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뉴스타파 공동취재] '건물 구경하러 해외 출장'...연말 예산 털어 쓰기

[YTN·뉴스타파 공동취재] '건물 구경하러 해외 출장'...연말 예산 털어 쓰기

2019.11.05. 오전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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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공동 취재하고 있는 주요 정당 당직자들의 황당한 해외출장 실태, 오늘도 보도를 이어갑니다.

좋은 정책을 만들겠다며 떠난 해외 출장, 그러나 정작 가서는 관공서 건물만 구경하고 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연말에는 관련 예산이 남았다며 대놓고 외유성 관광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먼저 뉴스타파 강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소속 당직자 1명이 태국 출장을 갑니다.

태국 국회와 지방의회 등을 방문해 정치제도와 지방분권을 조사하겠다며 국회 예산 120만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계획대로 진행했는지 검증했습니다.

먼저, 태국 의회와 방콕 시청 방문.

당시 외국인 방문 기록을 확인했지만 해당 출장자의 이름은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당직자(태국 출장) : 가긴 갔는데, 가서 뭘 어떻게 하진 못했어요. (사실 가서 누굴 만나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네 그냥 방문 수준이었지 만날 수는 없었어요. 만나주지도 않고요.]

방콕 왕립 경찰본부도 방문했다고 돼 있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출장 보고서에는 다른 경찰서 사진을 올려놨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당직자(태국 출장) : 기억이 잘은 안 나는데, 지나가면서 여기는 거의 뭐 찍기만 한 거 같은데, 그때 사진을 못 찍어서, 다른 경찰서라도 찍은 거 같아요. (여기(왕립경찰서)는 아예 가지를 못했던 거고요?) 네. 일정상….]

15장짜리 출장보고서 내용도 엉터리입니다.

국내 언론 기사와 태국 교민 잡지, 국책연구원 보고서 등을 베꼈습니다.

이 당직자 스스로도 견학 수준이었다고 털어놓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당직자(태국 출장) : 3박 5일 동안 볼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어요. 견학 수준이라고 보셔야 할 것 같아요.]

2017년 12월,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2명의 싱가포르 출장엔 세금 210여만 원이 들어갔지만, 역시 엉터리였습니다.

공직자 부패 방지를 배우겠다며 싱가포르 부패방지특별기구 CPIB를 방문해 관계자를 면담한 것으로 적어놨습니다.

확인결과, 실제론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위원(싱가포르 출장) : 받아주는 데도 없더라고요. 프로그램을 짜도. 그리고 컨택을 인터넷 전화 070 이런 걸로 했는데 두 명 그냥 견학하고, 관광하시라고 하고. (CPIB를 갔는데 담당자를 만난 건 아니고?) 그냥 견학한 거죠.]

싱가포르 국회의사당 견학도 면담은커녕, 로비만 구경했을 뿐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위원(싱가포르 출장) : 국회의사당 같은 경우도 조금 먼 데 있었는데 저희가 국회에서 일하니까 가보자 했는데 로비까지밖에 못 들어갔어요.]

출장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됐을 리 없습니다.

4장짜리 보고서, 국토연구원 자료와 시민단체 글로 짜집기 돼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위원(싱가포르 출장) : 주무관님한테 계속 물어봤는데 대강 해서 내세요. 무슨 보고서같은 거 참고하실 거 있으면 참고하시고. 해서 급하게 냈습니다.]

정당이 정책 개발 명목으로 진행하는 해외 공무 출장이 이렇게 '건물 구경' 수준으로 전락한 이유는 뭘까?

해마다 연말이 되면 각 정당에서 남은 해외출장 예산을 무분별하게 쓰는 관행도 문젭니다.

출장이 적절한지는 따지지 않은 채 일단 나가고 보자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위원(싱가포르 출장) : 정책위에서 예산을 집행을 (12월) 말까지 하라고 해서 가라는 말을 12월 초에 들었어요. 연수를 갔다 오라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당직자(태국 출장) : 저는 연말에 가서, 남은 돈으로 간 걸로 알고 있어요. (기자 : 꼭 태국을 가야 하는 건 아니었던 거죠?) 네. 아니었어요 (남은) 예산이 있었고. (그걸 그냥 안 가면?) 그냥 없어지는 돈이죠.]

국회에선 이런 식으로도 해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강혜인입니다.


[앵커]
연말에 예산을 마구잡이로 쓴 것도 문제지만, 출장 계획과 현지 일정이 전혀 다른데도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 관행 역시 심각했습니다.

환경 정책, 지방 활성화 방안을 배우겠다며 간 일본에서 운하 관광을 하고, 전범 기업까지 방문한 사례 등이 확인됐습니다.

한동오 기자가 일본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온천과 설경이 유명한 일본 삿포로.

2017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정책실 당직자 5명은 일본의 사후 면세점 제도와 지역 육성 전략을 배우겠다며 이곳으로 출장을 왔습니다.

그런데 첫 일정으로 엉뚱하게도 삿포로 총영사관이 주최한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강연회에 참석했습니다.

다음 날 찾아간 곳은 삿포로의 필수 관광 코스로 꼽히는 오타루 운하.

그리고 오르골 전시관입니다.

나중에 귀국해서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출장 결과 보고서에는, 사후 면세점을 방문해 면담했다고 적었습니다.

확인 결과, 거짓말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2017년 일본 출장) : (사후 면세점) 관련 기관 면담은 못 했어요. (왜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일행 중 일부)이 다 빠져서….]

같은 해 국민의당 당직자 5명은 3박 4일 일정으로 도쿄에 갔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비해 일본의 환경 복원 정책을 배운다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출장 목적에 적은 장소는 안 갔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곳 에코 타운인데요. 일본의 도시 재생 사업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곳입니다.

공항에서 불과 차로 10분 거리인데도 시찰은 없었습니다.

무라사키강 복원 현장과 기관 방문 등 애초 계획했던 일정은 하나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출장 목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한국문화원과 일본 취업 지원 K-MOVE 센터를 방문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렇다면 보고서에 넣은 장소에는 실제로 갔을까?

2017년 12월 19일, 한국문화원을 방문해 애로 사항을 들었다고 했지만 문화원 직원들은 그 날 국민의당 사람들을 만난 기억 자체가 없습니다.

[도쿄 한국 문화원 관계자 : 그때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님 오셔서 그날 그것 때문에 전 직원이 다 대응을 하느라고 따로 만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도 보고서에는 실제로 간 것처럼 꾸미기 위해 문화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행사 사진들을 가져와 실었습니다.

[바른미래당 당직자 (2017년 일본 출장) : 5명이 같이 갔는데, 지금 퇴사를 다 하고 저 혼자 남았거든요. (보고서가) 명백하게 안 맞으니까 그런데, 어쨌든 저는 K-MOVE 센터 결과 보고서에 대해서만 했고 나머지 부분은 (잘 몰라요.)]

2016년에도 국민의당 당직자 3명은 일본 지진 정책을 배운다며 도쿄로 출장을 떠났습니다.

실제로 관련 현장과 기관을 방문했지만 그 결과를 담은 출장 보고서는 일본 내무성 홈페이지를 그대로 베끼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바른미래당 당직자 (2016년 도쿄 출장) : 보고서의 어떤 규제가 없어요. 그냥 내라고만, 이때 시간이 없을 때는 이렇게 내고.]

특히, 친환경 기업이라며 방문했던 곳은 히타치 조선.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을 강제동원한 전범 기업입니다.

당사자들은 당시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YTN 한동오[hdo86@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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