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 범행..."소통없는 가정의 참사"

계획적 범행..."소통없는 가정의 참사"

2010.10.22. 오전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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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이번 사건은, 만 13살밖에 안 된 아들이 이틀 전부터 계획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입니다.

평소 별다른 문제가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김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군은 범행 직후 CCTV에 찍히지 않기 위해 계단으로 도망쳤습니다.

휘발유를 담았던 통은 계단 뒤에 버렸습니다.

이후, 한 시간 정도 주변을 돌아다니며 범행 당시 현장에 없었던 것처럼 꾸몄고 입고 있던 옷은 노숙자에게 줘 증거를 없애려고 했습니다.

경비원에게 불이 난 곳을 물은 뒤 울면서 어머니를 찾기도 했습니다.

[인터뷰:김대권, 서울성동경찰서 형사과장]
"학교 과학시간에 휘발유가 필요하다. 10ℓ를 다 채우면 또 이상하게 생각하니까, 약간 적게 8.5ℓ만 달라, 그렇게 해서..."

이웃들은 범행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평소 이 군이 착한데다 품행에 문제가 없었고, 어머니와도 친했다는 겁니다.

오히려, 이 군이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장기간 시달려왔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이웃 주민]
"평소에 착했죠. 착했어. 인사 잘하고 착했지요."

[인터뷰:이웃 주민]
"(아버지가) 좀 와일드하고 거칠고... 아이 엄마를 막 팬다고 하니까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애."

이 군은 경찰 조사에서도 아버지만 살해하고 다른 가족은 구해내려고 했지만 불길이 순식간에 번져 자신만 빠져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 군의 계획적인 범죄는 장기간 쌓인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것이란 분석입니다.

[인터뷰:이수정, 경기대 교수]
"가족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대부분 피해자가 약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격을 하는 행위에 있어서 시간이 소요된다거나 상당부분 계획을 한 흔적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외상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잘못된 현실감각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이죠."

얌전하던 아이, 하지만 소통 없는 가정이 결국 일가족 몰살이란 끔찍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YTN 김현아[kimhah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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