성'을 입증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SK케미칼 측은 연구 내용이 '유해성을 입증하기엔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검찰은 '안정성을 보장하기엔 부족하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영순 교수팀의 실험 기간이 6개월로 비교적 짧은 편이고, 연구 결과도 '추가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정도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SK케미칼이 유해성을 인식했느냐에 따라 이들이 감춰온 내용이 '증거'인지, 아니면 그냥 회의 자료인지 판단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정말 일부러 감췄느냐는 겁니다.

검찰은 SK케미칼이 2013년 언론보도를 막기 위해 특별 대응팀을 꾸려서 문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SK케미칼 측은 당시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내부 대응문건을 '증거'로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직 간부의 하드디스크에서 삭제된 문건이 발견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SK케미칼 임원들이 문건의 존재를 알았는지, 삭제를 지시한 게 맞는지 등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이들이 갖고 있던 문건이 연구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대응자료인 만큼, 실제 '증거'를 없앴다고 볼 수 있을지도 쟁점입니다.

[앵커]
SK케미칼이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연구 보고서를 숨겨온 정황이 발견됐는데, 배경을 설명해주시죠?

[기자]
SK케미칼은 1990년대 '가습기 메이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서울대학교 이영순 교수팀에 연구를 의뢰합니다.

이후 제품을 출시했는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 논란이 확산하면서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2011년, 질병관리본부는 옥시 살균제 원료인 PHMG 성분은 유해하다고 봤지만, SK케미칼이 사용하는 CMIT-MIT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고 발표했습니다.

SK케미칼은 이 역학조사 결과 덕분에 2016년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3년, 질병관리본부가 '피해 의심사례'를 대대적으로 조사하면서 SK케미칼이 앞서 말씀드린 '특별 대응팀', TF를 구성했습니다.

검찰은 이게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재검토하려는 대응팀이 아니라, 언론 보도 등을 막기 위한 언론 대응 TF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김철 SK케미칼 대표도 관련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검찰은 어떤 점에 주목하고 있나요?

[기자]
김철 SK케미칼 대표는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관한 국정조사에서 연구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특별위원의 요청에 '문건을 못 찾았다'고 답변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것처럼, 당시 연구 내용을 토대로 2013년 특별 대응팀까지 꾸려졌다면 허위 진술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회사의 대표로서 업무를 총괄하고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만큼 대응팀의 존재도 알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2016년 국회 회기가 종료된 상황이라 위증죄로 고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허위 진술을 했다는 점이 밝혀지면, 당시 김 대표도 유해성을 인식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검찰도 김 대표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영장심사 결과가 앞으로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기자]
현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있는 SK케미칼 임원들은 검찰 수사가 김철 대표로 향하는 연결고리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구속영장 결과에 따라 해당 연구 보고서의 '유해성'에 대한 판단이 어느 정도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김 철 대표를 위증죄로 고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SK케미칼 임원들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되면 대표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김 대표가 2013년 특별대응팀을 알고 있었는지, 또 연구 보고서에 관한 내부 문건을 감추고 없애려 한 정황을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증거인멸의 공범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 수사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신지원 [jiwon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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