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노동...제사 문화 이대로 좋은가?

며느리의 노동...제사 문화 이대로 좋은가?

2016.09.15. 오후 4: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박종천 /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교수

[앵커]
추석 풍경이 과거와는 무척 많이 달라졌습니다마는 그래도 아직도 적지 않은 여성들에게는 즐겁지만은 않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앵커]
달라지고 있는 제사 문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박종천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교수님도 집에서 차례를 지내시나요?

[인터뷰]
네.

[앵커]
오늘 아침에 지내고 오셨군요? 차례하고 제사하고 어떻게 다른지부터 설명을 해 주시죠.

[인터뷰]
차례는 모든 격식을 다 갖추어서 하는 제사와는 달리 간단하게 제무를 올리는 약식 의례입니다. 차례가 제사하고 다른 점이 좀 있는데요. 차례는 제사 드리는 시간이 오전인 반면에 제사는 한밤 중, 자정에 드리고요.

또 제사는 모든 격식을 다 갖춰서 하다 보니까 초헌, 아헌, 종헌, 세 번의 술을 올리는 의식을 하는 반면에 차례는 축문 없이 한 번만 제사를 드리는 그런 차이가 있습니다.

[앵커]
차례를 지낼 때 남자들만 절을 하게 한다든가 여자들은 치마만 입게 하는 집이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예전과 달라진 문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인터뷰]
제사에서는 원래 남성과 여성이 함께 참여를 해서 제물도 마련하고 제사도 준비하고 했습니다마는 차례에서는 보통 약식 의례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절을 안 하는 데서 비롯된 부분입니다.

하지만 요새는 자녀들도 많이 낳지 않고 또 딸만 있는 가정도 있기 때문에 예전에 적장자만 하던 제사를 둘째 이하의 아들들이 한다거나 아니면 서로 돌아가면서 제사를 드리는 윤회봉사를 한다거나 딸들이 어쩔 수 없이 제사를 모셔야 되는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사 문화가 조선시대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앵커]
여러 가지 면에서 과거 전통대로 하는 가정이 그다지 많지 않고 어떤 식이로든 간소화되거나 변형되거나 했는데 어떤 식으로 바뀌고 있는지와 교수님은 그것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인터뷰]
조선시대 사대부가에서는 보통 사대봉사를 했습니다마는 일제강점기 때 의례준칙이 발표되고 그것을 현대에 이어온 가정의례준칙이나 건전가례의례준칙 같은 경우 사대봉사를 이대봉사로 줄인다거나 또 제사 지내는 시간이 통행금지와 연관이 돼서 자정에 드리기가 곤란해 지니까 이것이 초저녁으로 바뀐다거나 심지어는 묘제 같은 경우 한낮에 제사 드리는 식으로 제사의 시간이 바뀌기도 했고요.

또 제사 드리는 종류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예전에는 계절마다 드리는 사시례나 아니면 초하루나 보름마다 매달 드리던 삭망례 같은 경우도 했었는데 요새는 그런 것이 다 생략이 되고 주로 기일날 드리는 기제사라든가 아니면 무덤에서 하는 묘제 중심으로 많이 축소가 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에는 불교 같은 경우에는 전통적인 기신제를 재구성하는 방식의 제사 풍습을 제안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천주교 같은 경우에는 전통적인 제사 중에서 교리적으로 문제되는 부분을 생략하거나 변형시킨 방식의 제사를 허용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개신교 같은 경우는 제사를 거부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추모예배를 드립니다. 이것은 전세계에서 한국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죠. 조상에 대한 효를 생각하고 또 실천한다는 면에서는 모두 같습니다.

[앵커]
제사의 형태가 이렇게 많이 다양해졌는데 그렇다면 처음에 제사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인터뷰]
우리가 지금 지내고 있는 제사의 전형적인 형태는 조선 후기에 확산이 되었던 주자가례를 받아들여서 실천하는 그런 형태입니다마는 그 이전에, 그러니까 고대부터도 조상에 대한 천신이라고 해서 제철음식을 올리거나 조상을 생각하는 그런 의식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례적인 방식하고 중국에서 들어온 유교적인 방식이 적절히 섞여서 현재의 제사 문화를 이루어온 것입니다.

또 특별히 조선 상황에 맞게 새롭게 창출이 된 부분도 있습니다. 예컨대 주자가례 같은 경우에는 사시제를 중심으로 합니다마는 조선의 풍습에서는 묘제를 중심으로 한다거나 기일제를 중심으로 한다거나 하는 그런 부분이 있고요.

주자가례에서 녜제라고 해서 부모께 드리는 제사가 생신제로 대체되는 현상 같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전통적으로는 시조제, 선조제도 있고 지금 말씀하신 녜제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오신 김에 설명을 해 주시죠.

[인터뷰]
제사는 계절의 변화하고 연동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조제 같은 경우는 출발이 시조를 거쳐서 선조를 거쳐서 부모님을 거쳐서 나에게까지 이릅니다.

이것을 계절의 변화에 그대로 맞춰서 예컨대 동지가 시간의 출발이기 때문에 그때는 시조제를 드리고 그다음에 입춘, 봄에 소생하는 기운을 맞아서는 5대 이상의 선조들에게 제사를 드리고 가을에 결실을 맺는 계절을 맞이해서는 부모님 생각이 나기 때문에 녜제라고 하는 부모님에 대한 제사를 드리죠.

[앵커]
절사, 세일사 이건 뭐죠?

[인터뷰]
세일사 같은 경우에는 5대 이상의 조상을 무덤에서 제사를 드리는 겁니다. 보통 시제라고 많이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게 아까 얘기했던 묘제의 형태입니다.

[앵커]
절사는 명절에 지내는 차례. [앵커] 이렇게 제사가 다양한데요. 사실 요즘은 1년에 한두 번으로 묶어서 지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불효가 아닌가 이런 의견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터뷰]
상황상 불가피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드리는 경향이 좀 많아지고 있습니다. 원래 조선시대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불가피한 경우에는 안 드리는 것보다는 정성과 공경하는 마음을 갖추어서 세일사 형태로 한 번에 드리는 것도 안 드리는 것보다는 낫겠죠.

[앵커]
그러니까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분들 입장에서도 그 정도로 입장이 정리가 대략 된 거군요?

[인터뷰]
네.

[앵커]
음식은 어떻습니까? 음식을 과거처럼 홍동백서니 해서 다 있지 않습니까, 규칙이? 그렇게 다 해야 되는 겁니까, 아니면 간소화해서 해도 된다고 보십니까?

[인터뷰]
차례는 술이나 차, 또는 과일이나 포 정도만 갖추어서 간략하게 지내도 됩니다. 하지만 제사 같은 경우는 격식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지금 물어보신 것처럼 홍동백서라든가 아니면 조율이시라든가 하는 것들이 논쟁이 많이 되어 왔습니다.

이것은 특정한 예서 또는 특정한 가문, 지역에 따라서 다 다른데 그중 일부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확산돼서 퍼진 것입니다. 주자가례 같은 경우에는 명문으로서, 명확한 규정으로서 규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홍동백서는 과일을 차려놓는다고만 되어 있는 것이지 홍동백서가 명문의 규정은 없습니다. 그냥 정성껏 계절에 맞는 제철음식 또는 그 지방에서 나는 특산물들을 갖추어서 정성껏 제사를 지내면 되는 겁니다.

[앵커]
음식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요. 사실 제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피자나 치킨 같은 것도 올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괜찮습니까?

[인터뷰]
요새 파인애플이라든지 피자라든지 많이 올리는데요. 만약에 제사 문화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시작이 됐다고 하면 아마 우리처럼 밥이라든지 이런 식의 과일, 이런 것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피자라든가 스테이크 같은 것들을 올리지 않았겠습니까?

그분들의 일상 음식인 것이죠. 그래서 역시 지방의 특징, 예컨대 제주 같으면 쌀 농사가 잘 안 되기 때문에 빵으로 밥 대신 올리기도 하고요.

특산물인 옥돔 같은 걸 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철음식, 특산물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들을 적절하게 올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명절이 여성들한테는 즐겁지만은 않을 수도 있는 시간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전통문화를 연구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여성들이 주로 하지 않습니까, 대부분 현실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터뷰]
특별히 제사 때문에 여성들이 받는 고통, 이건 제사 때문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고요. 평상시에 육아라든가 가사라든가 직장 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들의 고통을 남성들이 같이 분담해야 되는 문제고요.

조선시대만 해도 선비들이 뒷짐지고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닙니다. 제수를 마련한다거나 아니면 제물의 상태를 점검한다든지 목욕재계하고 근신한다거나 또 추석 같은 경우에는 벌초라든가 남성들이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여성들도 제사에 함께 참석을 해서 아헌 때는 주부가 술잔을 올렸죠. 그래서 함께하는 문화가 오늘날 다시 되살려야 될 문화인 것 같고요.

특별히 고려해야 될 것은 조상에 대한 정성이나 공경심을 제사 문화를 통해서 사람들이 표현을 하지 않습니까.
그 공경과 정성을 가지고 타인을 섬기고 그런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산한다면 제사가 단순히 제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좋은 사회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앵커]
정신이 중요하다. 어디서 유래됐든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박종천 교수님 고맙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