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마리 내가 죽였지만"...유기견 안락사 진실공방

"300마리 내가 죽였지만"...유기견 안락사 진실공방

2016.05.26.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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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려진 동물들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를 받다 주인을 못 찾거나 입양되지 못하면 결국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방의 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 수백 마리를 불법 안락사시킨 문제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전직 보호소장 사이에 뜨거운 진실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김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북 제천에서 7년 동안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해 왔던 이성재 씨.

하지만 이젠 손을 뗐습니다.

수의사만 할 수 있는 안락사를 수의사도 아닌 본인이 직접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성재(가명) / 전 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몇 마리나 직접 하신 거예요?) 한 300마리. 여기 자료 있어요. 1년 치가. 수의사 없이 직접 했죠.]

불법인 줄 알면서 왜 이 같은 일을 했을까?

이런 의문에 이 씨는 유기동물보호소를 관리 감독하는 시청 담당 공무원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성재(가명) / 전 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공무원하고 술도 많이 먹었어요. 만나서 술도 많이 먹고 약을 주겠다고. (직접 해라. 그렇게 말을 했어요?) 그럼 직접 했지.]

의문의 번호가 줄줄이 찍힌 이 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입니다.

안락사시켜야 할 유기견들의 번호입니다.

담당 공무원이 당시 이 씨에게 보낸 겁니다

이 씨는 매년 시와 위탁 계약을 맺는 상황에서 공무원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재(가명) / 전 유기동물보호소 소장 : 갑과 을 사이에. 내가 못 한다고 하면 다음부터 (시설을) 할 수 없는 거고. 나는 지시한 대로 가져오라면 가져와야 하고 그런 실정이에요.]

하지만 해당 공무원의 말은 다릅니다.

수의사에게 전할 내용을 이 씨에게 보냈다는 설명입니다.

[제천시청 전 담당 공무원 : 전달을 한 거예요. 누구누구 안락사를 OOO한테 인계하라. 정당히 업무 지시를 하는 거예요.]

양측은 모두 동물보호단체로부터 고발돼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결국 진실공방은 수사 결과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분명한 건 300마리 넘는 유기견이 불법 안락사 됐고 지자체의 관리 감독에도 큰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한해 8만여 마리의 유기동물이 유기동물보호소에 맡겨지고 절반 가까이가 안락사 되거나 죽어 나가는 게 현실.

오늘 밤 9시, YTN '국민 신문고'에서는 열악한 유기동물보호 시스템과 구멍 뚫린 관리 감독 실태에 대해 조명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 봅니다.

휴대전화 #0024로 의견을 보내주시면 추첨해 모바일 상품권을 드립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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