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일 군대 투입"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일 군대 투입"

2012.03.01. 오전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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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올해는 일본의 도쿄와 수도권을 강타한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지 89년째 되는 해입니다.

대학살 사건 개입을 부인해 온 일본 정부가 사실은 군대를 투입해 기관총으로 조선인을 집단 처형했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여전히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박철원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도쿄 동쪽을 흐르는 아라카와 강입니다.

89년 전 관동대지진이 일어날 당시 이곳에는 물길 공사를 위해 투입된 조선인들이 대거 살았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화재가 도시 전체로 번지고 아라카와 강 쪽으로 일본인들이 급히 피난오면서 조선인과 관련된 괴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혼란을 틈탄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약탈과 방화를 일삼고 있다는 괴소문은 삽시간에 수도권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경찰서 벽면에 붙으면서 오히려 당시 유언비어는 사실인양 더욱 확산됐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녹취:니시자키 마사오, 사단법인 봉선화 이사]
"경찰과 헌병 등 정부 쪽 사람들이 조선인들이 공격해 오고 있고, 조선인들이 방화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괴소문을 잠재우고 차단해야 할 정부 기관원들이 유언비어 유포에 앞장섰다는 증언록도 공개됐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이곳 아라카와 강변에서 수많은 조선인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하는 등 학살에 앞장섰다는 것입니다.

철교 위로 도망치던 조선인들도 뒤쫓아 온 일본인 자경단이 휘두른 칼에 의해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녹취:니시자키 마사오, 사단법인 봉선화 이사]
"일부는 위험하다고 생각해 물로 뛰어들었고 헤엄쳐 강변으로 나왔지만 이번엔 자경단이 배를 타고 쫓아와 결국 잡혔고 일본도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나라 없는 설움을 겪던 조선인들은 대지진의 혼란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자행된 집단 학살의 광기에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조선인학살 발생 90년이 다 되도록 진상규명 조차 안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여전히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YTN 박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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