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0kg 빠졌는데 변비" 소년원, 대장암 10대 방치 논란

단독 "40kg 빠졌는데 변비" 소년원, 대장암 10대 방치 논란

2018.01.15. 오전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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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교도소와 소년원의 의료체계를 비롯한 인권문제를 짚어보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10대 청소년이 소년원에서 넉 달가량 생활한 뒤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사연을 소개합니다.

건강했던 소년은 몸무게가 40kg 가까이 빠지고 복통과 혈변으로 수십 차례나 소년원 의무실을 찾아 호소했지만, 소년원 측은 변비가 심한 탓이라며 변비약과 진통제만 내줬을 뿐 외부 진료는 단 한 차례 밖에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김영수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올해 18살인 이 모 군은 지난해 10월 춘천소년원을 나온 직후 충격에 빠졌습니다.

대장암 말기 직전인 3기, 최악에는 시한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겁니다.

[이 모 군 / 대장암 진단 (지난해 10월 소년원 퇴원) : 3기에서 말이라고 하니까 그런 거 찾아보고 했더니 큰 병이라고 하더라고요. 죽을 가능성이 큰 병이라고 하니까 되게 무서웠죠.]

이 군 건강에 이상이 발견된 것은 지난해 6월 춘천소년원에 들어간 지 한 달 뒤부터입니다.

이유 없이 복통이 잦았고 보름 가까이 대변을 못 보기도 했습니다.

[A 군 / 소년원 동기 : 아프다고 하루에 5번 10번씩 말해요. 새벽에 약 먹으러 나간 적도 많고요. 같은 방 쓰면서 아프단 소리 많이 (했어요).]

비슷한 증상으로 소년원에서 의무과 진료를 받은 것만 모두 31차례, 하지만 소년원은 신경이 예민해진 탓이라며 변비약과 진통제만 건넸습니다.

[B 군 / 소년원 동기 : 병원도 안 보내주고 거기서 주는 약 먹으라고 했고요.]

이 군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지경이 돼 130여 일 동안 몸무게가 무려 40kg 가까이 줄었습니다.

한 차례 동네 내과로 외부 진료를 나갔지만, 증상은 계속됐고 추가 외부 진료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모 군 / 대장암 진단( 지난해 10월 소년원 퇴원) : 변에서 피가 나왔다고 하니까 항문이 찢어져서 그런 거라고 했어요.]

춘천소년원 측은 10대의 경우 대장암 발병이 흔치 않은 데다 이 군이 당시에는 큰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외부 진료에서도 특이사항이 드러나지 않아 증세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춘천소년원 관계자 : 그(내과 진료) 이후로 아프다는 소리 안 했습니다. 진짜입니다.]

전문의들은 청소년 대장암 발병을 의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군이 주장하는 증상이 계속됐다면 적어도 CT 촬영이나 내시경 검사를 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통증을 호소했지만 묵살 당했던 10대 청소년이 결국, 대장암 판정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년원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YTN 김영수[yskim24@ytn.co.kr]입니다.


[앵커]
소년원과 법무부의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장암에 걸린 10대 소년이 올린 항의 글에 대해 문제가 없다던 법무부는 SNS를 통해 내용이 퍼지자 뒤늦게 감찰에 착수했습니다.

이어서 최기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2일, 이 모 군은 고통을 무시했던 소년원 관계자를 처벌해달라며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습니다.

국민신문고는 각종 공익 제보와 민원을 제기하는 곳으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기능이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법무부가 보내온 답변서를 본 이 군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법무부는 청소년 암 발병이 드물어 판단이 어려웠고, 대장암 검진대상은 50살 이상이라는 암관리법 시행령까지 덧붙이며 소년원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모 군 / 대장암 진단 (지난해 10월 소년원 퇴원) : 이해가 안 되죠. 이건 자기들 아들·딸이 이런 일 벌였어도(당했어도) 이렇게 답변할까 생각했고….]

20일쯤 뒤 이 군 아버지가 SNS에 억울하다는 글을 올리면서, 법무부 태도는 180도 달라집니다.

이 군 사연이 10만 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퍼져나간 겁니다.

[이성열 / 이 군 아버지 :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잘못은 크지만 안 좋고 많이 아프고 이런 애들은 선생님들이 선별해서 치료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SNS에 글을 올리고 일주일 만에 전화를 걸어온 법무부 측은 그제야 소년원을 상대로 감찰에 착수하겠고 말했습니다.

[법무부 관계자 : 저희가 그 전에 쭉 서류 검토는 하고 있었는데, 보호자가 또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그래서 저희가 감찰을 한번 해보는 게 좋겠다….]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리고 한 달이 지나서 법무부가 감찰에 나선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YTN 최기성[choiks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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