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못 놓는다고 소변 뿌려"... 의료노동자의 고백

"주사 못 놓는다고 소변 뿌려"... 의료노동자의 고백

2018.08.06. 오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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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못 놓는다고 소변 뿌려"... 의료노동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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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소속 의료노동자들이 병원 노동자가 겪는 끔찍한 노동 환경을 폭로했다.

원광대학교 곽경선 물리치료사와 원주연세의료원 임연규 간호사 등 다섯 의료 노동자들은 지난달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의료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폭언 및 폭행, 성희롱 실태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영상에 따르면, 환자들은 여성 의료노동자에게 "물 떠와라, 커피 타와라"라고 명령하는 한편, "나를 먼저 봐주지 않으면 눈을 파 버리겠다, 싸가지없는 X들" 등의 폭언도 일삼는다고 한다.

특히 임연규 간호사는 임신 도중 환자로부터 공격당했던 끔찍한 일화를 담담하게 서술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임 간호사는 "환자에게 주사를 놓고 있는데 환자가 갑자기 주사기를 뺏어 나를 서너 번 찔렀다"며 "배만 안 찔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막았다"고 밝혔다.

"주사 못 놓는다고 소변 뿌려"... 의료노동자의 고백

곽경선 물리치료사는 소아병동에서 아이가 너무 작아 주사를 잘 놓지 못하자 갑자기 보호자가 소변을 들고 와 뿌렸던 끔찍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뿐만 아니라 주사를 놓는 와중 남성 환자가 의료 노동자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사건을 신고해도 조사하는 데만 20일이 넘게 걸리며 시간을 끈다고 한다. 또한 상급자에게 폭언과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려도 "뭐 어쩌겠냐"며 오히려 노동자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주사 못 놓는다고 소변 뿌려"... 의료노동자의 고백

2018년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자료에 따르면, 의료계 종사자 가운데 69%가 폭언을 경험했으며 이 가운데 81%가 조용히 참고 넘기는 방법으로 폭언에 대응했다. 또한 11%가 근무 도중 폭행을 경험했으며, 이 가운데 76%가 참고 넘겼다고 밝혔다.

의료계 최전선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불합리한 상황을 참고 넘어가라고 종용한다면,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며 일반 환자에게 피해를 전가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병원의 인식 개선과 동시에 의료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특별법안이 마련돼야 한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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