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2025
감독 : 딘 데블로이스 │ 주연 : 메이슨 테임즈, 제라드 버틀러, 니코 파커
감독 : 딘 데블로이스 │ 주연 : 메이슨 테임즈, 제라드 버틀러, 니코 파커
AD
*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버크 섬의 해충은 드래곤이다. 무시무시한 화력을 지닌 드래곤들은 떼를 지어 섬을 습격하고, 바이킹족의 집을 부수며, 가축을 약탈해 간다. 족장 ‘스토이크’(제라드 버틀러)의 목표는 드래곤들의 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그들의 본거지를 찾아 완전히 섬멸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드래곤 말고도 골칫덩어리가 하나 더 있으니 그를 전혀 닮지 않은 외아들, ‘히컵’(메이슨 테임즈)이다. 말라깽이 히컵은 자신도 드래곤을 죽일 수 있다고 큰소리 치지만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사고만 치는 소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히컵은 자신이 개발한 투석기를 이용해 드래곤 한 마리를 떨어뜨리게 되고, 다음 날 부상 당한 채 밧줄에 걸려 있는 최강의 드래곤, 나이트 퓨어리를 발견한다. 히컵은 칼을 높이 치켜들지만 그를 죽이는 대신 놓아주는 선택을 한다. 그 때부터 바이킹족 소년과 드래곤의 아주 특별한 우정과 모험이 시작된다.
‘드래곤 길들이기’(감독 딘 데블로이스)가 실사판으로 돌아왔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2010년부터 시작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하 ‘드림웍스’)의 간판 시리즈다. 디즈니가 일찌감치 애니메이션 IP를 실사화해 오고 있는 반면, 드림웍스는 새로운 IP를 개발하거나 ‘슈렉’처럼 성공한 시리즈의 다음 작품을 개발하는 모양새였다. 그런 맥락에서 ‘드래곤 길들이기’의 실사판은 드림웍스가 선택한 첫 번째 실사화 작품이라는 점 외에도 중요한 의미를 띤다. 앞으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실사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드래곤 길들이기’ 영화판은 ‘슈렉’으로 대표되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들이 그랬듯 디즈니사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전략을 택했다. 디즈니의 실사판들은 원작이 나왔을 당시와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취지로 캐릭터나 서사에 크고 작은 변형을 주었는데, 그러한 선택은 오히려 관객들의 반감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가령, ‘인어공주’(2023)와 ‘백설공주’(2025)의 캐스팅은 PC주의에 지나치게 경도된 오판이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으며, 흥행면에서도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그에 반해 ‘드래곤 길들이기’의 실사화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감독이었던 딘 데블로이스를 그대로 기용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원작에 충실할 것을 천명하면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히컵 역의 메이슨 테임즈는 놀랄만큼 원작의 히컵과 닮아있고, 원작에서 스토이크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제라드 버틀러가 이번에는 온몸으로 용맹한 바이킹 족장을 연기해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간극을 좁혔다. 스토리 뿐 아니라 카메라의 각도, 인물들의 동작, 표정에 이르기까지 원작과 거의 유사하게 연출되었는데, 여기에 ‘드래곤 길들이기’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존 파월에게 다시 음악을 맡긴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원작 개봉에서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영상 기술은 훨씬 정교하고 화려해진 것은 물론이다. 히컵의 나이트 퓨어리, ‘투슬리스’는 실존할 것 같은 생생한 귀여움으로 마음을 사로잡고, 히컵과 투슬리스가 함께 하는 창공의 활강은 황홀한 현기증을 선사한다.
한 가지 전제는 ‘드래곤 길들이기’가 2025년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감성과 주제의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토록 아버지를 비롯한 바이킹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히컵이 투슬리스를 죽이지 못했던 것은 한 순간 자신을 노려보다가 체념한 듯 눈을 감아 버린 그의 모습에서 두려움에 떠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투슬리스에 대한 히컵의 묘한 동질감은 이 무지의 생명체에 대한 관찰과 연구로 이어지고, 꼬리날개를 고쳐준 다음 그는 급기야 투슬리스와 함께 하늘을 날아오른다. 투슬리스를 알아갈수록 드래곤에 대한 바이킹족의 오해와 편견이 벗겨지고, 그 이면의 본질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과정은 2025년의 우리들에게도 유효한 교훈이다. 서로를 적으로 오인했던 이들이 연합군이 되어 진짜 빌런을 무찌르는 장면은 남다른 카타르시스를 준다. 처음부터 장애인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보여준 점, 그들의 당당하고 용감하고 지혜로운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점, 그것을 신체 일부분을 잃게 되는 메인 캐릭터들에게 그대로 적용시킨 점 등은 이전까지 상업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어려운 ‘드래곤 길들이기’의 특징이었다. 많이 각색하지 않아도 ‘드래곤 길들이기’에는 이미 다양한 인간군상의 인생과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원작의 팬들에게도, 원작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도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열어줄 영화다.
■ 글 : 윤성은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 전주국제영화제 이사)
YTN 브랜드홍보팀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포스터
버크 섬의 해충은 드래곤이다. 무시무시한 화력을 지닌 드래곤들은 떼를 지어 섬을 습격하고, 바이킹족의 집을 부수며, 가축을 약탈해 간다. 족장 ‘스토이크’(제라드 버틀러)의 목표는 드래곤들의 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그들의 본거지를 찾아 완전히 섬멸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드래곤 말고도 골칫덩어리가 하나 더 있으니 그를 전혀 닮지 않은 외아들, ‘히컵’(메이슨 테임즈)이다. 말라깽이 히컵은 자신도 드래곤을 죽일 수 있다고 큰소리 치지만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사고만 치는 소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히컵은 자신이 개발한 투석기를 이용해 드래곤 한 마리를 떨어뜨리게 되고, 다음 날 부상 당한 채 밧줄에 걸려 있는 최강의 드래곤, 나이트 퓨어리를 발견한다. 히컵은 칼을 높이 치켜들지만 그를 죽이는 대신 놓아주는 선택을 한다. 그 때부터 바이킹족 소년과 드래곤의 아주 특별한 우정과 모험이 시작된다.
▲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스틸컷
‘드래곤 길들이기’(감독 딘 데블로이스)가 실사판으로 돌아왔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2010년부터 시작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하 ‘드림웍스’)의 간판 시리즈다. 디즈니가 일찌감치 애니메이션 IP를 실사화해 오고 있는 반면, 드림웍스는 새로운 IP를 개발하거나 ‘슈렉’처럼 성공한 시리즈의 다음 작품을 개발하는 모양새였다. 그런 맥락에서 ‘드래곤 길들이기’의 실사판은 드림웍스가 선택한 첫 번째 실사화 작품이라는 점 외에도 중요한 의미를 띤다. 앞으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실사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스틸컷
과연 ‘드래곤 길들이기’ 영화판은 ‘슈렉’으로 대표되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들이 그랬듯 디즈니사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전략을 택했다. 디즈니의 실사판들은 원작이 나왔을 당시와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취지로 캐릭터나 서사에 크고 작은 변형을 주었는데, 그러한 선택은 오히려 관객들의 반감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가령, ‘인어공주’(2023)와 ‘백설공주’(2025)의 캐스팅은 PC주의에 지나치게 경도된 오판이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으며, 흥행면에서도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그에 반해 ‘드래곤 길들이기’의 실사화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감독이었던 딘 데블로이스를 그대로 기용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원작에 충실할 것을 천명하면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히컵 역의 메이슨 테임즈는 놀랄만큼 원작의 히컵과 닮아있고, 원작에서 스토이크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제라드 버틀러가 이번에는 온몸으로 용맹한 바이킹 족장을 연기해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간극을 좁혔다. 스토리 뿐 아니라 카메라의 각도, 인물들의 동작, 표정에 이르기까지 원작과 거의 유사하게 연출되었는데, 여기에 ‘드래곤 길들이기’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존 파월에게 다시 음악을 맡긴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원작 개봉에서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영상 기술은 훨씬 정교하고 화려해진 것은 물론이다. 히컵의 나이트 퓨어리, ‘투슬리스’는 실존할 것 같은 생생한 귀여움으로 마음을 사로잡고, 히컵과 투슬리스가 함께 하는 창공의 활강은 황홀한 현기증을 선사한다.
▲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스틸컷
한 가지 전제는 ‘드래곤 길들이기’가 2025년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감성과 주제의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토록 아버지를 비롯한 바이킹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히컵이 투슬리스를 죽이지 못했던 것은 한 순간 자신을 노려보다가 체념한 듯 눈을 감아 버린 그의 모습에서 두려움에 떠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투슬리스에 대한 히컵의 묘한 동질감은 이 무지의 생명체에 대한 관찰과 연구로 이어지고, 꼬리날개를 고쳐준 다음 그는 급기야 투슬리스와 함께 하늘을 날아오른다. 투슬리스를 알아갈수록 드래곤에 대한 바이킹족의 오해와 편견이 벗겨지고, 그 이면의 본질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과정은 2025년의 우리들에게도 유효한 교훈이다. 서로를 적으로 오인했던 이들이 연합군이 되어 진짜 빌런을 무찌르는 장면은 남다른 카타르시스를 준다. 처음부터 장애인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보여준 점, 그들의 당당하고 용감하고 지혜로운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점, 그것을 신체 일부분을 잃게 되는 메인 캐릭터들에게 그대로 적용시킨 점 등은 이전까지 상업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어려운 ‘드래곤 길들이기’의 특징이었다. 많이 각색하지 않아도 ‘드래곤 길들이기’에는 이미 다양한 인간군상의 인생과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원작의 팬들에게도, 원작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도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열어줄 영화다.
▲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스틸컷
■ 글 : 윤성은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 전주국제영화제 이사)
YTN 브랜드홍보팀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