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90년...학살현장서 추모제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90년...학살현장서 추모제

2013.09.07. 오후 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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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는 일본의 도쿄와 수도권을 강타한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학살이 일어난 지 90년째 되는 해입니다.

학살 현장 중의 한 곳인 도쿄의 아라카와 강변에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일본의 시민단체와 유족, 시민 4백여 명이 모여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도쿄에서 박철원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90년 전 도쿄에서 대학살이 벌어지던 당시 일본 군대가 기관총으로 무고한 조선인들을 집단 처형했다는 '아라카와' 강변입니다.

[인터뷰:이송자, 재일한국인 성악가]
"북풍한설 찬 바람에…내 형제가 없어져도"

일본 시민단체인 '봉선화'는 조선인 학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학살 현장에서 32년째 추모제를 열어오고 있습니다.

예년보다 많은 4백여 명의 추모제 참가자들은 조선인 학살이 결코 시간이 흘러도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마음 속에 새기고 또 새겼습니다.

조선인 학살 사실을 알고난 뒤 30년 이상 자료를 수집하고 증언을 모아 온 니시자키 씨는 일본 정부가 지금이라도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니시자키 마사오, '봉선화' 이사]
"당시 일본 정부가 진상을 조사하지 않고 오히려 사건을 은폐했습니다. 그것이 그대로 지금까지 90년 이어져 왔습니다."

한 일본인 주부는 '우물에 독을 넣는다'는 유언비어 유포로 6천 명이 넘는 조선인들이 희생됐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인터뷰:니무라 히로코, 조선인희생자 추모제 참가자]
"이 (아라카와 강변)아래에 묻혀있을 유골의 당사자들에게 추모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오늘 이곳에 왔습니다."

최근 요코하마 시의 교육 당국은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교과서에서 '학살'을 '살해'라는 표현으로 바꾸는 등 가해 책임을 가볍게 하려는데 급급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새로운 상징이 된 '스카이트리'가 학살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본 사회에서 일고 있는 민족차별의 움직임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입니다.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재일한국인들이 학살당한 이곳, 아라카와 강변, 90년이 지난 지금도 역사의 깊은 상처가 그대로 묻혀있습니다.

도쿄에서 YTN 박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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