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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해병대, 이번에는 독립할 수 있을까?](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2/0512/202205120600014968_d.jpg)
해병대 상륙훈련 모습, 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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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가 해병대의 인사와 예산 권한 일부를 해군에서 독립시키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법안은 1973년 해군에 통합된 해병대의 인사와 예산권을 통합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내용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과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해 전체회의에 넘긴 것이다.
법안이 소위를 통과한 4월 15일은 공교롭게도 해병대 창설일이었다. 당시 신학용 의원은 기자에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해병대 창설일에 일부 독립법안이 통과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해병대의 부분독립이 아닌 완전독립 목소리도 컸지만, 3군 체제를 유지하면서 권한만 일부 독립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11년이 지난 올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은 해병대를 아예 해군에서 독립시키는 ‘4군 체제’ 공약을 내놓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현재의 육해공 3군 체제를 해병대를 사실상 독립시키는 준(準)4군 체제로 개편하겠다”고 공언했다. 윤석열 후보도 “해병대 독립, 병력 보강 및 첨단 장비 전력화, 해병회관 건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개인 페이스북에 “중장기적으로 해병대를 독립시켜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4군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태국에서 진행된 코브라 골드 훈련에 참가 중인 해병수색대, 출처 : YTN
대통령 선거 후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4군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약속과 국방부 장관의 발언대로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윤석열 정부의 국방정책인 국방혁신 4.0에 ‘해병대 독립’이 중장기적 과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해병대의 독립을 숙원해 온 많은 예비역 해병들은 해병대의 독립이 제대로 이뤄지게 될지에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소수의 해병대를 굳이 독립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이 각 군내에 팽배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2020 국방백서’에 나타난 병력을 보면 육군 42만여 명, 해군 4만여 명, 공군 6만 5천여 명인데 비해 해병대는 2만 9천여 명에 불과하다(2년 전 숫자이니 지금은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20년 국정감사에서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은 해병대의 상륙공격헬기 도입사업과 관련해 “기동성과 생존성이 보장되는 헬기, 공격헬기다운 헬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령관의 이 발언은 국산 수리온을 플랫폼으로 하는 상륙 공격헬기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정면 반발한 것이라는 인식이 예비역들 사이에 널리 회자됐다. 이승도 사령관의 ‘반기(?)’에도 불구하고 해병대 상륙 공격헬기는 수리온 기반의 공격헬기(MAH)로 결정됐다.
4성 장군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지난 2019년 군인사법을 개정해 해병대 장성도 별 4개를 달 수 있도록 했지만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해병대 독립’도 흐지부지 될 거란 기우가 여전한 것은 이렇게 이런저런 일들이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국군의날 행사에 참가 중인 해병공수 대원들, 출처 : YTN
그렇다면 왜 해병대를 해군에서 독립시키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일까. 선거 과정의 공약이니 표심을 겨냥한 것이 1차 목적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치적 목적 외에 해군과 해병대는 유사시 상륙작전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다른 군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상륙작전 때는 해군뿐만 아니라 육군도 해군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해병대처럼 육군과 해군이 한 몸이 된 적은 없었다. 지금도 1년에 몇차례 상륙훈련할 때를 제외하고는 서로 다른 군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훈련소도 다르고, 근무 장소도 다르고, 명찰 색깔도 다르고, 복장도 다르다.
이 때문에 해병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존감’이 늘 서려 있었다. 2017년 해군이 해병대의 상징인 팔각모 착용을 추진하려다 해병대 안팎의 거센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국방부는 해군과 해병대의 일치성을 고려해 해군에게도 팔각모를 씌우려 했지만, 예비역들은 “해병대 특유의 정신을 훼손하고 해병대 장병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일치성을 위해 해군에게 팔각모를 씌우게 하려고 했을 정도로, 그리고 해병대 현역과 예비역의 반대로 이 계획이 무산됐을 정도로 해군과 해병대는 태생적으로 아예 다른 군에 가깝다. 오죽했으면 홍준표 의원은 해병대와 육군 특전사를 합쳐 해병특수군을 만들자고 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종섭 신임 국방부 장관은 어제 열린 첫 전군 주요직위자 회의에서 “인권이 보장받는 가운데, 법과 규정을 준수해 군 기강 확립과 함께 사기가 높은 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사기’는 군인의 정신력이다. 해병대에게는 이른바 ‘특유의 사기’, 즉 ‘해병혼’이 강조된다. 나폴레옹이 말했던 것처럼 군인의 사기는 지금도 전투력의 최상에 위치에 존재한다. 대한민국 군대의 4군 체제는 단순한 해병대 독립이 아닌 각 군의 특성을 고도화시켜 대한민국 군대의 전투력과 국방력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고려돼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요즘 강조되는 군의 합동성은 각군의 이런 특성이 신나게 발휘될때 더욱 빛을 발하리라 본다.
김문경
통일외교안보부장
YTN 김문경 (mk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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