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피할 수 없는 무고...두 번 우는 피해자들

경찰도 피할 수 없는 무고...두 번 우는 피해자들

2017.10.20. 오전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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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형 금융 사기 사건을 수사해 일당의 범행 전모를 밝혀냈던 경찰관이 이들의 집요한 허위 고소·고발 즉, 무고 때문에 큰 상처를 입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피해자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지만 혐의 입증이 매우 어려워 무고사범 기소율은 20%대에 불과합니다.

또 재판에 넘겨진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처벌이 가벼워 억울한 피해자를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년 넘게 경찰로 일해온 김현수 경감에게 떠올리기조차 싫은 사건이 있습니다.

허황된 사업을 내세우며 피해자 약 3천 명에게 수백억 원을 챙긴 투자 사기 사건인데 주범인 이 모 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김현수 /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경감 : 액면가 100원짜리 비상장주식을 금융피라미드 형식으로 해 가지고, 만 오천 원씩 팔아먹었던 거예요.]

문제는 신문기자 출신 서 모 작가가 이 씨에게 접근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남철환 /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경위 : (이 대표가) 10년형을 받게 되자 경찰 수사에 억울함을 계속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이거(이 대표 사연)에 대해서 작가가 알게 되고 그 작가가 (이 대표에게) 자기가 재심을 통해서 석방되도록 도와주겠다고…]

서 씨의 핵심 작전은 김 경감과 수사팀원들을 상대로 강요죄, 업무방해죄 등 연이은 허위 고소·고발에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김 경감만 해도 4년 동안 무려 38차례 무고를 당했지만,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딱히 없었습니다.

무고죄는 상대가 객관적 허위 사실로 고소했다는 부분을 입증해야 하는 데 이번 사건에서 강요나 업무방해로 느껴졌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김 경감은 39번째에서야 일당들을 무고 혐의로 고소할 수 있었습니다.

[남철환 /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경위 : 이 작가가 이 범행을 진행하면서부터는 갑자기 영장이 위조되었다, 가장 기본적인 사실에 반하는 객관적인 것에 반하는 것에 대해서 집단 고소·고발이 들어갔기 때문에….]

하지만 이미 김 경감의 일상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뒤였습니다.

[김현수 /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경감 : 수사 철저히 해서 죄 있는 자를 처벌한 것뿐인데 사실 너무 고통스러워서 (경찰을) 그만둘까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이처럼 무고는 당한다고 해도 입증하기 쉽지 않습니다.

무고 사건은 한 해 만 건 내외가 접수되지만, 검찰의 기소율이 20%대 초반에 그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고생 끝에 무고를 입증한다고 해도 법원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실제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무고 사건 가운데 실형은 11%에 불과했습니다.

[이창현 /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징역 6개월에서 심하면 1년 정도고, 반성한다고 해서 집행유예도 많고... 기본적으로 판사들이 (무고죄에 대해) 관용주의에 젖어 있어서 그래요.]

오늘 밤 국민신문고에서는 무고가 불러오는 극심한 피해 실태를 고발하고 혐의 입증과 손해 배상 과정에서 잇따라 눈물을 흘려야 하는 피해자들의 고충을 살펴봅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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