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SK그룹의 수상한 '저유소' 거래...공정위 조사 착수

[취재N팩트] SK그룹의 수상한 '저유소' 거래...공정위 조사 착수

2018.10.22. 오후 1:0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YTN이 오늘 단독 보도한 내용이죠,

SK그룹의 계열사인 대한송유관공사가 다른 계열사로부터 수백 원대의 저유시설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 내부거래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최민기 기자!

그동안 YTN 기획이슈팀이 고양 저유소 폭발 사고를 계기로 대한송유관공사의 부실 관리 실태를 추적해왔지 않습니까.

이번엔 SK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의혹이 발견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대한송유관공사는 이름은 공사이긴 하지만, 지난 2001년에 민영화가 되면서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는데요.

최대주주는 SK이노베이션으로 현재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 송유관공사가 지난해와 올해 2차례에 걸쳐 이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로부터 저유시설을 집중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확인했는데요.

공시된 규모만 600억 원이 넘었습니다.

송유관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460억가량이었으니까, 한 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보다 훨씬 많은 돈을 여기 쏟아부은 셈입니다.

[앵커]
일 년 안팎에 600억 원가량을 쓴 셈인데, 갑자기 송유관공사가 이렇게 많은 돈을 쓰게 된 배경이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매수 이유는 전국망 구축이었습니다.

전국의 5개소, 53기 저유탱크를 매수했는데요.

그전까지 송유관공사가 소유한 저유소가 전국적으로 4개였으니까, 상당한 규모의 거래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전부 SK그룹 간 계열사 내부거래로만 사들였는데요.

그런데 매수 시점이 더 미묘합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비효율적인 자산을 정리해 사업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이른바 '딥체인지' 프로젝트를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던 시기였습니다.

자산을 팔려는 시점에 때마침 계열사인 송유관공사가 사겠다고 나서준 셈인데요.

SK그룹이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송유관공사에 처분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앵커]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군요. 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공정위도 이와 같은 내부거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둘 간의 거래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한쪽 계열사에 이득을 몰아주기 위해 내부거래를 이용했다면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매각 대상인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이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이지만, 송유관공사에 대한 지분은 41%에 그칩니다.

SK에너지가 어떻게든 이득을 보면 SK그룹에 돌아가는 이득이 더 커지는 구조인데요.

실제 SK에너지는 송유관공사와의 지난해 거래로만 47억 원의 이익을 봤다고 보고했습니다.

올해 거래까지 따지면 SK그룹의 이익은 훨씬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거래 가격이 적정했는지, 거래 목적도 타당했는지 여러 의혹을 면밀히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저희가 계속 추적보도를 했지만, 송유관공사의 안전 관리 실태가 매우 허술하지 않았습니까.

SK그룹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YTN 기획이슈팀이 앞서 단독 보도했던 대로 고양 저유탱크의 인화방지는 찢기고 뜯겨 이미 불을 막는 제 기능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잔디가 타는 18분 동안 송유관공사 담당 직원은 이를 알지도 못했고요.

추석 전에 깎은 잔디가 환기구 주변을 뒤덮어 불쏘시개 역할을 하도록 방치한 점도 확인했습니다.

화재 경고 시스템도 없던 데다 화재를 차단할 방재 설비까지 뭐 하나 제대로 변변히 작동한 게 없었던 건 이미 드러난 사실입니다.

심지어 탱크를 대거 인수한 지난해에도 안전유지비를 대거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일각에선 송유관공사가 SK와의 무리한 자산 거래로 안전비용을 줄인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일고 있습니다.

안전관리 실태가 이 지경인데, SK그룹은 한 해 배당금만 수십억을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SK그룹이 민영화 이후 안전을 내팽개쳤다는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SK그룹이 사고 전 송유관공사를 통해 이득은 봐놓고 사고 이후에는 철저한 선긋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날아온 풍등 하나에 저유소가 터진 초유의 사고.

정말 파면 팔수록 인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사고입니다.

지금까지 기획이슈팀 YTN 최민기 기자[choimk@ytn.co.kr]였습니다.

앞으로도 취재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