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명 시민들이 만든 위안부 영화 '귀향'

7만 명 시민들이 만든 위안부 영화 '귀향'

2016.02.14. 오전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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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처절한 삶을 그린 영화 '귀향'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7만여 명의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든 작품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김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43년 경남 거창에 사는 14살 소녀 '정민'.

가난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소녀는 어느 날 일본군에 끌려 영문도 모른 채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기차 안에서 한 살 언니 '영희'를 만나고, 이렇게 모인 전국 각지의 10대 소녀들은 일본군 위안소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게 됩니다.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당시의 참혹한 실상을 그렸습니다.

끔찍한 역사를 다루면서도 일본의 만행이나 위안부의 모습 등 자극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대신 소녀들의 밝고 풋풋한 모습을 내세워 역사의 아픔을 부각시켰습니다.

[서미지 / '영희' 역 : 어린 마음일 때 이렇게 끌려갔을 때 어땠을까 낯선 곳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런 생각에 중점을 두고 (촬영했습니다.)]

20만 명이 일본군에게 끌려갔지만 238명 만이 살아 돌아왔고, 지금은 단 46명만 남아있는 위안부 피해자들.

조정래 감독은 영화 한 편이 상영될 때마다 타향에서 생을 마감한 소녀들의 영혼이 한 명씩 고향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조정래 / 감독 : 타향에서 돌아가신 그 어린 영혼들을 비록 영화에서나마 고향으로 모셔야 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저는 그래서 한번 영화를 할 때마다 의식을 치루는 기분이고요. 영화를 할 때마다 한 분이 고향으로 돌아오신다.]

'위안부 영화'는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영화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됐습니다.

무려 7만여 명의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25억 원 제작비 가운데 12억 원을 모았고, 배우의 재능기부도 이어져 14년 만에 개봉하게 됐습니다.

국내 시사회에 이어 미국 LA, 애리조나, 뉴욕 등 서부와 동부를 아우르는 해외 후원자 시사회를 진행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추운 거리에 나서고 있는 할머니들.

국민의 성금으로 만든 이번 영화를 보며 하루빨리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와 각성이 이루어지기를 46명의 할머니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YTN 김선희[sunny@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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